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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이야기] 어머니의 가계부[3]
추천 0 | 조회 12519 | 번호 2305 | 2011.09.30 11:27 에듀머니 (edu7***)

아래 글은 이전에 에듀머니에서 진행했던 가계부 수기공모 때 고영민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그냥 묵혀두기에는 아까운 글 같아서 공유해드립니다. 좋은 글 올려주신 고영민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금 나의 고향집에는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거주자들은 하나둘 이사를 가고있어 우리집 역시 어머니 아버지의 일손이
필요해 나는 주말을 빌려 아내와 함께 고향집에 내려갔다.

명절, 그리고 빨간날이 몇개씩 달력에 줄지어 있어야만 가는 그곳에
집안일 생겨 내려가게 되니 잘 다려진 셔츠보다는 편안한
복장을 입고 내려가게 되었다. (물론 일도 해야하니 말이다)

짧은 말 인사 후 아내는 어머니와 함께 주방 짐정리를 했고 나는
안방과 몇개의 방에 있는 수 많은 책장과 집기들을 정리해 나아갔다.

30년이 더 넘은 집안답게 먼지역시 오랜 세월을 먹은터라 먼지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삶의 로그라는 존칭을 쓸만큼 오래 묵은 먼지들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그러다 문득 발견하게 된것이 어머니의 반듯한 필체로 기록된 여러권의
노트 "가계부" 를 보게 되었다.

30년전에 어머니는 뭘 적었을까?
그리고 그 안에 적어넣은것들은 무엇일까?
짐정리 도중 너무나 궁금했다. 아니 오랜 먼지로 랩핑된 젊은날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자 했었는지도 모른다.

주방에서는 어머니와 아내가 웃으면서 깔깔거리면서 그릇을 정리하고 있고
나는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힐겸 어머니의 가계부를 열어 보았다.

11/02일 돼지고기 "1000원"
11/03일 영민이 감기 "400원"
11/05일 영민이 감기 "400원"
11/05일 아이들 과자 "200원" ...

"휴~ 이거 맨 나만 아팟나 보네 흐흐 "

하지만 어머니의 가계부를 보며 한장 한장 헛투르 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낡은 노트 사이로 피어나는 어머니의 삶의 무개는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다.
20살 꽃다운 아가씨가 아이들 셋을 키우기 위해 선택한 유일한 방법 "절약".
그 "절약"을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 삶을 가계부라는 노트안으로 끌어 넣었
다는것이 내게는 마냥 웃게하지 않았다.

가계부에 적혀있는 항목들은 지금도 마트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것 투성이였다.
대부분 고기, 채소, 과자 그리고 나를 비롯한 우리식구들의 병치례 비용들이
대부분 이였다.

100원 200원 짜리들로 기록된 싼 가계부에는 참 많은 이야기와 사연들이
작은 메모처럼 적혀 있었다. 내가 계속 아파서 안타깝다는 이야기
형이 학교에서 상을 받아온 이야기 그리고 동생이 예쁜짓해서 행복했다는 이야기
들이 고스라니 적혀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삶이라는 터전에서 열심히 수고하며 살기에도 빠듯 했을 텐데 이런
가계부를 일기 삼아 적었다는것이 참 대단해 보였다.

가계부를 보며 또한번 조금 안타깝고 서운했던것은 어머니 아버지 이름으로
지출된 내역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것이다.
화장품, 옷, 가방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일한 사치로 보이 항목은 아버지와 슈퍼에서 우유사먹었다는 짧은 1줄뿐..
모두 핏뎅이 3명을 위해 온전히 적혀져 있는 가계부였다.
돌이켜 보면 당시 어머니 나이는 나보다 훨신 어린 아가씨였을텐데
그 아가씨가 정말 독하게 자식을 키웠구나 라는 알 수 없는 울컥함이 밀려왔다.

일이 일인지라 더 자세히는 보지 못하고 먼지 쌓인 가계부를 먼지를 털어내고
귀중품 박스에 담았다.
오늘내일 당장 이사가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미리 짐을 정리하기 위해
주말을 빌려 내려왔기에 나머지 작업들을 해야만 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내에게 가계부 이야기를 해주었다.
돈이 적혀있다보다는 한여자의 일생이 담겨져 있는 그것을 보며 그 어떤 훌륭한
소설보다 더 감동스러웠다고 말해 주었다.

나와 내 아내가 실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래된 그 가계부를 보며 자녀된 우리는 부모세대의 훌륭한 삶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잘 살겠습니다.

가계부와 함께하는 즐거운 가정경제, 착한재무주치의가 함께합니다.

경제교육 전문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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