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졸 신입직 구직자 8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6.5%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채무가 있다’고 한다. 이 학자금 대출로 인해서 ‘취업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하거나 ‘묻지마식 취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답한 구직자가 무려 54.7%에 이른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싼 대학등록금, 그렇게 빚으로 비싼 등록금을 지출하면서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는 바로 취업이다. 통계 조사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잡기까지 11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그 첫 직장조차 잡지 못하는 구직자가 한 둘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 상환에 대한 압박 앞에서 취업이 되지 않아 결국 묻지마 취업활동까지 한다는 20대. 이들에게 또 하나의 사회적 폭력이 기다리고 있다.
20대에게 놓인 신용사회의 무서운 덫
올크레딧(www.allcredit.co.kr)의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 23.7%가 본인 명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고, 18.8%가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다고 한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 대한 카드 발급이 제한되었다. 그럼에도 통계치에 따르면 적지 않은 대학생이 카드를 소지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졸업 후 아르바이트 혹은 비정규직에 종사하면서 불안정한 소득임에도 카드 발급을 받는 20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대학생을 비롯한 20대들은 소득이 없거나 불규칙한 상황에서 카드 사용 금액을 결제하지 못해 극단적인 위험에 내몰린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카드 사용액수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면 여러 장의 카드를 돌리고 그마저도 한계에 달하면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한다. 그 단계에서 문제해결이 이뤄지지 않게 되면 카드론으로 넘어가는데 정규직의 카드론 이자율은 처음 발급받을 경우에는 10% 초반에서 대출이 이뤄진다. 물론 카드론까지 쓰면서도 소비 조정을 하지 않고 기존의 무분별한 소비성향을 유지하게 되면 일반 직장인들조차 사금융으로 문제가 확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소득이 불안정한 20대와 대학생들에 비해 직장인들의 사금융 이용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적어도 등록 대부업을 이용하기 때문에 법정 이자 한도 범위내의 고금리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와 같은 불안정한 소득을 유지하는 20대와 소득이 없는 대학생의 경우에는 신용카드 돌리기에서 마이너스 통장 발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바로 카드론으로 넘어간다. 그들의 카드론 이용은 거의 20%가 넘는 살인적인 수준이다. 직장인들에 비해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가뜩이나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20대, 그들에게 고금리 카드론은 조그마한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결국 카드론에서 사금융으로 바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 소득이 없거나 지극히 낮은 수준에서 다른 계층에 비해 높은 20% 대의 카드론 이자가 바로 연체의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신용관리 교육이나 재무관리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재정적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해본 경험도 없기 때문에 작은 연체의 경험만으로도 그들을 대출 광고에 귀를 기울이게 할 것이 뻔하다. 연일 케이블 TV에서는 영화 한편 감상하면서 친구 같은 대출, 대출 심사 없는 간편한 대출상품에 대한 과장 광고가 10회 이상 노출된다. 현재 신용상태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야 그러한 광고에 짜증내겠지만 신용문제가 절박한 사람 입장에서는 광고가 과장되었거나 무서운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외면한 채 반가운 마음과 믿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렇게 대부업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광고를 통해 누그러진다. 당장에도 휴대전화를 괴롭히고 있는 카드 연체 독촉 전화 앞에서는 ‘잠시만 빌려 쓰고’라는 심정으로 대부업이 나쁜 줄 알면서도 이용문의를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20대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쳐있다. 최고 법정 이자율 한도 44%짜리 등록 대부업 이용조차 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잠시만 빌려 쓰고’라는 엉성한 미봉책은 불법 미등록 대부업으로 까지 넘어가게 만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채 등 ‘사금융’ 피해자의 61%가 20~30대의 젊은 층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을 포함한 20대의 절반 이상이 불법다단계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대의 신용카드 사용은 시작과 동시에 이미 사금융 피해자로 무시무시한 불법 채권 추심과 그 이상의 정신적 고통의 불행을 겪게 될 위험을 안고 있다.
신용카드 강간과 마루타 알바
신용카드 강간이라는 끔찍한 용어는 바로 미국의 대학 졸업생들이 신용카드 빚을 많이 졌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한 경험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미국 내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카드의 잔인한 마케팅이 한국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1999년 미국 소비자연맹에서는 카드빚에 시달리다 자살을 택한 대학생 2명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카드사의 대학생 카드 마케팅은 지속되었고 10여 년이 흐른 지난해 비로소 미국 금융당국은 대학생 신용카드 발급을 법으로 제한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대학생이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받고 그 신용카드 빚 때문에 취업까지 거부당하는 황당한 경험까지 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다소 양호하다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상담 중 만난 어느 대학 졸업생은 졸업 후 비정규직에 종사하면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학자금 대출 상환으로 빠듯한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이 후 그 20대 청년은 카드 돌리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불법 사채를 이용하게 되었고 불법 채권 추심의 잔인한 경험까지 하게 되었다.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뛰고 무슨 짓이든 해서 빚을 갚을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만이 온통 머릿속을 채웠다고 한다.
그 끔찍한 경험은 20대 청년을 제약회사의 약물 테스트 실험대상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만들었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일명 ‘마루타 알바’로 알려진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는 그 위험성 때문에 고액의 아르바이트에 속한다.
아르바이트 비는 의료계에 따르면 평이한 약물의 경우 30~40만 원, 부작용 등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 90~1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마루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약을 먹고 피를 뽑으며 돈을 버는 극단적인 돈벌이다. 현재 20대는 천문학적인 대학등록금에 시달리다가 청년실업으로 취업도 제대로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빚부터 갚아야 하는 위험한 현실을 살고 있다. 심지어 카드 돌리기에 이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면서 극단적인 돈벌이에 내몰린다는 것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대학생에게 카드 발급이 제한되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카드사들의 회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발급 현장에서는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편법으로 카드 발급이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광고를 통해 소비와 신용카드의 달콤함을 과장되게 마케팅하는 현실이지 않은가. 언론을 통해서도 신용카드의 유용성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유용성 이면에 숨겨진 신용카드의 무서운 얼굴을 모른 채 덜컥 발급받아 마루타 알바로 이어지는 20대의 현실은 신용카드 강간이라 불러도 될 만큼 잔인하다. 대학등록금에서 청년실업, 그리고 위험한 신용사회의 덫까지 앞선 세대의 20대 착취는 말 그대로 세대 간 착취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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