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이전에 에듀머니에서 했던 가계부 수기공모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수기공모 한 번 하고 묻어두기에는 아까운 것 같아서 같이 공유해드립니다. 좋은 글 써주신 "보람이"님 감사해요 ^^
“이제 당신이 알아서 꾸려봐.”
결혼을 하고 남편이 내게 가장 먼저 건넨 것은 바로 남편의 월급통장이었다. 생전 처음 살림을 살아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혼자서 살 때는 다이어리에 간단하게 적기만 하면서 지출을 관리했는데, 이제는 보험도 납입해야 하고 공과금도 내가 관리해야 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남편의 월급은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 아껴 쓰지 않으면 적자가 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둔 일이 후회되었다. 시장에서 콩나물 1000원어치를 사도 손이 떨린다는 알뜰 주부의 대열에 들어서야한다는 난감한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런데 더 큰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딸아이였다.
엄밀히 남편의 딸이자, 뒤늦게 나의 딸이 된 딸아이는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엄마 없이 자란다는 불쌍함에 아이의 할머니께서 무작정 돈을 쥐여주며 키운 아이는 돈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사고 싶은 것은 꼭 사야 했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했다. 친구들을 만나도 자신이 꼭 돈을 써야 할 정도로 자존심도 강했다. 엄마 없이 사는 티를 내지 않으려다보니 돈으로 자존심을 세워가며 살아온 셈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핸드폰 요금은 10만원에 가까웠고, 용돈도 20만원이 넘게 지출되어야 했다. 뭔가 대책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딸아이는 새롭게 가족이 된 내게 송곳을 세우며 대응했다. 나와는 말도 하지 않으려 했고, 돈을 달라는 말도 내게는 절대 하지 않았다. 아빠만을 들볶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시어머님께서는 딸아이의 전화를 받는 날이면 호통으로 나를 나무라셨다.
“네가 친엄마가 아니어서 애한테 그리 야박하게 구느냐? 네가 낳은 아이여도 그렇겠느냐? 달라는 돈을 왜 안 주느냐?”
갖고 있는 mp3가 맘에 들지 않아 바꾸겠다는 아이였다. 어머님께 불가함을 말씀드려도 통하지 않았다.집안 분위기는 냉랭해져버렸다. 남편은 남편대로 딸아이의 용돈을 대면서 적은 월급으로 살아오느라 빚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난 나로 인해 집안 분위기는 더 냉랭해져 버렸다.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생활처럼 살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남편과 의논하여 시어머님의 간섭을 배제하기로 하고 어머님께 연락을 드렸다.
‘아이의 씀씀이를 키울 필요는 없으니 더 이상 돈을 보내지도 마시고, 아이를 키우는 일에 간섭도 하지 말아주십시오.’
어머님께서는 펄펄 뛰셨지만, 어렵게 시작한 가족인 만큼 행복을 만들어가는 일도 우리의 몫이었다.
나는 딸아이의 용돈을 우선 10만원으로 줄였다. 그리고 그 10만원속에 핸드폰 요금이 포함되어 있음을 얘기해주었다. 그런 다음에 딸아이의 핸드폰 요금 결제 통장을 딸아이의 통장계좌로 변경했다. 딸아이는 남편에게 ‘어디서 저런 여자를 데려왔느냐?’며 소리를 질러댔다. 남편은 ‘우리가 계속 빚으로 살 수는 없는 일’이라며 딸아이를 설득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결심했다.
‘가계부를 써야겠다’
맨 처음, 우리집의 가계부는 그 용도가 아껴 쓰기 위한 것이었다.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을 비교 분석하여 아껴야 했고, 불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것은 없는지, 불필요한 지출은 없었는지 반성하기 위한 거였다. 그런데 가계부를 쓰다보니 그 용도보다 더 큰 용도로 가계부가 쓰이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집 가계부는 우리 가족의 간극을 좁히는 용도가 되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러가다-신나게 웃은 날이다’
‘정아 옷을 사다. 정아가 좋아하는 스타일-약간 공주 스타일’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다-오랜만에 환하게 모두 웃었다’
‘박물관에 가다-정아는 이런 곳이 처음이라면서 좋아했다’
‘정아에게 용돈을 현금으로 주었다-아껴쓰겠다는 말에 기분이 좋다’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는 이외의 공란에 간단한 그날의 일과를 적으면서, 나는 우리 가족이 조금씩 가족이 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월말이면 남편과 나, 그리고 딸아이가 둘러앉아 가계부를 펼쳐놓고 한달을 정리해보는 시간도 가졌다.남편의 월급도 딸에게 공개되었다.
‘아빠 월급이 많지는 않네요. 엄마가 고생이네’
다행히 딸아이는 나를 이해해주었다. 그러면서 그 해 겨울방학과 이듬해 겨울방학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내 화장품과 남편이 좋아하는 술을 한 병 사온 딸은 남은 돈을 모두 내게 주었다.
“엄마가 쓰세요. 저는 돈 쓸 일이 없어요.”
이전 같으면 딸아이는 그 돈을 모두 썼을 것이다.그런데 가계부를 함께 쓰면서 씀씀이가 짠돌이가 되었다.
딸아이는 자진하여 자신의 용돈을 6만원으로 낮추어 받아갔다. 고마운 일이었다. 용돈을 받아가면서 딸아이는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제가 빨리 돈을 벌어서 엄마께 드릴게요. 그러면 지금처럼 힘들게 아끼지 않아도 되고 가계부를 붙잡고 씨름을 안해도 되잖아요.”
지금 딸아이는 객지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월 15만원의 생활비를 주기로 약속을 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그득했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채고 딸아이는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었다.
“이제 가계부에 제 이야기는 적지 않으셔도 되요. 안 적으셔도 전 엄마 딸이고 엄마랑 잘 지낼테니까요. 아빠랑 있었던 일만 적으면서 재미있게 사세요.”
모자라는 생활비 때문에 딸아이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집에 올 때면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는 착한 딸이다. 일전에 딸아이는 자신의 다이어리와 통장을 내게 보여주었다.
“제가 쓰는 가계부예요. 엄마처럼 아껴 쓰고 있어요. 여기 통장에 돈도 모으고 있거든요.”
어찌 보면 딸아이는 나보다 더한 살림꾼이 되었다.후일에 결혼을 하면 알뜰한 주부가 될 소양이 충분할 만큼 말이다.그것은 우리집 가계부가 이뤄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가계부와 함께하는 즐거운 경제생활, 착한 재무주치의가 함께 합니다. ^^
카카오가 제공하는 증권정보는 단순히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제공된 정보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으며, 카카오는 이용자의 투자결과에 따른 법적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Copyright (c) Kakao Corp. All
rights reserved.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카카오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