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에는 부채를 안고 사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사회경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중산층 이하 대부분의 가정 재무제표에서 손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빚이다.
신용이 가정경제의 현금 흐름을 돕는 좋은 도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는 가정에서만 유의미할 뿐이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병적인 '채무중독'과는 다르다.
채무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신용 결제계좌와 마이너스 통장을 묶어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카드를 긁어대는 사람, 현금인출과 현금서비스의 차이를 중국집에서 고르는 메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늘 최저금리만 선전하는 대출회사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고 전화번호를 누르는 사람, 모든 금융서비스에 수반되는 수수료를 푼돈으로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저축을 최고의 자산형성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치부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채무에 관한 신화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변종이 존재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20~30대의 젊은 계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돈 관리와 소비지출 통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빚 권하는 사회로 진출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돈 버는 법'보다 '돈 쓰는 법'을 먼저 배운다. 버는 것의 어려움을 모르면 돈을 왜 잘 써야 하는지를 깨우치지 못한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기까지, 잘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젊은이들이 나쁜 소비습관에 길들여진 것은 부모의 씀씀이 행태로부터 받은 영향이 크다. 돈에 대한 관점과 철학은 대체로 부모로부터 대물림 되기 때문이다. 한 민간조사 기관에 따르면, 가정 내 소비교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용돈 사용법'을 가르치는 부모는 10%도 안 된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이론교육보다 실습과 경험을 동반한 현장교육이 더 효과적인 법 아닌가?
'돈 쓰는 법' 모르는 젊은이들, 저신용자 꼬리표 붙이고 살아
사회초년생 중 금융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금맹'(금융 문맹자)들이 대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전국 25개 고교에 재학중인 고등학생 2391명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지수(FQ)를 측정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5.3점을 기록했다는 보도자료가 발표되었다. 전년도(48.2점)에 비해 7점 정도가 상승하였으나, 측정 문항의 내용과 표현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수정한 것을 감안하면 점수가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문제를 쉽게 출제했음에도 여전히 낙제 수준이라는 말이다.
측정 항목별 점수를 보면 소득, 재무관리, 지출과 신용, 저축과 투자의 4개 영역 중 재무(화폐)관리 영역이 66.9점으로 가장 높았고, 지출과 신용 영역이 50.3점으로 가장 낮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체계적인 경제교육은 차치하더라도 '소비지출과 신용활용'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조차 가르치지 않은 채, 젊은이들을 그대로 사회로 내보내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경제활동인구의 1/3이 저신용자의 꼬리표를 붙이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대학입시 교재를 한 시간 더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소비 습관과 건강한 경제인의 소양을 기르는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분명 정신 나간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미래형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13개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영역 과목수를 8개로 통폐합한다. 이 계획이 확정될 경우, 경제 과목은 타 과목의 1/4 수준으로 축소되게 된다. 또 이 개정안에는 고교 1학년 과정의 '필수' 과목으로 되어있는 경제 교과를 '선택' 과목으로 변경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서, '한국경제학회'를 비롯한 관련 학회들이 정부의 경제교육 축소 방안에 대해 한 목소리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경제교육 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제정하고 수행기관(경제교육협회)까지 설립한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교육정책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점입가경이요, 엇박자의 진수(眞髓)다.
나도 채무중독?
빚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통해, 채무중독증인지 아닌지를 어느 정도 측정해 볼 수 있다. 이른바 '채무 중독성 평가'다. 검증된 방식이 아니어서 신뢰도를 보장하기 어렵지만, 나름의 함의를 담고 있으므로 점검해 보기 바란다.
ü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주 1회 이상 이용하는 편이다.
ü 현재 가족(부인)이 모르는 부채를 가지고 있다.
ü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이 신용카드 결제보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ü 신용(부채) 발생 시 부가되는 각종 수수료를 꼼꼼히 보는 편은 아니다.
ü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부족하여 연체한 경험이 있다.
ü 체크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이자율 차이를 잘 모른다.
ü 현대 사회에서 금융 신용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ü 가끔 신용카드로 인해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고 후회한 적이 있다.
ü 저축만 하고 살아가는 것은 왠지 어리석다는 느낌이 든다.
위 10개의 질문 중 <그렇다>가 8개 이상 나왔다면, 당신은 이미 채무중독증에 걸려있다고 보면 된다. 만일 5개 이상이 나왔다면, 앞으로 채무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어쩌면 당신은 이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좋다. 그렇다면 백 번을 양보해서 당신은 채무중독이라는 바이러스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다는 표현으로 대신하도록 하겠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신용활용과 신용중독은 별반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두 가지 모두 '나름대로' 신용을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 점인가? 바로 '통제능력'이다.
부채 상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채무불이행에 빠진 사람들 대다수는 크고 작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신용(부채)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소비는 습관이다. 잘못된 소비습관은 신용중독을 파생시킨다. 처음에는 어려웠으나 횟수가 더해갈수록 점점 더 쉬워지는 것이 중독의 속성인 것처럼, 자각되지 못한 사이에 점점 더 깊은 빚의 수렁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현재의 과다한 소비지출이 미래의 지불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를 통제하지 못하는 현상을 행동재무학에서는 '자기 통제의 오류' 라고 한다. 과시성 소비욕에 이끌려 지출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채상담 전체 건수 가운데 발생원인 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잘못된 소비습관에서 비롯된 통제 능력 상실'이다. 채무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을 바꾸고, 습관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중독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독을 빼내는 것이 먼저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부채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180도 뒤집어, 반대로 접근해야 한다. 신용이든, 빚이든 모든 채무는 '나의 적'이니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부채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생각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없애고,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잔존부채를 없앨 수 있도록 상환계획을 세우고, 소비습관을 바꾸고, 흑자 재정을 실현시켜 단돈 1원이라도 남는 돈을 저축하고, 재무상태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제대로 된 재무계획을 세워라. 그리고 이 평범한 지침들을 하루하루 실천해 나가라. 매일매일의 실천. 결국 그것이 관건이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결심과 의지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재정관리 훈련은 매일매일 지출내역을 적는 것에서 시작된다. 금전출납의 기록. 바로 가계부를 써보는 것이다. 이는 마치 효율적인 시간관리의 요령을 터득하는 방법의 첫 단추가 하루 시간을 측정해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일 사다리를 타고 너무 높게 올라와 있다고 판단된다면,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한다. 높이 올라가 있을수록 떨어질 때의 충격은 큰 법이다. 따라서 만일 상환능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된다면, 더 이상 대출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빚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것은, 안전그물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다리를 타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과 같다. 지금은 올라갈 때가 아니라 내려올 때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워도 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강구하고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건, 당신과 가정을 재정 파괴의 함정으로 밀어 넣는 것보다 더 낫다.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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