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한장 한장 정리되어 가는 가계부를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며, '가계부 쓰기' 대회는 없나 하고 내심 궁금해 하고 있던 요즘, <행복한 가계부 쓰기> 공모가 눈에 띄었습니다. 음, 내가 기대했던, 직접 쓴 가계부를 보내 심사하는 대회는 아니였지만 가계부의 효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그 취지는 평소 제 생각과 맞아, 저의 가계부 쓰기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직장 생활과 결혼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올 해 결혼한 새내기 주부입니다. 제가 가계부를 처음 쓰게 된 것은, 처음 직장을 얻은 해, 더 정확히 말하면 아빠가 암 판정을 받으신 뒤입니다.
특별히 사치하는 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족할 것 없었던 저희 가정은 가장이시던 아버지가 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경제활동을 접으시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제가 직장을 얻었던 뒤라, 제 수입의 일부로 아빠 항암 치료를 하기로 결정한 후, 효율적이며 계획적인 소비와 저축을 위해 가계부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뒤 4년 넘게 가계부를 쓰다보니 저만의 노하우도 생기게 되고, 아빠 항암치료 비용 이외에 목돈도 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계부를 몇 년 꾸준히 쓰다보니 저만의 원칙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남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몇 가지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먼저 요즘은 인터넷에 여러 다양하고 간편한 가계부가 나와 있긴 하지만, 저는 손글씨 쓰기를 고집합니다. 처음에는 다이어리와 가계부를 따로 따로 썼었지만, 매일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다보니 가끔 빼먹는 날도 있어, 가계부에 다이어리 내용까지 함께 쓰고 그 날의 반성도 일기 형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계부하면 보통 감성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만, 제 가계부는 반성부문에 여러가지 느낌들로 넘쳐납니다. 자기 생각을 쓸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금전관리와 자기 반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죠.
둘째로, 내가 불필요한 곳에 써서 후회되었던 돈에 대해 반성하는 만큼, 내가 욕구를 참고 아꼈던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칭찬합니다. 가계부 쓰기를 요래 지속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내가 많이 쓴 부분, 충동 구매한 부분에 대해서만 집착해서 짜증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아낀 부분에 대해서 쓰다보면 흥미를 느껴 더 오랫동안 즐겁게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아낀 부분에 대해 저만의 표시를 해 놓은 후 다음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즉시 입금합니다.(저는 이런 쌈지돈만 모으는 통장을 따로 개설해 두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오늘 지하철 탈 거리를 운동삼아 걸어왔다고 하면 그 교통비만큼을 그 다음날 입금하는 것이지요. 이런 방법을 통해 모은 백여 만원의 돈은로 지난 해에는 해외 여행도 다녀 왔습니다. 정말 티끌 모아 태산이지요?
또한, 저는 년, 월, 주 단위로 금전 계획을 세워 이용합니다. 이 방법은 모두들 잘 아시겠지만, 막연한 소비를 억제하고 미래를 계획하는데 유용하지요. 미리 그 달이 시작하는 페이지에, 그 달의 경조사 등으로 나갈 돈을 써 놓는 것은 예산에 맞는 소비를 할 수 있게 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너무 제 방법인양 소개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장점이 많은 가계부 쓰기도 하기 싫은 마음으로 억지로 한다면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을 뿐더러, 가정 경제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한장 한장 쓰여갈 때마다 늘어나는 통장의 잔고와 내 재테크 실력들... 여러분도 이같은 행복한 가계부 쓰기에 동참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