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자의 자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그래서 필자도 종종 보게 된다. 얼마 전 방송에서 항상 무시만 당하던 정준하가 오랜만에 팔짝팔짝 뛰며 즐거워하던 모습을 보였다.
현재 무직인 그는 아버지 이순재의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로부터 ‘병건제약’이 호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그 주식을 샀다. 정준하의 아버지 이순재는 창동물산 주식을 더 사자고 했지만 정준하는 기막힌 정보가 있다며 병건제약으로 갈아탔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순재는 또 망할 것이라며 탓하지만 다음날 병건제약은 상한가를 친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상한가는 계속된다.
이순재는 물론 온 집안 식구가 기뻐한다. 그리고 아버지 이순재는 그동안 정준하의 핍박과 설움을 모두 씻어주려는 듯 아들 정준하와 단둘이 자축연을 갖는다. 이순재가 정준하의 노고를 치하 또 치하했고 정준하는 아버지로부터 이제 인정받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저녁 내내 술도 먹고 노래도 불렀지만, 기쁜 마음에 이순재는 한잔 더 하자며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그 때 정준하의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다. 정준하에게 바로 병건제약에 대한 정보를 주었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정준하에게 알려 준 병건제약이 알고 보니 ‘작전주’(작전이란 증권 브로커나 대주주 등이 공모하여 특정기업의 주식을 서로 사고팔아 시세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함)라는 것이다. 곧 거래정지는 물론 관리종목 지정 후 상장폐지 될 것이라고 한다. 정준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파안대소하며 술을 마시는 아버지를 보자 깊은 한숨만 나온다. 대박의 꿈은 곧 쪽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가 볼 때 정준하는 정보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정보집착형 투자자인 것 같다. 과거 필자가 증권사에 근무할 때를 되새겨보면 정보집착형 투자자가 투자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보집착형 투자자는 잘 아는 친구나 지인, 텔레비전이나 신문상의 증권정보, ARS 유료증권정보, 기타 소문 등을 믿고 투자하는 유형이다. 이러한 투자자는 회사의 재무구조나 기술적 분석에 의한 매매타이밍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습득한 정보에 의존하여 매매한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 초보자나 주식투자 경험은 많으나 증권기초지식이 부족한 40대 이후의 투자자 분들이 많다.
이러한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이 알게 된 정보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적기 때문에 소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정보를 믿고 투자한다. 그래서 이런 투자자는 주식투자 경험이 오래된 투자자라 할지라도 투자실력이 별로 없는 투자자라 할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투자한 종목에서 실패하면 그 탓을 남이나 언론 탓으로 돌리고, 성공하면 자신이 대단한 실력이 있는 듯 남에게 자랑하고 다닌다. 이들은 투자에 실패해도 실패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성공해도 성공요인을 알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주식투자를 오래하였다 하여도 배울 게 없다.
투자정보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 가치 있는 것이고, 이미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알려져 있다면 그 정보는 그리 값진 정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신문이나 TV 등 일반대중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서 알게 된 정보는 그리 유용한 정보라 할 수 없다. 또한 타인의 은밀한 입소문으로 알게 된 루머는 역정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를 근거로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를 과신하여 투자할 것이 아니라, 진정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내어 투자에 임해야 한다. 예컨대 역정보를 가려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든지, 정상적인 기업분석과 매매타이밍 기법을 익혀서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향후 투자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고개 숙인 남자 ‘정준하’에게 바란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고 해도 그 정보가 소액투자자인 정준하까지 알게 되었다면 이미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고급정보를 찾으려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정준하 스스로 알짜종목을 고를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알짜종목의 적절한 매매타이밍을 잡는 실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바탕위에서 성공하는 투자자의 모습을 기대한다. 정준하의 주식투자방법이 정상적인 원칙과 전략을 가진 모습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시간은 아직도 많이 있다. 정준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