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피자, 치킨 판매가 한바탕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대형마트는 지금껏 꾸준히 슈퍼마켓에서 정육점, 동네 화장품 가게 및 각 종 생활용품 소매점들을 문닫게 하면서 지역상권을 파괴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먹거리까지 진출하려고 하면서 중소상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문제는 5천원짜리 치킨에 대해 소비자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는가’라는 이마트 측의 반박이 지역 상권 신경쓰지 말고 무조건 싼 것을 소비할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대통령 마저 프랜차이즈 관련 원가 논란을 키웠다. 대형마트의 저가 전략이 지역 상권을 파괴한다는 점은 제쳐 놓고 과연 싼 것을 소비하는 것이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행동경제학자로 유명한 다니엘 카너먼과 에이모스 트버스키는 1979년 ‘프로스펙트 이론’을 통해 어떻게든 손실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심리가 더 큰 위험을 선택하게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고자 할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확실한 이익 앞에서는 보다 신중해진다고 한다. 또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이익에는 둔감하지만 손실에는 민감해지면서 손실을 회피하는 경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100만 원을 얻었을 때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가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위의 이론에 따르면 같은 돈이라도 잃었을 때의 고통이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2배나 크다고 한다). 저가 전략과 할인 판매 전략은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에게 손실 회피 심리를 자극하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 자체를 방해한다. 대형마트에는 손실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것들이 이미 가득하다.
온갖 할인 제품과 기획 상품들이 그것이다. 소비자들은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나중에 ‘제 값 주고 살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할인 제품을 충동 구매해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 피자나 치킨이 ‘먹고 싶다는 욕구’가 없어도 저가 제품을 사야 할 것 같은 충동 구매 욕구가 생겨나 버릴 위험이 있다. 먹고 싶은 자연스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싸구려 피자, 치킨 판매대 앞에서 두 시간을 넘게 줄을 서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싼 것을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심리가 사람들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 저가 제품 앞에서 사람들의 나약한 심리는 결과적으로 대형마트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커다란 성과를 내고 있다. 사람들의 충동 구매욕을 자극하는 제품 한 두가지로 대형 마트의 전체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미끼 전략까지 성공 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비 질 떨어뜨리는 대형마트
수박 한 통이 만 원이고 반통이 7천 원이라면 무엇을 사겠는가? 이 질문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한 통을 선택한다. 반 통을 구매할 경우 2천 원을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3천 원 더 지불하고서라도 손실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격에 의해서만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 소비 행태는 사실상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우선 욕구 충족의 질이 떨어져 버릴 위험이 있다. 가족 수가 세 명인 가족이 2천 원이 더 저렴한 수박 한 통을 구매했다고 해보자. 가족 수에 비해 큰 수박을 샀기 때문에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 억지로 먹거나 결국엔 남겨서 버려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알고보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이다. 반 통이면 충분히 즐겁게 소비했을 텐데 더 싸게 사기 위해 결과적으로 3천 원을 더 쓴 셈이다.
게다가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서 전기요금도 추가로 지불해야 하며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부담한다. 소비를 통해 필요와 욕구를 즐겁게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가격에 의해서만 소비 의사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가격은 의사결정의 최종 단계에서 고려할 사안이다. 가격이전에 우리는 우리의 내재적 욕구와 확실한 필요에 대한 충분한 성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의 욕구는 실시간으로 기업의 마케팅과 광고 등의 영향으로 조작될 위험이 있다. 심지어 필요와 불필요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고도화 되어 가고 있다. 반 통짜리 수박보다 저렴한 한 통은 수박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없어도 수박에 대한 구매 욕구를 충동적으로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에 대해 심리적으로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수박 반 통은 이미 소비자들의 지갑을 움직이는 훌륭한 미끼 상품이었던 셈이다.
소비를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을 먹고 싶은 지, 무엇을 갖고 싶은지를 상품이나 상품의 가격을 보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물론 구매 예정 물품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대형마트에는 이미 우리의 의사결정을 뒤흔들만큼의 강력한 마케팅 장치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른 후회없는 소비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를 멀리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지역상권을 이용해야 하는 것은 단지 상권을 보호한다는 사회적 가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의 질을 지속적으로 보호해줄 안전망이다. 대기업 유통망이 당신을 위해 인테리어와 편리한 소비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우리의 욕구마저 조작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그리고 조작된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싸기 때문에, 필요할 것 같아서, 지금 아니면 못살 것 같아서 등과 같은 나약한 심리로 집어든 제품들은 집으로 가져오면 베란다와 각종 수납공간에 쌓이는 짐이 된다. 혹은 냉장고를 가득 채우다 유통기한을 지나쳐 쓰레기 처리의 불편을 초래한다. 지나치게 싸고 편리한 소비구조는 알고보면 커다란 함정이다. 정작 소유와 관리의 불편에 직면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싸고 편리하게 소비하고 구질구질하게 소유하면서 불필요한 것들,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돌봐야’ 하는 피곤한 일상을 만든다. 쇼핑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번잡한 집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전문정리사 professional organizer’라는 직업까지 있다고 한다. 그들은 종종 TV 쇼에 나와 의자와 소파, 바닥 여기저기 쌓여있는 잡동사니들을 그저 닥치는 데로 버린다는 그들 나름의 정리 기밀을 누설한다고 한다. 우리의 욕구를 제대로 들여다 보고 욕구와 필요에 대한 섬세한 설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불편한 소비구조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적어도 불편한 재래시장에서는 손해 볼 까봐 두려워 충동구매 해버리는 오류는 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네 피자와 치킨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지금 꼭 먹고 싶은가?’
이마트 사장의 말은 참으로 우리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된다.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시나요?’ 소비야 말로 이념적으로 해야 한다. 이념적 소비는 알고보면 우리를 대형 유통 기업들의 쓰레기 소비를 위한 유혹으로부터 지켜주는 안전판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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