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5억쯤 하지? | ||||||||||||
| 머니닥터 : 노용환 (노용환 재테크연구소 소장) | ||||||||||||
|
나에게는 대학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다. 대학 시절에 우린 학교는 달랐지만 같은 연합 동아리 활동을 했었고, 가끔 토요일에는 우리 집에서 함께 TV 토론 프로를 보며 갑론을박 하기도 하면서 (나는 현실주의자, 친구는 이상주의자라 많은 논쟁을 벌임)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시간이 지나 부산에서 90년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그 친구는 모 공기업에 취직해서 고향에 남았고, 나는 미국계 합작회사에 취직해 수도권으로 올라와야만 했다. 비록 세월은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우리는 1년에 한번 정도는 친구가 출장을 오면 꼭 만나서 회포를 풀곤 한다. 작년 추석 후 어느 날 나는 그 친구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했다. 나 : 00아? 잘 지냈냐? 친구 : 그래. 너는? 나 : 나도 잘 지냈다. 친구 : 야. 그런데 너 지난여름에 이사 갔다며? 나 : 어! 너 그걸 어떻게 알았냐? 내가 말도 안했는데.(나는 같은 생활권이 아니라서 친구에게 그동안 전혀 얘기하지 않았었다.) 친구 : 내가 가끔 네 블로그에 들어가잖아. 그래서 알았지. 그런데 너는 이사 가는 걸 나한테도 얘기도 안하냐? 나 :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친구 : 그래도 그게 아니지. 그런데 몇 평으로 이사 갔냐? 나 : 40평대. 친구 : 그거 얼마나 하냐? 한 5억쯤 하지? 나 : ... 나는 친구의 질문에는 바로 답하지 못하고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친구가 말한 금액으로는 입주한지 10년이 넘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32평 아파트도 사지 못하고, 내가 이사를 간 아파트가 친구가 말한 금액의 2배도 넘는다고 하면 친구가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통화를 하다보니 친구 역시 재작년 겨울에 출장 왔을 때 ‘같은 단지의 20평형대에서 30평형대로 갈아타는 것이 어떠냐?’라고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수도권에는 여러 이유로 중대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높은데, 지방에도 앞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친구는 내 말을 듣고 부산으로 내려가자마자 집을 내 놓았지만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아 파는데 몇 달이 걸렸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이사 갈 30평대 집을 좋은 조건에 사서 대출 몇 천을 받아서 지난봄에 이사를 했다고 했다. 나는 ‘잘 했다.’며 축하한다고 했다. 같은 30대 후반의 나이에 절친한 친구와 나는 비슷한 상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차이가 있다면 내가 결혼을 2~3년 정도 빨리 했고, 맞벌이를 한다는 점, 나는 아이가 둘이고 친구는 하나라는 정도가 굳이 차이라면 차이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나는 수도권에 살고 있고 친구는 지방에 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부동산(재테크) 전문가라는 일의 특성상 부득이 나는 전국의 아파트 가격과 부동산 흐름을 거의 다 알고 있다. 현재 친구가 살고 있는 부산의 아파트는 1990년대 후반에 택지지구로 개발되어 2000년대 초반에 입주한 곳이라 지역 내에서는 선호도가 제법 높은 곳이지만 가격은 30평형대가 2억 초반이다. 지방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운 참여정부의 지난 4년 동안 친구와 나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수도권과 지방은 이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강’이 놓여지게 되었다. 그동안 수도권 아파트가 2~3배 오르는 동안 지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별로 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무차별적인 세금 확대 정책과 규제를 지방이 수도권과 똑같이 적용받다보니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급 물량이 많고, 수요는 적은 지방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지면 수도권을 겨냥한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이 애꿎게 지방 부동산만 초토화시킨 셈이 되고 말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수도권과 지방의 선별적인 부동산 정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부동산 정책을 보완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라고 공언하고 있으니, 지난 과거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그 친구가 부동산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친구가 내가 사는 곳의 아파트 가격을 안 다음 자기가 사는 곳과 비교를 하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지가 걱정되기도 하고, 혹 사이가 멀어지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친구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큰 일만 없다면 앞으로 노후 준비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아들은 아마 앞으로 수도권에 직장을 얻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이곳의 아파트 가격으로 힘들어 할 것이고, 혹 자기 부모를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그때 왜 수도권에 살지 않았냐고?(수도권에 근무할 수도 있었는데 본인이 고향에 남고자 했음.) 도대체 가장 친한 친구와 나를 누가 이렇게 멀어지게 하였나!
|
카카오가 제공하는 증권정보는 단순히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제공된 정보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으며, 카카오는 이용자의 투자결과에 따른 법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Copyright (c)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카카오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