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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바로 우리 안에 있다
추천 0 | 조회 1741 | 번호 2324 | 2012.05.24 14:29 금융 (finance1.***)

박병우 사무국장

 

  최근 “부산저축은행피해자구제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자기책임하의 투자”라는 기본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있는가 하면, 감독기관의 부패와 부실한 감독 문제가 드러난 이상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피해자의 사연이나 경위를 접해 보면 억울하거나 안타까운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일부 부유층 피해자나 관련 금융기관 및 감독기구의 행태를 보면서 2008년 연말에 터진 미국의 버나드 메이도프 금융사기 사건이 떠오른다.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고수익을 약속하여 투자 자금을 모으고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원금으로 앞서 투자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소위 “폰지 사기”라 불리는 다단계방식의 금융사기 사건이다. 피해금액이 무려 600조원에 이르며, 그 피해자 가운데는 일반인 뿐 아니라 헤지펀드 매니져,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가들이 숱하게 포함되어 있고, 그 진행 기간 또한 수십 년에 이른다는 등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에서 메이도프 금융사기 사건을 다룬 “The Wizard of Lies"란 책이 눈에 띄었다. 상당한 역량을 가진 언론인의 저술답게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건을 입체적으로 설명해주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먼저, 메이도프 사건의 시초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1959년 겨울 대학을 졸업한 후 증권회사에 입사하였다. 그 후 자연스럽게 주변 지인들의 계좌를 관리하거나 조언을 해주면서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쌓기 시작한다. 그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지인들 가운데는 유대인 또는 유대인 단체가 많았다. 1960년대부터 알고 지내던 오랜 지인과 단체들은 메이도프가 본격적으로 사기행각을 시작할 때 주요 타겟이 된다. 처음부터 메이도프가 폰지 사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지인들에게서 받은 투자자금으로 유가증권에 실제로 투자하고 그 성과를 돌려주었는데, 그 방식이 뮤츄얼펀드와 비슷해 투자자들은 그가 펀드를 운용한다고 믿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메이도프의 본격적인 사기행각은 대략 1990년 전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신규투자자금을 이용해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투자성과와 무관하게 약 10% 전후의 수익금을 돌려주는 주기 시작한다. 그 결과 그의 펀드는 안정적이면서 양호한 성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마침내는 기관투자가들마저 관심을 갖게 되고, 일반 투자자들도 메이도프가 운용하는 펀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수요를 노려 헤지펀드들도 메이도프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게 된다. 그는 파생금융기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거둘 수 있었다고 고객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실체를 보면 초기에는 어느 정도 그 방법을 이용하여 실제로 투자한 적이 있었으나, 사기가 본격화 된 시점부터는 실제 투자활동 없이 신규 투자자금을 가지고 기존 투자자들에게 적정 수익으로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사기 만이 있었다.

 

 피해자들을 보면 일반 서민이나 은퇴자 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였다. 그 중에는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자나 은퇴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메이도프 펀드는 사설 투자클럽에 가까운 것이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 점에 착안하여 메이도프 펀드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만들어지고, 일반 투자자들은 주로 자신의 금융 컨설턴트를 통하여 자발적으로 그 헤지펀드에 투자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어처구니없지만 저명한 대형 금융기관들마저도 메이도프 펀드에 직접 투자한 것은 물론, 그 펀드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나 관련 파생상품를 만들어 일반인에게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메이도프는 자신에게 돈을 맡기려는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종종 추가 투자를 제한할 정도였다. 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이 나름대로 분산투자를 한다고 여러 개의 헤지펀드에 나누어 투자하였는데, 알고 보니 그 헤지펀드들이 모두 메이도프에 투자하는 펀드로서 결과적으로 집중투자한 결과가 된 경우마저 생겨났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는 일반 투자자의 바램과 오랜 기간 지속된 메이도프펀드의 (물론 가짜로 조작한 것이지만) 성과가 잘 부합하였기 때문이었다.

 

  일반 은퇴자 등 소시민은 그렇다 치고 소위 금융전문가라는 기관투자가나 펀드매니져들마저 왜 그렇게 오랜 기간 속았을까? 수차례의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메이도프 펀드가 비정상적으로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기록하였던 점에 대하여 기라성 같은 기관투자가나 헤지펀드(펀드매니져)마저 의심을 품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몇 차례에 걸쳐 헤지펀드 운용 담당자들이 메이도프의 투자 전략이나 운용성과에 의심을 품고 확인 차 메이도프를 추궁한 바가 있었지만 아무런 혐의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마무리되었었다. 또한 수차례 제보를 받고 검사를 나갔지만 감독당국인 SEC 역시 아무런 혐의를 찾지 못하였다. 책에서는 메이도프가 가짜 서류나 대장을 만드는 등 주도면밀하게 대응한데다가 그의 월가에서의 명성과 주변의 평판, 주요 투자자들의 면면, 그리고 오랜 기간 지속된 수익성과 등이 작용한 것으로 설명하면서도 실제 투자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하였더라면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했다.

 

  피해자를 보면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미 프로스포츠 구단주들, 유력 언론기관 소유주, 저명한 자선 사업가 등이 있으며, 이런 부자그룹에 끼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메이도프에게 돈을 맡기지 못해 안달해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또한 영국의 HSBC,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 소시에떼 제넬라레 은행, 스위스 은행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금융기관과 유명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 마저 말려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점은 주변의 평판에 취약한 인간의 심성을 확인하게 해준 사례라 해야 할까? 언급한 저명인사들은 당연히 최고 수준의 금융전문가들로부터 소위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고 있었을 텐데 그들도 역시  “네가 믿으니 나도 믿는다”는 식으로 비상식적인 상식의 최면에 휩쓸렸기 때문이라는 책의 설명을 믿어야 할까? 납득은 커녕 허탈한 느낌이 독후감이다.

 

  링컨 대통령은 일부 사람을 단기간 속일 수 있지만 모두를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을 장기간 속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점, 그것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회 전체의 집단최면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금융선진국이라는 미국의 감독당국 - 최고 수준의 법률가와 금융전문가의 집단인 SEC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나에게만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하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질적 풍요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잘못된 가치관이 가져온 결과가 아닐까?

 

 1%의 가진 자와 99%의 가난한 사람으로 사회가 갈리고 있다는 주장은 물질적 박탈감이 강조되어 배금주의를 더 확산시키고 공고히 할 개연성도 있다. 메이도프는 현재 징역 150년을 선고받아 감방에 갇혀 있지만, 이러한 풍토와 환경조성이 우리 모두의 마음 한 구석에 또 다른 메이도프가 활개를 칠 풍토와 환경을 조성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된다. 사회 전체가 富 그것을 유일한 목표로 추구하게 여름 밤, 부나방이 모깃불에 뛰어 들듯이 사회 대다수 구성원들이 비상식을 상식으로 오해해 투자 위험에 스스로 뛰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일본에서도 폰지사기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보도도가 있다. 앞으로도 그런 사건은 반복될 것이다. 답은 어디에 있는 걸까? 감독당국의 투자자보호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스스로 자제하고 자신의 자산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비상식적인 탐욕을 추구하는 메이도프”를 추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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