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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추천 0 | 조회 1174 | 번호 2389 | 2013.05.14 14:47 투자자보호재단 (inv***)

박병우 사무국장

 

  요즘 신문을 펼치면 조기퇴직, 은퇴준비, 노령화, 하우스푸어, 에듀푸어, 고독사 같은 단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이 부각시키는 바는 다름 아닌 암담한 직장인의 미래상이다. 특히, 필자와 같이 50대 가장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식들의 교육과 혼사 등으로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일부는 부모 봉양까지 책임지고 있는 형편이다. 직장에서는 이미 퇴직하였거나, 가까스로 남아있는 경우에도 조기 퇴직의 그림자가 목전에 어른거린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출을 아무리 줄이더라도 돈이 남기는커녕 적자만 커진다. 그런데 주위에서 노후준비가 시급하다고 한다. 국민연금과 수중에 있는 쥐꼬리만한 현금으로는 턱도 없다. 한 때 노후의 든든한 자금원으로 믿었던 아파트 가격도 연일 떨어지고 있다. 집마저 없거나 있더라도 대출을 끼고 있어 실제로는 자산이 거의 없는 경우도 간혹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앞뒤가 꽉 막힌 상황이어서 당장 몇 년 후를 기약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러니 노후준비는 하고 싶어도 할 수도 없지만, 하려고 마음먹어도 여지가 없기도 하다. 그런데도, 언론이나 금융전문가들은 연일 노후문제를 언급한다. 그들이 제안하는 방법이란 당장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돈을 모으라는 것이다. 돈이 없으면 교육비 등 자식에게 들어갈 돈이라도 줄이고, 금융기관의 상담을 받아 노후준비용 자금을 마련하라는 것인데, 과연 가능한가? 그러면 계획대로 되는 걸까? 이러한 필자에게 주변에서 자문을 구할 때면 곤혹스럽다. 제 자식의 교육비를 아껴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게 아낀 자금으로 금융 전문가에게 상담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필자의 생각으론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자식의 미래를 포기하게 하고 그 돈을 아껴서 자신의 안위를 도모한다는 생각 자체가 와 닿지 않는다. 필자의 세대는 안톤 쉬낙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읽으며 감상에 빠졌던 학창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대책 없는 노후준비에 대한 압박이 우리를 정말 슬프게 한다. 이하에서 관련하여 떠오르는 몇 가지 단상들을 적어 본다.

 

  # 단상 1: 필자는 일전에 금융업계(대부분 증권업)에서 30여년을 보낸 10 여명의 지인들과 함께 현재 재산 상태와 미래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우리 친구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에 동의하였다. 투자를 잘 해서 적지 않은 재산을 모아 노후에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이는 경우는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나머지 대부분은 살고 있는 아파트 1채와 얼마간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순 없다하더라도 삶의 수준이 많이 하락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친구들의 희망사항이었다. 아무튼 우리 세대는 대부분 미래 준비가 제대로 돼있다고 보긴 어렵다. 더구나 전체의 10~20%의 경우 투자실패로, 빚보증을 잘못서서, 또는 가족의 질병 등 다양한 사유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처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보면 상위 10%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미래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낄 뿐 뾰족한 대책이 사실상 없는 상태이다. 친구들 대부분은 최고 학부를 나온 엘리트로서 소위 ‘금융 전문가’(2명이 은행업, 1명이 보험업, 나머지는 모두 증권업에 종사)들인 셈이다. 그런데 ‘금융전문가’ 그 자신들의 재산 관리 결과는 대체로 성공적이지 않다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필자는 금융기관 종사자의 재산상태가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 종사자 보다 더 양호하다는 조사결과를 본 기억이 없다. 과연 금융기관은 우리에게 노후준비의 해법을 찾아줄 수 있을까?

 

  # 단상 2: 자산의 운용ㆍ증식과 관련하여 많이 인용되는 실증적 이론이 있다. 바로 자산 배분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자산을 투자하고 관리할 때 어떤 요인이 가장 중요한가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 투자 대상을 매매하는 시기나 가격 보다 어떤 투자대상에 얼마를 투자(배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실증분석의 결과를 보면 다양한 투자 대상(현금, 유가증권, 부동산 등)에의 배분(비율)이 투자성과에 절대적인 영향(90% 이상)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자산배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막상 실천하려고 하더라도 자산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만고불변의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주변 환경과 개개인의 처한 상황 등에 따라 최적의 배분비율이 다를 뿐 아니라, 그렇게 배분한 것이 잘된 것인지 여부 또한 상당 기간이 지나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이 바로 3분법이다. 현금 내지는 현금성 자산에 1/3, 위험하지만 유동성이 양호한 주식에 1/3, 그리고 부동산에 1/3로 나누어 투자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어디에 얼마를 투자(배분)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적립식으로 분산투자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미래를 점칠 수 없으니 여러 군데 골고루 나누어서 오래 동안 묻어두란 의미이다. 이런 결론이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50대의 노후준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단상 3: “어제 김과장이 주식에 다시 투자하기 시작했다더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 사무실에 있는 동료 직원들은 아연 긴장하였다. 그는 사내에서 마이다스가 아닌 “마이너스의 손”으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들은 다른 직원들은 이제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인가 하는 고민을 시작하였다. 김과장이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땐 활황장세의 8부 능선을 지나갈 때이고, 그가 돈을 마련하여 투자에 나서면 시장은 항상 정점을 찍고 하강국면을 시작하더라는 지난 경험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믈론 김과장은 이야기속 가상의 인물이지만,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주식시장은 왜 이렇게 나에게 적대적일까?” 노후자금을 마련하고자 주식형펀드에 소액이나마 투자를 해 볼까 하는데, 혹시 내가 시작하려는 지금이 막 하강하기 직전의 주식시장 정점은 아닐까?

  

  금년 들어 해외 주식시장의 추이가 좋다. 미국증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나 금융기관의 부실화 문제가 아직 완전히 정리된 상황이 아니지만,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실물 부문이 살아나고 있다는 여러 징후가 나타나면서 낙관적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주식시장은 그렇지가 않다. 조금 올라가는가 하면 곧 하락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악재에는 민감하고 호재에는 둔감한 약세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모처럼 해외증시의 상승에 동반상승하던 예전의 국내 증시 모습을 기대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주변에서 “요즘과 같은 저금리를 감안하면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하고 필자에게 자문을 구하는 이가 종종 있다. 이들의 생각 이면에는 ”혹시 내가 투자하면 시장이 하락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노후자금을 모으기에는 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이 모범답안이며, 조금씩 시작하라고 조언해 주곤 한다. 그런데, 이런 조언을 하면서도 그들이 금융기관과의 상담과정에서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요즘 금융기관들은 규모나 업종과 관계없이 최악의 수익성 악화로 허덕이고 있다. 몇몇 증권회사가 존폐를 고민한다는 소문도 있고, 보험회사들도 금리하락으로 기존에 팔아둔 상품에서는 역마진이 난다고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은행들도 대출이 급감하고 기존 대출은 미상환되는 등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경험으로 보면 이럴 땐 금융기관들이 더욱더 마케팅을 강화하기 마련이며, 이는 곧 무리한 영업 행위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진행된디. 그렇게 되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불완전판매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진다. 평소에도 그러하지만 금융기관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판매한다.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땐 그 경향이 더 심해지며, 그러한 것은 투자자에게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고 보면, 금융기관이 노후준비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개인들이 각자 알아서 자산배분의 정답이나 유망한 투자 대상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주식에 투자할까 해도 과거 실패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이와 같이 경험에 의해 증명된 것도 없고, 명확한 기준이나 방법도 없다면 주먹구구식으로 여러 종목이나 주식형 펀드에 나누어 수년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가? 금융전문가에게 가서 상담하면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필자의 생각에는 부분적으로 도움을 받되, 너무 많이 의지하거나 기대하지 않았으면 싶다. 자신의 미래 설계와 그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찾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들의 조언대로 따를 경우 도움을 받기 보단 그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데 이용당할 우려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안타깝게도 지금 상황에선 끝없이 돈이 나온다는 전설속의 화수분이 없는 바에야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다. 그저 덜 쓰고 다람쥐처럼 조금씩 모으는 것이 최선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없는 묘책을 마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세간의 ‘전문가’들의 말을 과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장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기화로 우리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취하려는 음흉한 시도들이 많다. 유난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은 요즘, 여기저기서 그럴듯하게 포장한 그런 자들과 자주 마주치면서 드는 필자의 생각을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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