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박병우 사무국장

 요즈음 청춘 남녀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무척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전문중개업체에 의존하여 배우자를 찾는가 하면 결혼식 전후의 과정도 과거처럼 일률적인 형태로 진행되기 보다 당사자의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남녀모두가 직장에 나가는 경우에는 바쁘기도 하거니와 그렇지 않는 경우라도 결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생일대의 행사를맡길 업체를 선정하기가 난감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수요)에서는 당연히 그에 부응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업체가 바로 ‘웨딩컨설팅’ 이다. 웨딩컨설팅은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 그에 적합한 업체를 선정할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세상이 바뀌면서 ‘웨딩카운셀러’ 또는 ‘웨딩컨설턴트’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요즘 ‘재무설계’ 또는 ‘재무설계사’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란 개인의 금전과 관련된 모든 행위 - 수입과지출, 주식과 부동산을 포함한 자금의 운용 등 - 에 관한계획을 의미한다. 그러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전문가를 ‘재무설계사’(financial planner)라 부른다. 즉, 재무설계사란 “개인의금전적 문제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조언을 해주는 전문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금전적 문제와 관련된 제반 사항’이라 함은 현금흐름, 투자와 리스크 관리, 보험 등 제반 금융상품의 추천 및 조언, 은퇴설계, 세금 그리고 나아가 (개인) 사업에대한 자문, 관련 금융교육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재무설계’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가정경제’를 영위하는 방법으로서 정규 교육과정의 교과목에서 가르쳐 왔다. 즉, 생활상식의 한 부분으로서 수입범위 내에서 지출하고, 불확실한 미래에대비하여 여유자금을 가져야 하며,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 등 기초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에 ‘재무설계’가 부각되는 것은 왜일까? 이는 다름 아닌 경제 여건의 변화에 기인한것이다. 경제 수준이 낮은 저개발상태에서는 개인 자산의 규모, 특히금전 자산의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재무설계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과거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이 낮은때에는 규모 있게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것, 즉 수입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절약하여 생활하고 저축을 많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도에서 ‘재무설계’의 의미가 한정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되면서 개개인의금융자산 비중이 크게 축적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개개인이 단순히 돈을 아껴 쓰고, 여유자금은 은행 적금으로 목돈을 만들어 큰 주택으로 옮겨가는 형태의 단순한‘재무설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개개인의 자산만 증가한 것이 아니고 주변 환경도 크게 변하였다. 규제완화와금융시장의 발달로 금융상품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세금제도 또한 복잡하게 변하였다. 그 뿐 아니라 조기퇴직, 부모공양 관습의 퇴조, 노령화 등과 맞물려 나타난 노후경제생활의 어려움 등 사회ㆍ경제적 환경 또한 급격히 변하는 과정에 있다. 이처럼 개인의 경제생활을 둘러싼 제반 환경의 변화는 개인의 자산관리에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황을만들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재무설계’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언급한 ‘웨딩컨설팅’ 사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재무설계’는 복잡하게 변하고 있는 환경에서 우리의 자산을 관리하고미래를 설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성공적인 결혼식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직하고 신뢰할수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춘 ‘웨딩카운셀러’가 필요하듯이 성공적인 ‘재무설계’를하려면 유사한 조건의 ‘재무설계사’를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훌륭한 ‘재무설계사’의요건은 첫째가 신뢰성, 둘째가 전문성이며, 마지막으로 중요한것은 그 서비스 비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점이 있다. 바로 ‘전문성’이다. 재무설계사의 전문성은 어떤 금융상품에 대한 주요 내용이나 위험도/특성을정확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 상품의 수익전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금융상품의 수익을 전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종종 ‘재무설계사’를 수익전망이 양호한 금융상품의 ‘선별자’로 오인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편, 자칭 ‘재무설계사’라 하는 사람들이 수익전망이 좋은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자신의 역량으로 내세우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접하고있다. 위에서 언급한 결혼카운셀러의 역할은 행복을 보장해 주는 배우자를 점찍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아니다. 그들의 임무는 결혼과 관련하여 배우자의 조건이나 상호 가치관 또는 인생관 등에 대하여 잘 어울리는지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혼의 행불행은 당사자들의결정에 달려 있고 그 책임 또한 두 사람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자기의(금융)자산의 운용ㆍ관리 또한 자신만이 할 수 있다. 재무설계사는그 과정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료와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조언할 뿐이다.

  타인의재산을 자신의 것처럼 소중히 생각하면서 월등한 전문성으로 양호한 수익을 올려주고 관리해주는 그런 ‘재무설계사’가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다. 대부분의 ‘재무설계사’는 자신의 생계를 위해 일할 뿐이며, 우리 또한 그들의 고객으로서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그들이 고객인 우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며, 설사 최선을 다할지라도 그 결과가항상 만족스럽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당연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신뢰할 수 있고 유능한 ‘재무설계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재무설계’란 개념은 훌륭하나 실제로 우리 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투자에서정답은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가 ‘재무설계사’에게 구해야 할 것은 자신의 계획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이다. ‘재무설계사’에게 존재하지 않는 정답을 요구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거짓말을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요약하면 ‘재무설계’는자신의 인생계획을 잘 정리하고, 그에 적합한 자산의 운용ㆍ관리계획을 세우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재무설계사’의도움을 받는 것이지 ‘재무설계사’가 자신의 계획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여야 한다. ‘재무설계’는 자신의판단과 책임하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