세상에서 가장 읽기 힘든 책이 있다면 아마도 금융상품을 알려주는 '약관'일 것이다. 그중에서 보험약관은 용어가 어렵기도 하고 예외조항이 많아 보통의 금융소비자의 경우 상품 구조부터 보장내용을 이해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다못해 가전제품의 사용설명서도 쉽게 읽히지 않은데, 100페이지도 넘는 보험약관을 인내심을 갖고 완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약관의 핵심내용은 알고 있어야 만약 보험사와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보험약관의 내용을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도입된 '보험상품 설명서' 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보험의 진실>(한스미디어. 2007)에는 보험 약관을 쉽게 읽는 보험상품 설명서 및 보험 약관을 쉽게 읽는 방법을 전해 눈길을 끈다.
보험상품 설명서는 대체로 6개 항목과 주요 안내사항으로 구성돼있다. 6개항목을 살펴보면, ① 보험계약의 개요 ② 보험가입자의 권리와 의무 ③ 주요 보장내용 ④ 보험금 지급 관련 유의사항 ⑤ 계약 관련 특히 유의할 사항 ⑥ 기타 계약자가 알아야 할 사항이다.
이중 분쟁의 소지가 있어서 특히 중요하게 살펴봐야할 부분이 바로 ③ 주요 보장내용과 ④ 보험금 지급 관련 유의사항이다.
주요 보장내용에는 보험이 보장하는 위험의 종류와 각각의 경우에 지급되는 보험금이 적시돼 있다.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시 2,000만원, 상해사고로 사망했을 시 3,000만원을 준다는 식의 내용 말이다. 다만, 교통사고와 상해사고를 당한 뒤 나타나는 신체적인 문제를 뜻하는 후유장해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제각각이다. 이런 경우 원본인 약관을 찾아보는 것이 정석이다. 약관 말미에 나와있는 장해분류표상에 적시된 '후유장해 정도에 따른 지급률'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보험금 지급 관련 유의사항은 과장광고에 따른 피해를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쉽게 말해 보험금을 못 받는 경우를 밝힌 부분이다. 단, 이 항목도 표현이 추상적이고 각각의 경우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주의할 점이 바로 '모호한 표현' 이다. 만약 가입된 상해보험에 "상해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신체 손해로 한정한다"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고 하자. 이는 단순히 용어를 정의한 듯한 문장이지만 보험금을 못 받는 3가지 경우를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급격' 이란 단어와 '우연' 그리고 '외래' 라는 단어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급격' 은 갑자기 생긴 상해만 보장하는 것이지 이미 있던 증상에 따른 상해까지 보장하진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 또 '우연' 은 필연적인 상해에 대해 보험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외래' 역시 뇌출혈 등 신체 내부의 손상에 따른 상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보험금 지급 관련 유의사항 항목에선 이런 추상적인 표현 이외에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구체적인 정황을 명시해놓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설명서 끝에 부록처럼 붙어있는 '상품 주요 내용에 대한 안내사항' 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비례보상, 계약 후 알릴 의무 등 중요 사항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 비례보상이란 특정 위험을 보장하는 여러 개의 보험계약을 한 경우 약관에 따라 실제 손해를 본 금액만을 보장한다는 원칙이다. 만약 교통상해 의료비가 5,000만원이 나왔고 10개의 보험에 가입했다면, 각 보험계약에서 500만원씩만 지급된다는 뜻이다. 이같은 비례보상 원칙이 적용되는 보험은 장기손해보험, 개인연금, 퇴직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이다.
또한 보험계약자가 실수로 소홀히 여기는 것이 바로 계약 후 알릴의무이다. 피보험자가 직업을 바꾸거나 부헙을 하게 되는 경우, 또는 오토바이 운전을 하게 된 경우 등 이를 보험사에 서면으로 알리고 보험증권에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상품 주요 내용에 대한 안내사항' 항목에 나와 있다. 만약 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보험 약관은 다 읽은 필요는 없다. 보험상품 설명서를 읽고 모르는 부분을 약관에서 찾아보면 된다. 설명서에서 애매하거나 추상적인 표현이 있다면 계약 전 설계사나 영업점 직원에게 반드시 확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