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주임연구원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자산관리 교육을 나가면, 강의가끝나도 강의실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분들을 만난다. 대부분자신이 가입한 변액보험이나 ELS에서손실이 났는데 중도환매를 하는 게 좋을지 문의하는 분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ELS를중도 환매하려니까 판매직원이 ELD에넣어두라는데, ELD가정말 괜찮은 상품인지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고객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유치하려고 애쓰는 은행직원들의 노고를 그냥 가상하다고 보아야 할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자, 고수익보다는원금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그에따라 주가지수나 일부 종목의 주가변동에 따라 결정되는 수익을 얹어주면서 원금을 보장하는 ELD나원금보장형 ELS의인기가 올라갔다. 2012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두 상품의 판매가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 ELD란무엇인가?
ELD(Equity-LinkedDeposit)는 ELS(Equity-Linked securities)와 기본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원금보장이 되는 예금상품으로서 예금자보호의 대상이다. 상품별로 1년~3년 정도의 투자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그 동안 일어나는 주가 혹은 주가지수의 변동에 따라 최고 20% 이상의금리도 지급받을 수 있다.
ELD의 대표적인 수익구조는 연계된 주가지수가 오르면 일정한 경계까지 지급금리가 제한적으로 오르다가 그 경계를 넘어서면 낮게 정해진 확정금리만을 주는 반면, 주가지수가떨어지면 손실도 역시 제한되도록 짜여있는 상승낙아웃형(Knock-out)이다. [그림1]에서예시로 제시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상품구조가 바로 그러한데, 국민은행 ELD의경우 KOSPI200이투자기간 동안 한 번이라도 20%이상상승하면 고정금리 4%를 받고, 0~20% 사이에서움직이면 KOSPI200상승률의 79%인금리를 받게 되므로 0~15.8%의금리를 받게 된다. 물론 KOSPI200이 하락하면 금리는 지급되지 않고 원금만 보장된다.
○ ELD 투자적기는?
ELD는 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 가입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림1]의 ELD 수익구조를 염두에 두면서 생각해보자. 만약 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굳이 상승률의 일부만 금리로 지급하는 ELD에 가입하는 것은 어리석다. 상승하는만큼 수익률을 100%지급하는 ETF 등에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반대로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3~4%의 낮은 금리라도 확정적인 수익을 주는 상품, 예컨대정기예금 등에 가입하는 것이 겨우 원금만 보장하는 ELD에 가입하는 것보다 현명하다. 결국마치 박스에 갇힌 듯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될 때 상승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하락시 발생할 손실을 방어하고자 ELD 가입을 고려할만 한다.
[그림1] Knock-out형 ELD의 비교(7월 판매상품)
그러나 ELD는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상품이다. 가입전에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짚어보자.
○ ELD 활용시 유의사항
첫째, ‘최고수익률’에현혹되지 말것
ELD에 가입할 때 판매직원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최고수익률’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가입자들이 예금보다 낮은 수익에 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당연히 최고의 수익을 얻을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것이바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프레이밍(Framing) 효과인데, 같은것이라도 어떤 선택 틀에 넣어 제시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만약 위의 [그림1]을 보자마자, 최고수익률이 15.8%인국민은행 ELD보다최고수익률이 16.5%인신한은행 ELD에마음이 더욱 쏠린다면, 당신은특히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적 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2011년 8~12월에만기가 도래한 국민·신한·외환·기업은행의 125개 ELD 평균수익률을 조사해보았더니 이 상품들이 제시한 최고수익률은 20%에육박하는 수준이었지만 실제 수익률은 정기예금금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약 1.9%가그쳤다고 한다.
‘최고수익률’이란 상황이 좋은 행운을 만나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다. 그만큼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ELD가입자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ELD의경우, 은행들이 ELS와는달리 과거 데이타를 근거로 산출한 기대수익률과 확률분포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ELS의투자설명서에는 수익구조 뿐만 아니라, ‘기초자산의과거 데이터를 이용한 수익률 모의실험’이란 항목이 있어 비록 장래에 다르게 전개될 수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참고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ELD는 ELS와 유사한 구조의 상품임에도 최고수익률 외에 투자자들이 판단에 참고할만한 자료제시가 없다. 그러니, 고객이 최고수익률만 기억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중도해지시 원금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을 기억
일반 예금의 경우, 중도해지하면약속된 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지급받는 것으로 중도해지의 불이익이 끝나지만 ELD의 경우에는 해지수수료를 물게 된다. 해지시점에 따라 부과하는 수수료가 다르지만 보통 1.5~4% 정도이다. 즉, 최대 4%의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자금의 투자여유기간과 ELD의 만기가 일치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1년 3월까지발행한 ELD 중 94.2%가 만기상환형이었는데,ELS가 대부분 조기상환형인 것과는 상이한 특징이다. 조기상환형의 경우, 만기가 1~3년이라하더라도 보통 3개월마다 조건충족여부를 살펴, 조건이충족되면 원금과 수익이 상환된다. 그러나 ELD는중간에 이런 조기상환의 기회가 없는 상품이 대부분이므로 만기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자신의 선호에 맞게선택항 줄여나가기
현재 ELD관련정보는 판매시 은행이 제공하는 약관과 상품설명서가 고작이다. 어느은행에서 어떤 ELD를 발행하는지 한눈에 비교․선택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 그렇다고 개별 은행을 방문하여 일일이 판매 중인 ELD관련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도 고객 입장에서 수익구조 등을 따져 우월한 ELD를 가려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앞의 [그림1]에 굳이 복잡하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상품을 함께 제시한 것은 유사한 구조의 ELD상품을 비교해보기 위함이다. 신한은행의상품은 KOSPI200상승률의 55%만수익으로 지급하므로 KOSPO200이 0~20% 사이에서움직이면 국민은행의 상품(79%)보다수익률이 낮지만, 4%의 확정금리로 꺽이는(Knock-out) 경계가 KOSPO200이 30% 이상 상승하는 구간이므로, 20%에서꺽이는(Knock-out) 국민은행보다범위 면에서 다소 유리하다. 즉, 그 구조가 미묘하게 달라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고객이 ELD에 들고 싶다고 대뜸 수익구조만 보고 가입할 것이 아니라, 찬찬히자신의 투자금액, 투자기간, 금융지식수준, 위험성향등과 자기 나름대로의 시장전망 등을 정리해보고 그에 따라 상품의 만기, 연계지수나 종목, 유형(상승형, 하락형 등) 등에 먼저 주목하여 선택 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소비자의 상품 선별을 수월하게 만들려면, 객관적인입장에 서 있는 전문기관이 현재 판매중인 ELD 정보를한 눈에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최종적으로, 동일한주가지수나 종목과 연계된 유사구조의 상품간 비교․선택은 금융소비자에게 있어 결국 ‘어느은행에서 가입할 것인가?’라는금융기관을 선택하는 문제로 귀결되므로, 해당 전문기관은 ELD 관련실적이나 판매행태에 대해 조사․평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넷째, 추가정보 요구
현재 ELD는사실상 정보 불모지다. 앞에서언급했듯, 사전발행정보도 찾기 어렵지만 과거 발행한 ELD의수익률 수준을 상품별로 기관별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정보도 없다. 은행연합회에서는 ELD 발행규모통계조차 공시하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는 계속 요구해야 한다. 과거에 발행한 유사상품의 수익률은 어땠는지, 타사의유사한 구조의 상품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우월한지 은행직원에게 채근해 보자. 상품에대한 정보를 제시하지 않는다면 구태여 그 상품에 가입할 까닭이 없다. 감독당국은 관련 정보 공시 지침을 내려야 한다.
○ ELD, 투명성에 대한 과제
어떤 이는 앞으로의 시장상황은 과거와 다를 텐데, ELD 수익률등 과거에 대한 정보 공시가 실질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공시를 요구하는 것은 금융회사가 평판에 두려움을 느끼고 더 신중하게, 더합리적으로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앞으로은퇴자들이 늘어나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리려는 수요 또한 점차 늘어날 것이다. 금융소비자에게정확한 비교정보를 제공하는 은행이 ELD 판매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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