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한번쯤 미하일 엔데의 소설 모모를 읽어 봤을 것이다. 1970년에 출간된 미하일 엔데의 소설 ‘모모’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읽혀왔다. 모모가 쓰여진 시간은 선진국들의 근대화가 한창 진행되었던 시기였다. 근대화로 인해 경제는 급격한 성장의 길로 접어들었고 사람들의 삶은 경제적으로 윤택해졌다. 모모는 바로 그러한 시기에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종속되고 시간에 ?기며 오로지 돈만 ?는 세상에 문제제기를 던지기 위해 만들어 졌다. 돈벌이에 저당잡힌 삶은 건강한 사회적 관계가 파괴되고 경제 논리가 우선시 되면서 행복이 결핍되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상은 총생산의 양으로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양분된다. 개인은 소득 수준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되어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 숫자에 갇힌 평가 잣대로 서로가 서로의 풍요 수준을 재고 있다. 소설 모모에서 던지는 중요한 화두, ‘조금 더 천천히, 덜 쓰고 살면서, 서로 친절하고, 꽃에 감동하면서, 정성껏 일하고, 자신의 노동에 긍지를 가질 만큼의 시간을 갖는’ 진정한 삶의 질적 풍요는 상실되어 가고 있다.
대신 더 벌고 더 소유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라는 주문이 당연시 되고 있다. 대공황이전의 도금시대에서 처럼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삶의 중요한 가치기준이 되어버렸다. 재무상담을 하면서 정리를 해보니 어느 가정은 전자제품 수만 30가지에 달한다. 냉장고 종류가 김치냉장고부터 쌀 냉장고까지 4대이고 청소기도 한 대가 아니다. 가족 수대로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고 휴대폰의 교체시기도 평균 1년 가량이다. 이렇게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전기요금이나 각종 전자기기 사용요금으로 매월 고정지출이 적지 않게 빠져나간다. 이제는 더 많이 소유한 것들을 유지하느라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에 매달려야 한다. 일종의 도구 패러다임이다.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살고자 많은 도구들을 이용하지만 정작 그 도구의 구매와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더 불편하게 노동에 구속당한다. 이제 노동의 의미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사는 삶의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돈 벌이로만 한정되어 버린다. 거기에 더 나아가 일을 통해 버는 돈만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한 몫 더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돈벌이 재테크로 내몬다. 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 지금, 돈이 돈을 번다는 재테크신화로 너도나도 빚을 내서 부동산을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던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 오래 살았던 강북의 아파트를 팔아 강남권 재개발지역 소형 빌라에 투자했던 사람은 최근 시공사의 시공 취소로 돈도 잃고 삶의 좌표도 잃어버렸다고 하소연한다.
소설 모모에서는 더 성공하고 더 많은 것을 움켜쥐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이 시간도둑에게 자신의 중요한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도둑에게 빼앗긴 시간을 대신해서 갖게 된 부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것을 참으로 기가막히게 표현한다. 가령 장난감이 없어 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노는 모모에게 시간도둑인 회색인간이 찾아와 바비 인형을 건넨다. 그 인형은 사람과 거의 똑같이 생겼고 심지어 완벽한 인간처럼 아름다우며 말도 할 줄 안다. 그러나 인형의 말은 한정되어 있다. 사람의 말 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결국 모모는 그 인형의 한정된 말에 태어나 처음으로 ‘지루함’을 느낀다. 차라리 말을 할 줄 모르면 혼자 묻고 답하면서 얼마든지 창조적으로 놀 수 있는데라는 생각도 한다. 우리가 상당한 시간을 저당잡혀 벌어들인 소득, 혹은 재테크에 부지런히 뛰어 다니며 벌어들인 돈, 그 돈으로 갖게 된 온갖 전자제품들, 각종 도구들이 우리를 그렇게 지루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것을 소유했지만 애착이 가지 않고 끊임없이 새것을 갖고 싶어지는 욕구 불만에 노출되어 또 다시 돈벌이 노동, 돈벌이 재테크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노동으로 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운 사람들에게 지난 몇 년간의 재테크 신화는 시간도둑의 달콤한 속임수였는지도 모른다. 일에 ?기는 것도 부족해 경매특강에서 족집게 주식강의로 부지런히 시간을 도둑질 당하면서 살았다. 이제 중산층들에게 일하고 사는 내내 버는 돈으로 꼬박꼬박 갚아야 할 빚이 남았다. 미래의 시간까지 도둑질 당한 것이다.
시간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물품 리스트를 작성해봐야 할 때이다. ‘더 많이’ 대신 필요에 적절한 소유리스트를 기준으로 생활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상담을 통해 경험해 보니 그것만으로도 상당수 가정의 고정지출이 줄어들었고 더 벌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었다. 소비를 줄이고 나서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불편하게 소비하면서 소비 이후 갖게 된 것들에 애착이 늘어난다고 한다.
덜쓰고 살지만 더 풍요로운 그런 품위있는 삶을 설계해야 할 때가 아닐까.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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