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나 ‘재테크’, ‘재테크’하니까 사람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지가 꽤나 오래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외환위기를 겪은 후인 2001~2002년 경 부터이다. 그 후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기업에서도 상시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재테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몇 년 전부터는 청년 실업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대학생들도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돈을 모으거나 투자를 하고 있다. 심지어 자녀의 경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어린이날 선물로 초등학생인 자녀에게 적금이나 펀드 통장을 하는 부모도 있을 정도로 재테크 관심 연령이 내려가 있는 실정이다. 아마 이번 어린이날 선물로 통장을 계획하고 있는 부모도 제법 될 것이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1995년부터 방송을 시작해서 줄곧 인기를 얻고 있는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란 프로가 있는데, 직장인에게는 승진과 월급 인상만큼이나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 많아 가히 ‘지금은 재테크 시대’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사람이 평생을 사는 동안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을 꼽자면 노후자금, 내 집 마련 자금, 자녀 교육비 등을 들 수가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 바로 노후자금이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노후자금도 조사하는 기관마다 다르고, 가정마다 상황이 달라 같을 수는 없지만 모 금융기관의 조사 자료를 보면 노후에 중산층 생활이 가능하려면 집을 제외하고도 4억 7천만 원이나 필요하다고 한다.
당신이 운이 좋아 부자 집에 태어나거나,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이거나 능력이 뛰어나 회사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 노후 준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전체 인구에서 5%도 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95%의 사람들에게는 돈을 효율적으로 모으고 투자하고 관리하는 재테크-올바른 표현은 재정계획(Financial Planning)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재테크가 일반적인 표현이므로 이를 사용-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의외로 재테크를 제대로 할 줄 하는 사람은 적은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학창 시절에 제대로 된 재테크(금융, 부동산) 교육이 전무한 실정이다.
나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어서 초등학교에서 대학교 졸업 때까지 이와 관련해 아무런 교육도 받은 기억이 없다. 이러다보니 대부분의 경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돈을 벌게 되어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고, 당연히 애써 모은 돈을 굴리는 방법도 잘 모르게 된다.
둘째, 가정에서도 재테크 교육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재테크 교육이 바로 ‘용돈 관리’이다. 자녀가 어려서부터 받게 되는 용돈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써야하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돈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등에 대한 교육을 해 주어야 하는데 대부분 이에 대한 교육이 없다보니 경제관념이 부족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경제관념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와서 훌륭한 직장에 취직해도 돈을 모으지 못하고 부모에게 계속 손을 벌릴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아지게 된다.
셋째, 아직 기업에서의 재테크 교육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나도 재테크 강사로 강연을 종종 하지만 강의 요청은 백화점 문화센터나 언론사 등에서 주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직 직원들을 위한 기업체 강의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고객만족, 재무, 마케팅, 품질경영 등에는 관심이 높지만 금융권을 제외하고는 아직 ‘재테크는 직원 개인이 알아서 하는 영역’ 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직원이 그렇지 못한 직원보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더 높을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재테크 분야의 체계적인 실무 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과도 비례하기 때문에 앞으로 그 필요성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컴맹’도 문제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맹’은 더 큰 문제이다. 따라서 앞으로 학교, 가정, 기업에서 금융이나 부동산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은 필수이며 이런 것이 선행될 때 ‘재테크 시대’라는 외형에 걸맞는 내실이 제대로 갖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