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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이야기] 인생의 살아가는 과정이 담겨진 가계부 이야기
추천 0 | 조회 6790 | 번호 2299 | 2011.08.26 14:46 에듀머니 (edu7***)

아래 글은 예전에 에듀머니에서 했던 가계부 수기공모에서 64세 황모 주부님이 남겨주신 글입니다.

수기공모 한 번으로 묵혀두기에는 아까워서 같이 공유해드립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보통 가계부는 가정의 수입과 지출금액, 적요, 잔고등을 적어서 가정의재무상황을 표시해 주는 장부라고 이야기할 수가 있지만 제게 있어서 가계부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971년 지금으로부터 36년전 27살의 나이에 현재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남편은 가난한 월급장이였습니다. 결혼 후에 곧바로 셋방살이부터 신혼 살림을 시작하게 되었죠. 아무것도 모르던 제게 친정언니는 새까만 표지로 된 가계부를 하나 결혼 설물로 주었습니다.

“동생아, 가난하지만 가계부를 써 가면서 하나하나 알뜰하게 모아봐.” 언니가 선물해 준 가계부를 신혼살림때부터 써 보기 시작했죠. 매달 남편이 월급봉투를 가져다 주면 작은 수입이지만 수입란에 꼼꼼하게 기록을 하고 시장을 가서 샀는 고등어, 파, 등등 여러 가지들을 꼼꼼하게 지출란에 적어 보았습니다.

처음에 가계부를 적을 때에는 항목별로 분류를 하는 것도 어려웠고 매일 매일 쓰면서 잔액을 기록하고 다시 잔액을 다음날 이월시켜 적는 게 적응이 되지 않아서 가계부를 쓰는데 몇 시간씩 걸리곤 했어요. 초보 주부라서 그런지...............

6개월 정도 쓰고 나니 가계부 쓰는 것이 익숙해져서 하나 둘씩 적어 가면서 가계부 아래에 하루동안의 수입과 지출 부분뿐만 아니라 하루 하루 있었던 중요한 일이나 행사들을 간단하게 적기 시작했죠.

6개월 정도 가계부를 쓸 때에는 남편이 벌어다 준 월급에 맞춰서 지출을 맞추지 못해서 가계부가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고 다음 월급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돈을 꾸어 사용하기도 했어요. 마음씨 넉넉한 주인집 아주머니는 젊은 세댁 혼자서 셋방살이 하면서 밤새도록 주판 두드리며 가계부 계산하는 것이 안쓰러워 보이셨던지 푼돈은 빌려 주시곤 하셨습니다.

가계부를 쓰면서 처음에 모르는 건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물어 가며 쓰는 걸 배우기도 했죠. 6년전이니 요즘만큼 자동계산되는 인터넷 가계부도 없고, 전자계산기도 없으니 혼자 종이에 그려 덧셈 혹은 뺄셈을 하든지 아니면 주판을 두드려 가며 가계부를 적어야 했거든요.

1년정도 가계부를 쓰면서 점차 노하우라 생기더라구요. 남편 월급에 맞춰 조금씩 내집마련을 위해서 저축도 하고 시장도 늦은 시각에 파장때 가서 싸고 저렴한 가격으로 반찬거리르 사 오기도 하고 조금씩 가계부가 흑자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계부에 하루동안 있었던 일 혹은 행사들을 가계부와 대화를 하면서 가계부는 제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가계부 4년차 시점부터 저는 부업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첫째 아들이 태어나고 식구가 한 명 늘어나니 분유값도 들고 해서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하는 부업을 시작했어요. 검도복 꿰매기도 하고 장갑포장 부업도 하고 한복에 그림 그려 넣는 부업도 하면서 가계부를 더 열심히 적었답니다.

하루 하루 열심히 가계부를 적어 가며 수입가 지출을 기록하고 재미있는 일등 하루 일과를 기록하면서 가계부를 쓰는 일이 더 즐거워지고 행복해지고 있었습니다. 가계부를 쓴지 7년뒤 방 두칸짜리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가계부를 매일 적으면서 아끼고 아껴서 전셋집으로 이사갈 목돈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가계부를 적으며 언제 적금하고 전셋집으로 옮길까 했는데 남편도 부지런히 벌고 저도 가계부를 쓰고 가계부를 토대로 적금을 넣고 절약해서 전셋집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사글세가 아닌 전셋집으로 이사했던 날 조촐하게 외식을 했습니다. 아직도 7년차 가계부를 적어 보면 전셋집 이사한 날에 대구 칠성 시장의 작은 중국집에서 남편과 아들, 딸을 데리고 짜장면을 먹은 기록이 남아 있어요. 한 번씩 20여년전 그 기록을 읽어 보며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딸과 아들이 커 가면서 교육 때문에 학원에도 보내야 하고 내집마련의 꿈도 이루어야 하는데 갈수록 가계부는 제자리만 걷고 있었습니다. 학원비도 들고 적금은 해야 되고 부업을 열심히 해도 가계부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만 걷는 걸 좋아했습니다.

오후에만 부분적으로 동생이 운영하는 스포츠 의류 매장에 나가서 점원으로 일을 했답니다. 점심을 사 먹는 것도 아까워 딸과 아들 것 2개, 제 것까지 하루에 세 개씩 도시락을 싸 가면서 열심히 일을 했어요. 일하는 동안에도 늘 가계부는 제 곁에 있었습니다.

하루 외식비를 지출하지 않기 위해서 도시락을 싸 다니고 대중교통요금 지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그 추운 겨울날도 몇 코스씩 걸어 다니곤 했어요. 가계부에 식비와 교통비 지출이 전혀 기록되지 않았죠.

제가 이렇게 생활하니까 아이들도 제 법 먼거리지만 2~3코스 되는 학교를 걸어 다니고 꼭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면서 군것질도 잘 하지 않고 성실하게 잘 따라 주었습니다. 학원을 보내 주겠다고 해도 “엄마가 가계부 적어가며 고생하는데 열심히 학교공부하면 되요.”하며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 오고는 했습니다.

집에서 밤 10시 30분쯤이면 가계부를 쓰면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딸과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딸과 아들이 해 주는 이야기도 가계부에 조금씩 적어가곤 했어요. 10년 지나니 가계부 녀석은 제 하루 생활이 담긴 일기에서 변화되어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가 적혀 가고 있었습니다.

가계부를 쓴 지 22년차에 조그마한 평수지만 빚을 안 내지 않고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게 되었죠. 내 집으로 이사가던 첫날 저는 가계부부터 제일 먼저 짐을 챙겼습니다. 가계부들은 단순하게 우리 집의 지출과 수입만이 기록된 장부가 아닙니다.

그런 장부에서 벗어나 가끔은 힘들었던 제 이야기가 적혀 있기도 하고 딸과 아들이 재미있게 해 준 이야기, 즐겁고 슬펐던 일들등 다양한 살아가는 인생이야기가 기록되며 소박한 우리 가족의 내집 마련 꿈이 적혀 있는 보물창고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계부 속에서 슬픔, 기쁨, 행복, 그리고 즐거움을 모두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가계부 적는 걸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가계부를 계속 적으니 치매 예방도 되고 기억도 더 새롭게 떠오르고 정신건강에도 좋네요.:-)

요즘은 딸이 가계부를 적는다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네요. 제가 가계부 적는 노하우를 조금 전수해 줄까 합니다. 조금씩 더 인생의 행복한 과정들을 가계부 속에 담아가는 제 노하우를요.

 

경제교육, 재무상담 전문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가계부와 함께하는 행복한 경제 생활, 착한재무주치의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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