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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머니칼럼] 마이너스통장의 착각2[2]
추천 0 | 조회 12802 | 번호 2200 | 2010.12.01 13:17 에듀머니 (edu7***)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약간의 빚을 지는 것조차 불편해 했다. 하물며 몇 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되면 어떻겠는가. 오죽 답답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끙끙 앓아눕겠는가. 옛 어른들 말씀에 ‘빚은 소도 잡아 먹는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전통적으로 소는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속담 뒤에는 빚 때문에 재산 전부를 까먹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빚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경고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빚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달리하게 되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저금리 금융 환경은 빚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조금씩 바꿔 놓았다. 1억 원을 빌리면 매월 이자가 몇 십만원 밖에 안 됐다. 두 자리 금리였을 때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낮은 비용이다. 때 맞춰 금융회사들도 외환 위기 이후의 개인 신용을 크게 확대했다. 1998년 외환 유동성 위기를 맞은 금융회사들, 특히 기업 위주로 대출 영업을 한 회사들은 퇴출당하거나 인수?합병되는 불운을 겪었다. 반면 소규모의 가계 대출을 주로 해오던 은행들에게는 오히려 외환 위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기업들은 무리한 차입 경영이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려 흑자도산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다. 이때부터 많은 기업들이 부채를 축소하는 경영전략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특히 상위 100대 기업은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보다 좀 더 철저하게 현금 흐름을 관리하면서 현금 유동성을 키워 나갔다. 가계 대출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한 있는 반면 기업들이 저축에 열을 올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이고 덩치가 제일 큰 대출 고객을 잃은 셈이었다. 은행의 자금 수요 또한 크게 감소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저축액이 전년도보다 무려 37조 7,433억 원이나 늘었다고 한다. 무려 21.3퍼센트나 증가한 수치이다. 심지어 1년 이상 된 저축성 예금이 22.9퍼센트나 증가한 것을 보면 단기간 내에 저축 자산을 꺼내 쓸 의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러한 재무 관리의 변화는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경제 환경에서 투자보다 저축을 늘려 안정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노력이겠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물론 은행들도 외환 위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조금이라도 불안한 중소기업이나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게는 보수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기업들은 보수적인 경영을 하게 되면서 투자를 위한 자금 동원보다는 비상시를 대비해 저축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기업 중심의 대출 영업을 고집하느니 개인에게 신용을 확대해 주는 편이 더 나아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변화는 외환 위기 전과 또 다른 금융 환경을 만들었다. 대기업 직원들만 만들 수 있던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이너스 계좌를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빚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출을 받으려면 특별한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대출도 능력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있다. 개인 신용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손쉽게 마이너스 통장이 생기자 마치 특권을 누리는 듯 우쭐해지던 때였다. 저금리 환경이 빚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걷어내자 그 자리에 신용도가 좋아 든든한 마이너스 비상금이 생겼다는 뿌듯함이 들어선 것이다. 

 

“어느 날 은행에 갔는데 제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3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순간 그 은행의 VIP가 된 기분이 들더군요. 오랫동안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한 혜택을 이렇게 보는구나 싶고, 혹시 분위기가 바뀌어서 한도가 줄어들까 봐 재빨리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생각인데요. 한동안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무슨 자랑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능력을 벗어난 신용은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에게 퍼져 나갔다.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능력으로 인식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공짜의 유혹이 특권의식과 결합하면서 은행입장에서는 짭짤한 돈벌이가 쉽게 가능해 졌고 사람들은 채무의 악순환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물론 마이너스 통장으로 채워지는 특권의식은 그 만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자기 정체감이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흔히 명품 광고도 자아 정체감이 낮은 사람에게 더 큰 광고효과가 있다고 한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주어진 상황을 으쓱한 기분으로 여기는 사회 문화는 그 만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아정체감이 낮은 수준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아 비상시에만 쓸 수 있다는 통제력에 대한 자기 과신은 이러한 특권의식으로 인해 재정상태에 대한 나름의 빗장을 스스로 풀어버리도록 부채질 한다.

그리고는 조금씩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가 바닥나고 있음에도 상여달이면 다시 채워넣을 수 있다는 또 다른 핑계를 대며 통제력 상실을 외면해 버린다.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마이너스통장 없이도 여유있는 경제생활, 착한재무주치의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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