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미국에 이어 영국, 아일랜드 등 전 세계 곳곳의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역사상 유례없이 장기간 지속된 전 세계적인 집값 상승세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긍정론자보다 부정론자가 많아지면서 심리적인 면도 추가되는 분위기이다.
글로벌 집값 하락의 직접적 요인은 역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이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계기로, 전 세계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 각국의 은행들이 최근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집값 대비 대출금 비율을 낮추면서, 주택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급감한 것이 글로벌 집값 조정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자금 유입이 적어지면 수요가 그 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가 연말로 갈수록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주택 구입 붐이 절정이었던 2005년 말 서브프라임으로 대출 받았던 사람들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전환되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은 보통 2년간은 고정 금리로 이자만 부담하다가 3년째부터 변동금리가 적용돼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서브프라임 문제가 다시 재발할 경우,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해서, 주택 수요는 더 줄고 집값 하락폭을 키우는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부정적인 시나리오이다.
더 큰 문제는 '집값 하락이 내수 침체로 이어지고 소득 감소를 통해 또 다시 집값이 하락하는 악순환 고리가 전 세계를 휩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IMF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택가격 1%가 오르면 GDP가 0.15% 오른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집값이 오르면 오른 만큼, 모기지 대출을 받아 자동차 등 내구 소비재를 구입했고 이게 미국 내수 호황과 세계 경제호황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제 집값이 하락하면서 미국 내 소비가 줄어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로 이어져 다시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미국의 집값 하락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의 대미(對美)수출 감소로 이어져서 이들 나라의 경기 침체와 주택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만 한다.
하지만 집값 급락과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통상적인 가격 조정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연착륙(soft landing)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10년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선도적으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말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등의 초강수 대출 규제 정책을 펴 결국 집값 폭락과 경기침체를 자초했다는 경험이 있다. 그래서 미국, 영국 등은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 등 각종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집값 급등 못지않게 집값 급락이 위험하다는 것을 세계 각국 정부가 잘 알고 있다는 점도 경착륙 가능성을 줄여 주고 있다는 긍정론자들의 시각적 근거이다. 또한 미국과 영국의 경제상황이 비교적 좋다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집값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주택 가격은 조정 기미가 보이고, 급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지만 무서울 정도로 폭등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무섭게 하고 있는 중국, 인도의 상승이 꺾이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너무 올랐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세는 역시 상승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연간 11%가 넘는 경제 성장과 매년 200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에다, 주가지수는 2년 사이 4배가 됐을 정도로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택시장은 기본적으로 경제 상황에 의해서 좌우되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나빠지면 나쁜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의 발 빠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고 세계경제는 아직도 좋은 편이면 내년에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폭락은 없을 것이란 조심스런 판단이 앞선다. 다만 중국과 인도, 그리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이머징 마켓에서의 부동산 투자는 아직도 유효하다고 전망하고 싶다.
국내든지 해외든지 간에 부동산 투자 시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같은 나라에서도 좋은 위치와 그렇지 않은 곳의 위험 부담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와 현지방문 등을 통한 확인 작업 없이 남의 이야기만 듣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