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가격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은마아파트 34평형 한 채가 지난 5월 22일에 최초감정가 10억9만원에 한차례 유찰된 8억7200만원에 경매가 부쳐져 감정가의 90.6%에 해당하는 9억8752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이 사례를 두고 은마아파트 34평형 거래가가 10억선이 무너졌다느니, 1회 유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찰경쟁자가 10명을 넘지 못했다느니, 이제 당분간 강남아파트 상승세를 바라볼 수 없게 됐다느니 떠들썩하다.
최근 건교부에 고시된 3월의 은마아파트의 실거래가가 12억7천만원인데도 이 아파트의 감정가가 이 보다 2억 가량 낮은 10억9천만원으로 평가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자 없이 한차례 유찰된 것만으로도 강남아파트를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보는 사람들에게서는 분명 쟁점이 될 만한 커다란(?) 사건이었음에 틀림 없다. 하물며 낙찰가가 10억원을 밑돌았으니 오죽하겠는가! 이번에 낙찰된 아파트가 1층에 소재해 있다는 특성이 있음에도 말이다.
각설하고 지난해 1월부터 건교부에서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공개해 왔다. 실수요 목적이든 투자목적이든 입찰자로서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참고해 입찰가격을 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건교부에서 공개하는 실거래가는 거래된 특정 아파트(경매관점에서 봤을 때의 입찰하고자 하는 해당 호수의 아파트)의 층, 향, 조망권 등 제반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단지내에서 거래된 일반적인 가격이 공개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실거래가 공개가 아파트에 한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최근에 물건종별에 관계없이 등기부등본에 실거래가가 기재된 경매물건이 경매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어 그러한 아쉬움이 해소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등기부등본에의 부동산 실거래가 기재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시행된 것으로 경매물건이 경매신청된 후 입찰에 부쳐지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부터 실거래가가 기재된 경매물건이 나올 수 있는 시점이지만, 올해 4월 들어서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등기부등본에 실거래가가 기재된 경매물건이 늘어난다는 것은 입찰자들의 입찰가격 산정시 판단해야 할 객관적인 기준이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다. 과거 입찰가 산정시 입찰자들이 감정평가액과 조사된 시세가를 기준으로 입찰가를 산정하던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감정평가액의 경우 경매신청에서 입찰시점까지의 차이가 6개월 이상 걸리는 특성상 현시세로 보기가 어렵고, 또한 현장시세의 경우에도 시세가 정형화 되어 있는 아파트를 제외한 상가, 토지 등 여타 종목의 경우에는 현장 시세 판단하기가 어려워 더불어 입찰가(또는 낙찰가)의 적정성 여부가 종종 도마에 오르곤 했었다.
이러던 차에 실거래가가 등기된 경매물건이 등장했다는 것은 입찰자로서는 상당히 반가운 일이지만, 입찰자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입찰가를 산정할 정도로 실거래가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실거래가 제도가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등기된 실거래가가 거래당시의 시세를 거의 반영하고 있고, 또한 신고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그 신고된 가격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5월까지 경매시장에 등장한 수도권 소재 실거래가가 기재된 경매물건 60건중 기낙찰된 경매물건 17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감정가액대비 실거래가율은 69.76%로 실거래가가 감정가액보다 30% 이상이나 낮게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연동해 전체 평균 낙찰가율은 감정평가액대비 80.7%인 반면 실거래가에 비해서는 무려 115.69%나 됐다. 아직은 투자자들이 실거래가보다는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반증이고, 역으로 보면 실거래가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주거용 부동산이냐, 상업용 부동산이냐에 따라 실거래가율이나 낙찰가율도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는 실거래가율이 94.01%로 거의 감정가에 이르고, 낙찰가율도 감정가대비 102.36%, 실거래가대비 108.89%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가 정형화돼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실거래가 신고가 잘 이루어지고 있고, 감정가액과 더불어 실거래가도 입찰자들의 입찰가격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시세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상가의 경우에는 실거래가율이 33.96%에 불과했고, 낙찰가율은 감정가대비 48.72%인 반면 실거래가대비 무려 143.4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최근 5월 9일에 낙찰된 고양시 일산구 일산동 소재 포오스프라자 1층 112호 상가 23.89평형이 감정가 3억8천만원에서 4회 유찰된 1억5565만원에 경매에 부쳐져 감정가의 48.86%에 해당하는 1억8565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1일에 최종 거래될 당시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이 물건의 실거래가는 감정가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원에 불과했다. 감정평가시점도 지난해 7월 28일로 최종거래시점과 2개월 남짓 차이가 날 뿐이다.
주거용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종목의 실거래가 정착에 의한 낙찰가율 안정이 아직은 요원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다만 시세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그런 물건일수록 향후 입찰자들의 실거래가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실거래가가 주거용 부동산 뿐만 아니라 시세 판단하기 어려운 토지나 공장 및 상가 경매물건의 입찰가 결정에 더욱 영향을 줄 것이고, 더불어 낙찰가율 안정에 상당수 기여할 것이라 본다.
더불어 등기된 실거래가의 입찰가 산정 반영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떠나서도 그러한 물건은 취득 후의 재매각 수요와 재매각 가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처분수익률 산정 및 입찰의사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세가 정형화되어 있는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을 물론 그렇지 않은 상가나 토지의 경우에도 실거래가 등기된 경매물건이 늘어날수록 이제는 입찰자들의 입찰가 산정시 등기된 실거래가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될 수 있는 시점에 들어서고 있음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실거래가 신고 및 등기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