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필자가 살았던 서울의 변두리 모 아파트 앞 진입도로에는 재래시장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아파트 앞에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예전처럼 따뜻한 인간미가 유지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 안에 있는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보다는 시끌벅적하고 에누리도 있고 물건을 살 때 흥미를 느끼곤 한다.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 보통 어떻게 고르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자.
‘이거 얼마예요? 3,000원? 무슨 무우 몇 개에 그렇게 비싸요? 2,500원만 해요..’
‘이거는요? 그래요? 요즘 가격들이 많이 올랐네요? 그럼 덤으로 하나 더줘요..’
이런 대화가 오고 가면서 약간의 에누리나 덤으로 더 받는 협상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물건을 파는 매도자의 입장과 물건을 사는 매수자의 입장에서 서로 약간의 양보로 가격이 이루어지면서 물건의 이전이 시작된다..
이러럼 재래시장에서의 투자법이 바로 ‘재래시장 투자법’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재래시장 투자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정기예적금의 금리가 10%안팎으로 나름대로 투자에 대한 피부로 느끼는 가격상승률이 있었다.
같은 정기예금의 금리라도 지점장의 재량에 따라서 거래금액에 따라서 금리도 우대해주고 대출 역시 본사에서 한 건 한 건 정확한 차주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아서 지점장이나 은행직원의 예외승인 사례가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전혀 협상이나 예외처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확정금리 또는 주식시장의 흐름에 따라서 금융 거래자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명확한 수익률 산출과 함께 대출의 경우에도 차주의 신용도와 점수화된 개인별 평가표에 의해서 금리와 한도가 딱 떨어져서 산출되고 대출이 진행된다.
바로 할인마트형 투자와 금융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할인마트에서 식료품을 산다고 생각해보자.
우선은 손으로 들어서 포장상태를 볼 것이다.(요즘에는 거의 모든 식료품이 비닐이나 랩 등으로 포장되어 있다..)
아울러 유효기간을 볼 것이다.
그리고 들어있는 내용물의 비율이나 영양분등을 따져볼 것이다.
들어가 있는 내용물을 소비자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추가로 더 넣거나 빼거나 할 수가 없다.또한 가격도 코드화되어 전산으로 찍으면 계산대에서 다 나와버린다.
가격을 깎는다거나 덤으로 더 받는 경우가 일체 없다.
또한 소비자와 판매자의 대화가 전혀 없다.이상품의 장점이나 지금이 구매해서 음식을 해먹거나 먹기에 적당한 시즌이라는 등의 안내설명이 전혀 없다.
모든걸 소비자가 판단하고 결정해서 구매를 결정한다.
이러한 투자가 바로 할인마트형 투자이다.
즉,최근의 금융거래 특히 투자에 있어서는 재래시장형 보다는 할인마트형 투자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PB나 투자상담사가 어느 정도 설명을 해주기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본인이 가입하는 금융상품 특히 펀드의 경우에는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가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할인마트에서 물건의 유효기간과 내용물과 영양분을 보듯이 투자설명서의 내용에 대해서 꼼꼼하게 체크해서 가입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금융상품 특히 펀드의 가입에는 이러한 까칠한 확인절차와 부수 설명을 요청하는 할인마트형 소비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할인마트형 소비자의 자세로 물건을 고르듯이 펀드상품을 고르려면 운용보고서의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한다.
운용보고서의 내용 중에 몇 가지 꼭 챙겨야 할 제목과 내용에 대해서 정리해보도록 하자.
우선 거의 대부분의 펀드상품의 운용보고서에는 ‘투자신탁현황’이라는 목차가 있다.
항목으로는 기준가격이 들어가는데 최근 한달,3개월,6개월,1년등의 기간별 수익률을 비교해서 현재의 흐름과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 챙겨야 할 제목으로는 ‘자산구성 현황 및 비율’이라는 목차이다.
전체 펀드의 운용자산에 대한 내용과 함께 비율을 정한 것인데 자산구성과 그 자산중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율 및 위험도를 체크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의 주식시장의 흐름과 세계,국내 경제동향에 맞는 업종이나 종목에 제대로 투자가 되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운용개요 및 손익현황’ 이다.
최근의 기간별 수익률과 차트와 함께 수익률이 얼마나 꾸준함을 보였느냐와 BM(벤치마크 수익률 : 보통 국내주식형 펀드의 경우에는 종합주가지수)수익률 대비 수익률의 편차를 살펴 봐야한다.
아울러 수익률의 등락이 얼마나 심했는지와 동종 펀드별 수익률 중 어느 정도의 수익률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챙기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수수료와 보수’가 어떻게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8%의 수익률을 거둔다고 해도 수수료와 보수로 3%이상 내야 한다면 차라리 안전한 은행권이나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이나 부금으로 가입하는 게 나을 것이다.
따라서 펀드를 가입할 때 부담해야 할 수수료와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꼼꼼하게 알아보자.
지금까지 몇 가지 할인마트형 투자 시 챙겨야 할 사항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금융상품의 안내장이나 통장,증권을 식료품의 안내문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먹는 것이기에 중요하게 여기듯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기에 중요하게 생각하고 읽어보고 알아보도록 하자.
까칠한 금융거래만이 유효기간이 지난….상하지 않은…식료품을 사 먹지 않는 식료품구매습관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