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겪은 부동산 충격 이후, 과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노른자위 아파트들은 현재 하락세가 뚜렷해졌고, 시중의 유동자금들이 서서히 펀드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필자도 체감하는 부분이라면 2년 전만 해도 주식 및 펀드 관련 세미나에 참여 하면 여기 저기 자리가 많이 남아 도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요새는 같은 성격의 세미나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일부 강의는 1주일 전에 신청이 마감되어 버리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즉, 투자의 패러다임이 조금씩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전이 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물론 올해 남아 있는 악재가 있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나 일본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이머징 마켓의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일본에서 저금리로 빌려 이머징 마켓 등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이 남아 있기는 하나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당분간 투자 메리트는 충분히 남아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세간의 이목이 점점 펀드에 집중되고 있는 바 펀드평가 화면을 보면 언제나처럼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리스 문자들을 해석하는 법을 알고 이를 실제 펀드에 적용시켜 보도록 하겠다.
β (베타:시장민감도)
베타가 1은 평범한 친구다. 나랑 그냥 별 기복 없이 편하게 잘 지낸다. 베타가 1.5인 친구는 감정의 기복을 종잡을 수 없다. 기분 좋을 땐 나를 매우 즐겁게 했다가도 기분이 안 좋을 땐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든다. 베타가 0.5인 친구는 재미는 하나도 없지만 정말 한결 같다.
즉, 주식시장 자체의 움직임을 1이라고 할 때 그 펀드가 그에 따라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느냐를 1 내외의 수치로 나타낸 것을 시장민감도, 베타라 한다. 따라서 베타가 1이면 시장이 1만큼 오를 때 똑같이 1만큼 오르고, 내릴 때도 똑같이 1만큼 내린다는 얘기다. 이런 유형의 펀드는 보통 인덱스 펀드, 대형 성장주 펀드의 경우다.
하지만 베타가 1.5라면 시장이 1만큼 오를 때 1.5만큼 오르고 1.5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즉, 시장보다 폭이 더 크므로 예측불허 종잡을 수 없어 위험성이 높은 펀드다. 즉 중소형 주식 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베타가 0.5 라면? 이제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시장의 등락에 덜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가치주, 배당주 펀드가 이에 속한다.
따라서 정답은 없다. 상승장에서는 당연히 베타가 1보다 큰 펀드를 택해야 할 것이요. 하락장에서는 1보다 작은 펀드를 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예측은 어렵고 당신은 당신만의 Job이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유형의 펀드를 섞어가면 어느 장에서나 적응이 가능할 것이다.
σ(시그마:표준편차)
지인 중에, 과거 돈이 없어 치료는 못 받고 그냥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 요양소에서 무료봉사활동을 하셨던 분이 계시다. 그 곳에는 평소엔 정말 멍청할 정도로 착하다가도 발작이 한번 일어나면 손에 집히는 것은 아무거나 집어 들어 옆 사람을 폭행하는 덩치가 산 만한 악성 환자가 한 명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은 도끼로 장작을 패다가 발작이 일어나 간호사 한 명을 내리쳐 숨지게 했단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으면 불안함을 넘어 두려움이 앞선다. 이 환자는 정말 위험한 사람이다. 즉, 우리에게 있어서 종잡을 수 없는 불확실함은 일종의 두려움이며 그것은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다.
투자 이론에서는 이 불확실성의 정도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을 표준편차 ‘σ(시그마)’라고 한다. 따라서 이 σ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 되며 예측이 어렵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 σ가 극단적으로 가면 앞의 덩치 산만한 정신병 환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표준편차는 앞의 베타처럼 1과 같은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시장 상황에 동료 펀드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밖에 평가하지 못한다. 따라서 표준편차가 몇%인지를 보지 말고 상대적으로 위험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α(알파: 펀드매니저의 역량)
펀드는 여러 주식을 섞어 놓은 포트폴리오이며 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이론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의 종목 선택 능력과 매매 타이밍 등을 통해 이론적으로 낼 수 있는 수익률을 초과달성, 혹은 오히려 미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 차이를 젠센의 알파라고 한다. 따라서 알파가 0보다 크면 펀드매니저의 능력이 좋다는 얘기고 0보다 작으면 좋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시장상황과 매니저의 스타일에 따라 수시로 변하므로 너무 가중치를 둘 필요는 없다.
예)
평균수익률: 14.04% 이며 전체 22%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좋은 편이다.
표준편차(σ): 12.26% 이며 전체 91%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다.
시장민감도(β): 1.04 이며 전체 96% 수준이고 1보다도 크므로 위험성이 높다.
알파(α): 3.33%이며 전체 26% 수준이므로 상대적으로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이 좋은 편이다.
종합평가: 이 펀드는 다른 주식형 펀드들에 비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며 펀드 매니저의 능력은 우수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