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人]
영혼 있는 투자자의 후예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신탁운용의 첫 번째 한국인 대표 전용배. 전 대표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등장한 대형 100달러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다소 길고 난해한 영문 이름의 회사를 쉽게 설명해달라는 주문에 대한 답변이다. 미국인이 존경하는 프랭클린과 위대한 투자자인 존 템플턴의 이야기는 곧 이 회사의 역사이자 미래이다.
지난 2월 26일, 여의도 국민일보사에 있는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신탁운용을 찾았다. 100달러 속 인물 벤자민 프랭클린 얼굴이 그려진 CI가 취재진을 맞이했다.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니 통 창문 너머로 여의도공원이 정원처럼 시야로 들어왔다.
“2006년~2007년도에 이머징마켓 투자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를 권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 브릭스 펀드와 차이나 펀드 등 이머징마켓 투자가 트렌드였지만 저희는 글로벌 분산투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해외투자가 초보인 한국 투자자는 글로벌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서서히 이머징마켓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투자 원칙을 상기시켰던 거죠.”
전 대표는 프랭클린템플턴의 장기투자 문화를 설명하며 9년 전의 경험을 꺼냈다. 그 당시 수탁고를 크게 늘리진 못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자산을 큰 손실 없이 지켜냈다.
전 대표는 글로벌 회사에서 영업 업무를 두루 거쳤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쌍용투자증권 영국 현지법인 부사장을 거쳐,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에서 근무했다. 프랭클린템플턴 한국지사 초창기 멤버로 입사 15년 차다.
금융 지식을 나누는 재능 기부를 꿈꾸는 전 대표는 가끔 대학이나 구청에 강의를 나간다. 템플턴 재단을 설립하고 ‘존 템플턴 상’을 제정하여 타인에게 행복을 나눠주려 했던 존 템플턴을 떠올리게 한다. 모범생 이미지로 다가오는 전 대표의 화술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고 맛깔스럽게 이어진다. 그는 눈 내린 겨울 산 오르기를 좋아한다.
프랭클린템플턴에 입사한 지 15년째, 대표로 취임한 지 6년째를 맞이했습니다. 한국사무소의 첫 한국인 대표이기도 합니다.
전용배: “회사에 입사할 때부터 CEO라는 생각으로 일한 것 같습니다. 그 당시는 외국인이 대표를 맡았고, 한국인으로는 제가 가장 선임자였기에 우리나라 사람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이 강했지요. 그래서인지 제가 한국인으로는 첫 번째 대표가 되었지요. 프랭클린템플턴이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 만이었습니다. 글로벌 시장과 회사를 잘 알고 한국 시장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분석할 때 외국인으로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끔 발생했는데, 지금은 제가 직접 회의에 참석, 자세하게 설명하기에 소통이 좀 더 원활해진 것 같습니다.”
금융위기를 겪고 변화된 시장 상황에서 대표를 역임하셨는데요. 회사를 경영하며 아쉬웠던 점,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전용배: “현재 우리 회사는 리테일 비즈니스와 기관 비즈니스 비율이 2:8 구조인데, 금융위기 이전에는 5:5였어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개인 투자자의 수탁고는 급격히 줄고 기관 투자자는 늘었습니다. 리테일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기에 앞으로도 리테일 비즈니스에 더욱 매진할 예정입니다. 해외투자에서 손실을 경험한 개인 투자자가 있기에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함께 힘든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분산투자와 다각적인 투자 차원에서 해외투자가 다시 활발해지기를 희망합니다.
보람 있었던 일로는 다양한 해외 상품을 가져와 국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 점입니다. 금리연동상품이나 미국 인컴 펀드,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를 한국에 들여왔습니다. 저성장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상품에 만족하지 않고,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요구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였지요.”
한국에서 대학공부까지 마치고 주로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씨티은행을 거쳐, 쌍용증권 영국 현지 법인 부사장을 지내는데요. 문화적인 불편함은 없었는지요?
전용배: “첫 직장인 씨티은행에서 글로벌 스탠다드 문화를 익혔습니다. 점심때마다 업무관련 텍스트북을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되었죠. 쌍용증권 영국 현지 법인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방법을 익혔습니다.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며 조화롭게 소통하는 기술을 터득한 거 같아요. 회사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습니다. 말이나 글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근무하다 보면 체득되는 것 같아요. 미국 본사에서 직원을 만났을 때, 일주일 정도 해외 지사에 출장 갔을 때도 느낍니다. 이제 우리 회사 문화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취임 6년 차, 회사의 장기적인 전망이 뚜렷하게 그려질 것 같습니다.
전용배: “자산운용업은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합니다. 평소 롤렉스를 예로 자주 드는데요. 롤렉스가 어떤 시계를 내놓아도 소비자들은 신뢰합니다. 롤렉스는 허술한 상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믿음이 고객에게 박혀있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개인 투자자, 즉 리테일 투자자들에게 브랜드 가치는 영업에서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프랭클린템플턴도 그런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회사 이미지를 리테일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죠. 프랭클린템플턴은 한국에서는 다이어리 회사로 인식될 정도로 개인 투자자에게 인지도가 낮습니다. 미국 본사가 스폰한 ‘프랭클린템플턴 슛 아웃’ PGA 골프대회의 TV 중계 시 광고를 내보낸 것처럼 개인 투자자에게 회사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입니다. 장기투자, 안정적인 투자로 유명한 회사임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랭클린템플턴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해주시죠.
전용배: “미국 100불짜리 지폐에 나오는 인물이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프랭클린은 17~18세기 위인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의 세종대왕과 같은 분이죠. 프랭클린 창립자인 찰스 바트렛 존슨은 프랭클린을 존경하여 회사명으로 사용하였습니다. 1992년에 프랭클린이 템플턴그로스사를 인수했어요. 템플턴그로스사는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처럼 위대한 투자자인 존 템플턴이 1954년에 설립한 회사입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국내 최초로 진출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투자 철학과 투자 상품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국내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60년 이상의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 관리,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방법을 잘 아는 회사입니다.”
오랜 투자 경험과 안정적인 투자회사로 한국에서 선방했던 사례를 이야기해주시죠.
전용배: “2006년~2007년도에 한국에서 이머징시장 투자 붐이 일어났습니다. 브릭스 펀드, 차이나 펀드가 대거 출시되고 성과도 높았던 시기이죠. 그런 국내시장 분위기를 전하며 본사에 브릭스 펀드와 차이나 펀드를 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죠. 본사에서는 단호하게 ‘NO’라고 답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이 이제 해외 투자를 시작하는 단계인데 글로벌 분산 펀드가 기본이고 이머징시장 투자는 서서히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죠. 한국의 트렌드와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글로벌 펀드 판매에 주력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답답한 일이었지만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죠.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글로벌 분산투자가 먼저이고 브릭스와 이머징마켓 투자는 분산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투자 원칙을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회사 영업 차원에서는 잘 팔리는 상품을 내놓으면 그 당시는 좋겠지만, 고객으로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을 수 없습니다. ‘Put Clients First’, 즉 고객 우선주의라는 우리 회사의 운용 철학을 실천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기에 한국 투자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해외 투자 펀드는 무엇인가요?
전용배: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한 투자를 고민하시는 고객이라면 미국 ‘프랭클린 인컴 펀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미국에 설정된 지 67년 된 펀드로 저희 그룹의 초대 회장이 운용했고, 지금까지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펀드입니다. 일명 ‘웨더펀드(Weather)’라고 부르기도 해요. 추우나 더우나 날씨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펀드라는 의미죠.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은퇴자들에게 필요한 소득을 제공해줄 수 있는 펀드입니다. 우리나라도 노후 준비가 관심사인데 미국 인컴 펀드야말로 어떤 상황에도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줄 중추적인 펀드로 좋을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100세 시대에 ‘바이오헬스 펀드’도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오늘(2월 26일) 출시한 ‘프랭클린 K2 멀티전략 증권 펀드’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헤지펀드임에 불구하고 저렴한 보수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펀드입니다. 헤지펀드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K2 Advisors’사를 2012년에 인수하여 검증을 거쳐 올해 출시하였습니다. 우리 회사는 늘 신중하게 투자하니까요.”
60년 넘게 프랭클린템플턴이 지켜 온 운용 철학은 무엇입니까?
전용배: “앞서 말씀드린 ‘Put Clients First’, 즉 고객 우선주의 외에도 ‘Think Globally, Act Locally’를 꼽을 수 있습니다. 생각은 전 세계적으로 하되 투자할 때는 현지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세계 33개국에 진출해있는데 그 특징이 현지화 된 비즈니스를 하는 것입니다. 토착 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 전문가가 주도적으로 투자를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현지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한 시스템을 갖추며 여러 나라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강조하는 프랭클린템플턴의 장수 펀드가 궁금해집니다.
전용배: “미국에 등록된 ‘프랭클린 인컴 펀드(Franklin Income Fund)’가 1948년에 설정돼 가장 오래되었고 지금까지 꾸준한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1950년대에 설정한 ‘템플턴 글로벌 펀드’는 투자의 기본 축이 되는 펀드로 존 템플턴이 미국인에게 미국 이외에도 투자 시장이 있다는 것을, 즉 미국 사람들에게 해외투자를 가르친 펀드입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먼저 일본과 이머징마켓, 한국에 투자해 큰 수익을 기록한 펀드입니다.”
대표님 개인 투자는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전용배: “우리 회사 신상품이 나오면 제일 먼저 투자합니다. 오늘도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날이라 1번 고객으로 가입하고 왔습니다. 바이오 펀드도 출시하는 날 첫 번째 투자자가 되었죠. 우리 회사 상품만 가입해도 자산관리가 충분하고 분산투자도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처음, 펀드에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방법을 알려주신다면?
전용배: “존 템플턴은 언제 투자하면 좋겠냐고 묻는 청중에게 ‘당신이 돈이 있을 때 하라’고 말했다고 하죠. 저도 마찬가지인데 여윳돈으로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투자목표를 정하고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석 달 후에 전세자금으로 쓸 자금이라면 은행이자보다 조금 더 나오면서 안정적인 상품에 가입해야 할 것이고, 신입사원이 은퇴자금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공격적으로 투자해야겠죠. 세 번째는 무턱대고 분산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목표에 맞게 분산투자하라는 것입니다.”
글. 김성숙 기자(goong171@naver.com)
사진. 지미연 기자(agad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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