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협력, 관계 지향성 빵점! 빵점!
얼마 전,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사회적 상호 역량 지표’라는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 세계 중학생 정도의 청소년들에게 행해진 설문이었고, 우리나라 청소년은 36개국 중에서 35위를 차지하여 또 다시 사회를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술렁이게 하였다. 이젠 사실 쇼킹하지도 않다.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는 사회적 관계 형성과 협력, 갈등 관리 능력과 관련된 문항을 3개 영역으로 나눠 점수를 매긴 뒤 그 결과를 평균해 낸 것이다. 이웃과 더불어 갈등을 조정하고 살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이해하면 쉽다. 한국 학생들은 특히, 이 지표를 구성하는 항목 중 사회적 협력과 관계 지향성 항목에서 최저점인 0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에서는 위와 같은 설문 조사의 결과에 대해서 경쟁 위주의 입시 교육이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하고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입시만을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교육 문제만 그 원인일 수 없다. 또한 위와 같은 최하위의 사회성과 관계 형성을 드러내는 것이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살펴보면, 이는 현재 우리 사회 젊은 층에서 쉽게 목격되는 현상이다.
내 물건과 깊은 관계 쌓아본 적은?
우리는 위와 같은 문제의 원인을 소비 경제 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폐나 동전 등의 화폐가 아닌 신용카드를 통한 초고속의 쉽고 재빠른 지출 습관은 그 소비로 인해 파생된 물건과의 깊은 관계 형성을 초장에 차단해 버린다.
지금의 20대에게는 조금 낯설겠지만, 본좌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 새 물건에 대한 향수와 가난한 추억이 있다. 많은 가족 구성원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공간에서 나만을, 오직 나만을 위한 물건 하나 갖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지금의 젊은 청년층이 상상할 수 있을까. 그 가난한 추억 속에는 엄청난 삶의 비밀이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주 오랜 시간 결핍과 궁핍함으로 커질 대로 커져버린 욕구와, 욕망이 빵 터지기 직전 채워질 때의 행복한 그 기분. 새 공책 혹은 새 연필, 새 크레파스나 새 운동화 등은 오랜 인내와 기다림의 끝이었기에 그 이후로 아주 각별한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문방구에 가면 그와 똑같이 생긴 물건들이 줄지어 서 있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과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흔해도 나에게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장미와 왕자의 관계에 비견할 수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물건과의 관계는 점점 더 각별해질 수밖에 없다. 추운 겨울밤, 방바닥에 누워 열두 색 색연필로 공주와 왕자 짝짓기 놀이를 하며 보낸 추억은 사십을 바라보는 지금의 기억 속에서도 생생하다.
만족 유통기한과 관계 형성 기간
비밀은 바로 결핍과 흔하지 않은 관계에서 오는 소중함, 유일함이다. 풍요롭고 넘치는 관계와 소비 생활에서는 이와 같은 관계 형성이 불가능하다.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도 똑같다. 소위 SNS를 통해 형성된 관계망 혹은 네트워크는 엄청난 범위와 시공간을 초월해 무제한으로 확대되어 버렸지만, 꼭 내가 아니어도 쉽고 빠르게 대체되어 버리는 관계 형성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깊은 외로움과 인간 관계에 대한 갈증에 목마르다.
결국 몸에 밴 쉽고 빠른 소비와 관계 형성 습관 속에서도, 다른 이와의 관계 맺기와 이어가기에 있어서도, 초보자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새로운 물건과의 재빠른 새로운 관계 형성이 어쩌면 손쉽고 세련되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르게 대체되는 새로운 물건과 유행은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의 만족 유통기한과 관계 형성 기간을 점점 최단 시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단점이 숨어 있다. 새롭게 소비하지 않아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넘치도록 소유하고 있다. 조금 지연된 소비를 통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물건과의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고 하나뿐인 스토리와 시간을 공유해 보자.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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