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사례 : 자영업자 목 조르는 현금 서비스와 마이너스 통장>
재무 상담에 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은 오랜 경력을 가진 상담사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금융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전적 의미보다 더 큰 인간적 ‘관계’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재무상담이 돈을 매개로 하여 상담을 하는 것은 맞지만, 재무 상담에 관한 정의는 매 상담마다 다르다. 상담 자체가 정형화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을 진행하는 상담사의 경험과 가치에 따라 달라지며 또한 상담신청인의상황과 가치에 따라 또 다른 정의가 내려진다. 작년 12월, 부채클리닉을 통해 만난 신청인 중 상담의 정의를 특별하게 내린 분이 있었다.
경영난으로 인한 실직과 우연한 창업
신청인은 3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전에 일했던 빵집에 들렀다. 그 발걸음이 인연이 되어 생애 첫 사업을 시작했다. 부족한 자금으로가게를 인수해 보수공사 없이 영업을 시작했지만, 부족 부분을 조금씩 챙겨나가다 보니 돈이 안 들어 갈수는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빵을굽고, 혼자 가로등 사이로 퇴근하는 매일이 고된 하루였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것이 좋았다고회상하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신청인은 새로운 마음으로 일하고 싶은 욕심에 인테리어를바꾸고 각종 기계와 소장비들을 구입하고자 신용보증재단에서 1200만원을 대출 받았다. 드디어 보름가량의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고 제과점은 다시 손님을 맞았다.
운전자금 없어 현금서비스 손대
총 2500만원 정도의 대출이 있었지만, 공사후 2년간 카드 값과 대출을 갚아나가면서 점점 안정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작년 5월부터 매출이 줄면서 점포 월세와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금액들이 큰 부담이 되었다. 운전자금이 있어 이러한 카드 이자 등을 부담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겠지만,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운전자금은 배부른 소리로 들릴 뿐이다. 그 이유는 오늘 당장 물건을 팔지 못하면, 내일 재료값을 주지 못하는 영세함에 기인함을 과거 4년 정도 자영업을해봤던 나는 잘 알고 있다.
유동성 부족은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목을 조른다. 상담을 해보면 많은 자영업자들이현금서비스와 마이너스 통장을 운전자금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신청인 역시 이후 매출은줄고 재료값이 상승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카드 값이 8백만원까지 늘어났다. 3년 전 구입한 차량 할부금도 몇 개월 안남았지만 연체가 되기 시작했다. 결제일만 되면, 여기저기서울려대는 전화기 소리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전화기를 꺼놓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버렸고, 결국 한 명있던 아르바이트생마저 그만두도록 할 수 밖에 없었다.
신청인은 열심히 일을 하지만 돌고 도는 카드 값에 이자를 내기도 빠듯했다. 리볼빙서비스는 월 결제 부담을 줄여준다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뒤에는 누적된 모든 금액에 대한 비싼 이자를 지불하는 희생을 담보로 한다. 1000만 명이 넘는 리볼빙 가입자들은 대부분 이러한 양면을 보기보다는 편리함에 혹해 사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서서히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들어가는 것과 같지만 말이다.
“돈도 안 빌려주면 무엇을 해준단 말입니까?”
1차 상담이 거의 정리가 되어갈 무렵, 필자는 신청인에게 차를 팔아야 한다고강도 높게 얘기했다. 신청인은 역시나 “차를 팔면 해결되는 것은 저도 알고 있는 겁니다.”라고 대답하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부채클리닉의 문을 두드리는대다수는 추가 대출을 원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을 드리면,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해준다는 말입니까?”라면서 부채클리닉의 대안에 대해서 많이 묻곤 하신다. 1차상담을 통해 상담사와 신청인이 현 상태를 정리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최고의 대안은 조기진단을통한 예방이다.
하지만 만약 신청인이 상담시점에서 부채의 악순환 고리에 있다면
둘째, 현금흐름이나(소비지출관리), 대차대조표상(자산매각)의 자구적인 해결책이다.
만약 신청인의 상황 상 자구책이 불가능할 경우
셋째, 금융(부채통합, 기금대출, 저금리 환승 등)이나 법률(워크아웃, 회생, 파산 등)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드린다.
하지만 단순히 대출을 받아, 몇 개월을 더 유예하는 대안을 드리는 경우는거의 없다. 이는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상담사는 당장 상환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가 된다며 당황한 고객들에게 교과서적인 얘기를설득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는 독자들의 생각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상담사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간단한 대안으로보일지라도 사실 많은 상담과 대안 회의를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쉬운 대안 그러나 어려운 실행
신청인은 현재 상황에서 현금흐름을 통한 문제해결이 불가능했다. 소비성향이나쁘지 않았던 상황이라 더 줄여 쓸 것도 없고 경기가 좋지 않은데 더 열심히 버셔야 한다는 말을 대안이라고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신청인은 자산의 매각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필요했다. 신청인에게는과거에 들어놓은 변액보험과, 3년된 자동차, 그리고 전세보증금과, 제과점이 모든 자산이었다. 상담을 하며 자산의 처분순위를고려해본 결과, 제과점의 원가분석과 손익구조는 괜찮은 편이었기에 사업은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셋집 역시 보증금을 낮춰 가는 것을 고려해 봤지만 신청인의 개인적 사정으로 쉽지 않았다. 결국 자동차와 변액보험을 정리해야만 매월 적자가 나지 않는 현금흐름이 나왔다. 대안은간단해 보이지만 대안을 수용하고 실행하게 하는 상담사의 역할은 지금부터 시작됐다.
신청인 역시 이사를 하거나, 차량을 매매하는 방법들은 지금껏 알고 있었던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져 선택과 포기를 해야 할 시점에도 대출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지금까지 버텨온것에 대한 미련 즉, 아깝다는 욕심이 결단을 가로막고 있었다.
단 3번의 대면이라는 많지 않은 상담시간 동안 이런 생각들에 변화를 주기위해 신청인에게 수위를 높여 질문을 하고 많은 예를 들며 강경하게 설득했다. (신청인의 경우는 5번째 방문을 앞두고 있다.) 이번상담의 핵심은 신청인이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신청인은 조금씩 마음을 바꾸어 하나씩 실천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드를분납하고 변액보험을 해약하여 부채를 상환하였다. 그리고 가장 어려워했던 인터넷 경매를 통하여 아끼던차량을 내놓았다. 그리고 수기를 통해 신청인은 본인이 경험한 재무상담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모르는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것!"
모니터링을 하면서 차량이 매각되어 현금흐름이 좋아짐으로써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되기를 바랐건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렇지못했다. 매도 가격의 차이로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청인의차량은 매각되지 못했다. 필자는 현재 신청인에게 워크아웃을 이용한 채무조정 방안의 권유를 검토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나, 부자가 되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솔루션이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만이 좋은 대안은 아니다. 우리 역시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선택을 할 경우 잃게 되는 기회비용의 문제로 실천을 주저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자문해 봐야 한다.
재무적 스트레스는 이런 욕심을 줄이고 명확한 방향성을 잡으면 자연히 덜어지기 마련이다.그리고 이로 인해 신청인은 생활에 집중할 수 있다.
(출처 : 한국FP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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