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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이야기] 가계부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1]
추천 0 | 조회 2814 | 번호 2287 | 2011.06.21 12:20 에듀머니 (edu7***)

이전에 에듀머니에서 가계부 수기공모를 실시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 수기공모 한 번 하고 묵혀두기에는 아까운 글들이 있어 몇 개 소개하려합니다. 아래 글은 "김은주"님이 응모해주신 글입니다. 좋은 글 써주신 김은주님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이제 그만 가지. 울지 말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잠조차 아껴가며 매달린 식당인데, 이젠 내 앞에는 1톤 트럭 반 정도 채울 정도의 살림살이만 남았다.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남편의 마음도 속으론 울음이 치솟을 것이다.

 

난 안다. 나보다 더 아프고 더 무거운 그의 마음을, 하지만 난 쉽게 트럭에 올라타서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이 식당은 우리 부부에게 있어 처음으로 가져본 우리만의 식당이었기에 가계부 수기를 적는 글 앞머리에 울퉁불퉁한 지난 일을 떠올림은 초라한 현재일망정 내일의 튼튼한 골조로 세울 든든한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

 

그 스승은 바로 가계부이다. 화려한 겉표지로 꾸며진 채울 거리가 많은 가계부는 아니다. 가계부 속 인쇄된 그 많은 항목을 다 채울 정도로 풍성하고 활기찬 삶도 아니다. 남편의 정해진 수입과 수면위에 겨우 얼굴만 내놓고 가쁜 숨 쉴 정도로 지출 역시 만만치 않아 항상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삶이다. 이제껏 가계부를 써 오면서 불쑥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귀찮게 가계부를 왜 적어, 지출을 봐 항상 적자면서 부끄럽지도 않아. 이젠 그만 적어.’

 

몇 년 간 남의 식당에서 온갖 궂은일을 하며 아등바등 돈을 모았다.남편 역시 막내이지만 아버지가 안 계신 집안의 살림을 도맡아 할 정도로 생활력이 강했다. 그때 우린 식당에서 함께 일했고, 결혼했고, 둘이 힘들게 모은 돈으로 우리만의 식당을 비록 변두리 허름한 자리일망정 차릴 수 있었다.얼마나 신이 났던지. 우리만의 식당 간판을 올리고 장사를 시작하면서.넉넉한 형편이 못되어 좋은 자리는 들어 갈 수 없었다.

 

 그래도 적은 수입이지만 가계부를 적으면서 신이 나서 귀찮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전 날 적은 가계부의 수입과 지출 란을 다음 날 남편과 함께 보고 늘고 주는 수입과 지출에 웃기도 때론 서로 다투기도, 걱정도 했다. 2년째 접어들면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점점 줄기 시작했다.불황 탓일까, 주변 식당들도 그 썰렁한 분위기가 표 나기 시작했다.

 

 굳이 주변을 안 둘러봐도 매일 적는 가계부는 이미 우리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다.수입란에 적는 금액은 눈에 띄게 줄고, 지출은 식당 열 때 무리해서 이리저리 돈을 빌려 연 탓에 줄기는커녕 이자가 붙어 점점 늘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는 미리 대비해야 했고 식당을 정리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결국 가계부는 점점 수입보다 지출 란에 적는 금액이 더 커졌고, 이래저래 맘 상해서 가계부 적는 것마저 의욕을 잃어갈 때 우린 결국 식당을 포기해야했다. 식당을 정리하고 달 셋방에 살면서 한동안 가계부를 적지 않았다. 식당을 하며 적은 가계부도 아픈 기억 들춰보기 싫다며 찢어 버리고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당신 요즘 가계부 안 적어?"

 

"가계부에 적을 것이 있어야 적지. 식당하면서 빚 진 것 갚아야 할 돈이 얼마인데, 그걸 적으란 말이야. 난 싫어 기록으로 남기기 부끄럽단 말이야."

하고 날 이 선 말을 남편에게 화풀이 하듯 건넸다.

 

" 수입이 많을 때만 적는 것이 가계부는 아니잖아. 그래도 우리 식당 할 때 가계부 적어 놓은 것 보고 웃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아무튼 식당을 좀 더 일찍 정리했으면 , 우리가 가계부가 준 경고를 무시한 것이 잘못이지. 가계부는 아무 잘못 없잖아."

 

남편의 마지막 말에 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가계부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

아버지가 안 계신, 딸 없는 집에서 막내이지만 살림을 도맡은 남편은 결혼 전 같이 일한 식당에서 가끔 수첩에 무언가를 적곤 했다. 나중에 그것이 그날의 수입과 지출을 간단히 적어놓은 가계부임을 알고서, 난 남편이 다르게 보였고, 믿음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의 말대로 가계부는 아무 잘못이 없다.아니 오히려 우리에게 미리 대비하고 방법을 구하라고 경고를 준 고마운 존재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늘고 있으니 지출을 줄이라고, 지출 역시 처음 식당하며 얻은 돈의 이자와 식당 월세, 그리고 카드로 식품 자재비와 이런저런 것 많이 쓰니 줄이라는 경고를 미리 준 것이다.

 

 그 경고를 무시한 우리의 잘못 때문에 더 큰 곤경에 처한 우리이다. 남편의 권유 탓도 있지만, 이렇게 주저앉아 아무것도 안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에 그 날 이후 다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남편의 월급이란 정해진 수입뿐이지만. 얼마 전 식당하며 진 빚을 개인회생 신청이 받아 들여져 한 달에 60만원을 갚아 나가고 있다. 그밖에 방세 등 수입만큼 지출 역시 크지만영화 한 편, 옷 한 벌, 여행 한 번 제대로 먹고 입고 갈 여유 없어 가계부에 그 항목은 따로 적지는 못하지만난 가계부를 적으면서 서서히 꿈과 용기가 차오르는 벅찬 체험을 하고 있다.

 

 정해진 얼마 안 되는 남편의 수입을 가계부에 적으면서 오히려 성실하고 건강한 남편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수입에 비등할 정도로 지출을 해야 하지만 그건 우리가 진 빚을 갚아 나가는 것이기에 고맙고 마음 가볍다.그리고 외식 한 번, 옷 한 벌,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해 그 항목을 적지 못하지만, 결코 부끄럽지 않다.살다보면 이런 저런 봉변을 당하는 법인가 보다.나와 남편 역시 식당을 열고 꾸려 가면서 혹독한 경제 수업을 치룬 셈이다. 그 매서운 경제 수업에서 우리가 가진 교재는 오직 가계부이다.

 

 가계부는 우리에게 하루의 수입과 지출을 적는 단순한 기록의 종이 뭉치가 아니라식당을 좀 더 알차게 꾸려 갈 수 있도록 곁에서 고마운 충고와 경고를 해준 살아있는 경제 스승이었다. 그 충고와 경고를 좀 더 진지하게 들었다면 오늘 나의 현실은 이렇게 남루하지 않았을 건데 하는 후회도 든다. 난 이제 두 번 다시 그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비록 남루한 현실이지만 미래의 튼튼한 골조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고 싶다. 그 믿음은 가계부를 적어 나가면서 얻게 된 꿈이자 용기이다. 갚아야 할 돈이 많기에 앞으로도 지출 란은 한동안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건강하고 성실한 남편이 있기에 수입란은 남편이 흘린 땀만큼이나 채워질 것이다.나도 이제 아픈 몸을 추스르고 일하러 갈 마음의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면 우리 집 가계부의 수입란은 더 불어난 수치로 채워질 것이다. 지출란이 가벼워지고 수입란이 불어날수록다시 식당을 차리려는 나와 남편의 꿈은 다시 이루게 될 것이다. 지쳐 누운 자리에서 나와 남편은 다시 시작할 꿈과 용기가 필요했.

 

 가계부가 그런 나와 남편의 꿈을 이뤄줄 소중한 경제 스승이다.야간 일을 하는 남편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미리 시장에 나가 남편이 좋아하는 순대라도 사와야겠다.

 

"너무 짠순이야 당신은 우리도 이번 주엔 영화라도 한 편 보자."

"안돼. 이 가계부 지출란 좀 봐."

하고 얼마 전 남편에게 정 뚝 떨어지게 말했다.오늘 가계부의 지출란엔 순대 3000원 하고 적고옆에 남편 몸보신용이라고 적어 일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에게 보여줄까.^^가게부가 있어 나와 남편의 오늘은 즐겁고 내일은 풍성하다.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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