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사례 : 부부간 불신으로 줄줄 새는 돈>
상담 신청인은 두 자녀를 둔 30대 후반의 가정주부였으며, 배우자는 40대 초반의 공기업에 근무하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상담 전 통화에서 부인이 부부상담을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한 것으로 미루어 상담사 앞에서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첫 상담을 진행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부부간에 충돌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로 부인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남편은 몇 마디 항변을 하다가 이내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분명 상담을 신청하기 오래 전부터 이런 과정을 거치며 크게 충돌하지 않는 즉, 서로 포기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듯 보였다. 2시간가량의 상담 도중 몇 번이고 부인은 필자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경험상 남편을 같이 몰아가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 같아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아슬아슬한 상황을 몇 번 더 넘기고 나서야 이 가정의 문제를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매월 새는 80만원, 원인은?
첫 번째 문제는 현금흐름표상의 초과지출이었다. 월 총소득은 405만원인 반면, 월 총지출은 486만원으로 매월 80만원씩 적자가 나고 있었다. 부인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것이 초과지출의 주 원인이 남편의 술값이었다. 남편의 신용카드 대금이 다음달 청구되면, 부인은 이를 상환하기 위해서 매월 약관대출이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아야만 했고, 이 과정에서 본인만 아껴 쓰는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가계지출 관리를 포기하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는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 셈이 되었다.
두 번째 문제는 자산상태표 상의 유동자금 경색이었다. 이 가정의 경우 부동산에 자산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금융자산마저 유동성이 떨어지는 상품들만 가지고 있다 보니,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가 예비비처럼 오랜 기간 사용되어,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잔고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반복해온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집을 매각하는 더 좋은 대안을 부부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여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남편 직장의 경우 지방발령이 잦아 무주택인 사원에게 무이자로 9000만원의 전세금을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있었으나, 집을 팔고 돈이 남으면 이 돈이 또 조금씩 사라져 버릴까 하는 걱정에 부인은 아예 돈을 깔고 있는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부부는 집을 매각하면 얻게 되는 매월 60만원 정도의 기회비용을 잃고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남편에게 있었지만, 부부가 서로 재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함으로 인해 이 가정은 소비성으로만 매월 150만원이 넘는 금액이 새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부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몇 년간 쌓여온 부부간의 앙금을 단 3 번의 만남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부부가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의지는 있는 것 같았다. 재무목표를 같이 설정하면서 남편과 부인에게 대안을 제시하면 적극적으로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확답을 받고 1차 상담을 종료했다.
예산을 세워 달라진 가계부
대안을 작성하면서, 초과지출은 모든 부채문제의 원인이 되는 증상이므로 즉시 치료가 필요했다. 먼저 부인과 함께 꼼꼼히 가계 지출을 점검하며, 월 생활비 예산을 254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전에 없던 남편 용돈 28만원이 포함된 금액이었는데, 서로 아껴 쓰기로 한 이 단순한 예산안만으로 누수되던 지출이 150만원이나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남편의 경우, 신용카드를 모두 자르고 매주 7만원씩 현금을 받아 생활하기로 했다. 남편의 경우 직장에서는 훌륭한 관리자였지만, 소비를 통제하는 능력은 매우 부족하였기 때문에 눈높이를 맞춰 주간 용돈을 타는 대안을 선택하게 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없던 용돈도 생겼고 본인조차 믿지 못하던 소비습관 역시 돈 없이 한 달에20일은 못 버텨도 주당 2~3일 정도는 가능하다고 판단을 했는지 쉽게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다.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남편은 잠시 망설이더니 신용카드 4장을 잘라버렸다. 부인에게는 가계부와 통장분리라는 대안 이외에 남편 몰래 돈 문제로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칭찬을 해줄 것을 남편에게 당부했다.
두 번째로 신용카드금액을 선납하고 예비비를 마련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차월 예산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유동자금이 없었기 때문에 고육책으로 은행의 개인연금 담보대출을 900만원 받아 신용카드금액과, 약관대출 등을 상환하고 남은 460만원을 비상예비비로 마련했다. 이자비용을 늘리는 대안이었지만 마이너스 통장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예산이 집행될 경우 얻는 효과와는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에 즉시 시행했다.
세 번째로 상기의 조치로 얻어지는 잉여분75만원은 저축으로 편성되었다. 금리상으로는 적금보다 대출을 갚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적금을 선택했다. 마이너스를 갚는 것은 잘 보이지 않지만, 적금의 금액이 늘어나는 것은 확연히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모든 저축은 급여일 바로 뒤에 빠져나가게 자동이체일을 잡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집을 매각하고 전세지원을 활용하는 방안은 6개월간의 시행기간을 거친 뒤에 결정하기로 부부가 최종합의를 하고 상담은 종료되었다.
"우리 집사람에겐 얘기 말아요!"
지난 9월에 시작한 이 상담은 올해 1월 최종 모니터링을 하며 완료되었다. 모니터링 기간 중 남편이 회사에 두고 왔다는 카드 한 장이 발각되어 난항을 겪기도 하였고, 자녀의 교육비를 줄이고 적금을 추가하는 등의 많은 변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가정은 6개월간 예비비가 100만원 정도 추가로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성공적이었다. 최종 모니터링 때 부인은 남편의 칭찬을 늘어놓으며 올해 말쯤 주택 매각을 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했다. 마지막에 주변에 상담받으실 분 추천을 부탁드렸더니 남편 왈 본인은 회사에 상담 소개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신용카드 자르고 용돈을 받아 쓴다는 얘기에 동료들이 하나같이 우리 집사람에게는 말하지 말라고만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왜 상담이 더 들어오지 않는지 알 만도 했다. 모든 가정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너스레를 떨며 나는 귀중한 경험 하나를 더 얻었다.
(출처 : 한국FP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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