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재테크의 기본을 논할 때 나오는 단골메뉴 중 하나가 바로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라’이다. 그리고 은행 측도 ‘주거래 고객제도’라 해서 단골고객을 일반고객과 차별화하고 있다. 고객의 수신, 여신, 보험, 외환, 카드 등의 거래실적을 자체기준에 의해 점수화하고 일정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주거래 고객으로 선정해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우대 서비스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정리해 보면 보통 주거래 고객으로 선정된 사람은 은행마다 차이는 있으나 최고 3000만원까지 대출한도를 자동 부여 받으며, 소액자금 대출은 인터넷을 통한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대출 금리는 낮추고, 특판 예금 가입자격 등 예-적금 금리를 높이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주거래 고객이 되면 해외송금수수료나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때 발생하는 타행환수수료를 감면 받을 수 있고 자기앞수표 발행 수수료, 대여금고 이용 시 고객부담 보증금과 이용수수료까지 면제 받으며 외환 환전 시에도 환율우대를 받을 수 있다. 거기다 최근에는 우수고객 유치를 위한 은행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명병원의 무료 종합검진 서비스, 뮤지컬 등의 공연티켓을 무료 제공하고 있으며 호텔, 여행사, 공항 등과 제휴한 연계서비스, 부동산, 세무 상담 등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수고객이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는 주로 거래하는 은행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월 급여 이체나 각종 공과금이나 지로대금납부 등은 기본이고 예금이나 펀드 가입, 대출, 신용카드 이용뿐만 아니라 사소한 거래까지 주거래은행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거기다 보험도 은행에서 가입하고 우수고객으로 선정되더라도 평생 혜택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상 3개월간의 거래실적을 종합 평가하되 6개월간 우대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본인 스스로 우수고객 등급이 하락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가만히 따져 보면 우수 고객이 되기 위해 들여야 할 공에 비해 받는 보상이 왠지 적은 느낌이다. 주거래 은행에서 아무리 높은 금리를 준다 하더라도 똑같이 예금자보호가 되는 저축은행의 금리가 보통 1%이상 더 높으며, 펀드도 한 은행에서 파는 것에만 올인 하기에는 다른 금융기관에 더 괜찮은 펀드들이 너무 많다. 거기다 주택담보대출은 말할 것도 없다.
필자가 상담하면서 고객들에게 대출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바꿔드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즉, 기껏 수십년 동안 거래해 온 은행보다 다른 은행에서 더 좋은 조건(금리 인하, 근저당 설정비 면제 등)을 제시한 경우가 오히려 많았다. 거기다 은행은 CMA통장도 없다. 겉으로만 당 은행 CMA통장이지 실질적인 자금관리는 종금사 등이 일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행환 송금 수수료면제도 마찬가지다. 증권사-종금사 등의 금융기관에서 펀드 월 자동이체 10만원만 걸어 놓으면 똑같이 면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외 혜택인 해외송금 수수료 감면이나 환율우대 등은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는 현실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는 서비스다.
따라서 필자가 볼 때 주거래 고객이 되었을 때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경우는 신용대출의 경우다. 하지만 신용대출의 경우도 은행실적보다는 직업(공무원/공기업, 의사/변호사, 대기업 여부)이 우선 시 되기 때문에 단순히 신용대출을 좀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한 은행에 올인 하기에는 다른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은행에서 번호표 뽑지 않아도 되는 VIP고객이나 잦은 대출이 필요하고 거래 건수가 많은 개인사업자가 아닌 이상은 굳이 주거래 은행을 만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복수의 금융기관을 가져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