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리치]주가가 1900을 훌쩍 넘겨 2000P가 코앞인데 실제 느껴지는 체감지수나 보유중인 종목의 시세가 시원챦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는 바람에 분통을 떠뜨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3년전으로 돌아가 이맘때의 상황을 돌이켜본다면 비슷한 지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당시의 시장의 분위기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뜨거운 분출과 광기를 보일만도 한 시장이 이렇듯 미지근한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전 만났던 지인은 올라가는 주식에 섯불리 손을 댈 수 없는 이유를 또 다시 속을까봐..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2년 전 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많은 탓이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데울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 같다.
굳이 결론을 내자면 가상경제와 실물경제와의 괴리에서 오는 격차를 시장이 좀처럼 줄이지 못함으로써 시장내의 건전한 수급 모델을 찾지못하고 있다는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해야 할 것 같다. 현재 주식시장이 보여주는 몇가지 특징적인 면들을 살펴보겠다.
■유동성
현재의 시장은 어떤 변명을 둘러대도 유동성에 의지한 투기장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과도한 유동성, 폭발적인 유동성 등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라지 않을 지나친 유동성의 힘이다. 사실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은 거래량도 늘어나고 참여자들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주머니에 돈이 두둑한 투자자들이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자들은 시장에 기꺼이 투자를 하게 되고 이렇게 모여진 돈이 시장의 유동성 공급원이 되어 시장을 살리고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유동성은 엄밀히 말하면 미 연준에 의해 공급된 유동성일 뿐 투자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이 대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와의 괴리감
또 한가지는 실물경제가 여전히 살아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우리의 옛 속담이 있다. 한 가정의 살림살이도 여력이 있어야 투자도 가능해지기 마련인데 물가는 오르고 딱히 고용사정이 나아진 것도, 그렇다고 임금상승률이 높아진 것도 아니며 실질적인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투자욕구를 자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900주가에 고작 3억주를 간신히 넘기는 거래량을 보면서 또한 거의 매일 수천억씩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을 보면서 그들은 철저히 개인 투자자들과 동떨어진 이방인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저의마져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목적이 분명한 시장
현재의 시장을 정의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환율문제이다.
유동성이 이토록 질기게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환율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달러가치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켜야 하다보니 미국이 달러를 풀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이머징 마켓쪽으로 흘러들면서 주가상승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따라서 환율의 움직임과 주가의 움직임은 큰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어느정도까지 달러약세를 용인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시장이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도 환율에서 기인한다.
■조정없는 시장
지수가 오르는 것도 좋지만 적절히 쉬었다 가는 모습도 시장의 악성매물도 소화하고 그동안 오르기만 했던 주가에 쉽사리 손이 나가지 않았던 투자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쉴새없이 펌프질을 해대는 유동성의 공급이 시장의 조정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매일 같이 오르기만 하는 주가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모든 투자자들이 다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 맺는말
실제 지나온 역사 속을 들여다보거나 다른 몇몇 나라의 예를 보면 이렇듯 실물경제가 엉망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랐던 몇가지 사례가 있긴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가지. 통화가 더이상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활을 다하지 못했을 때이다. 우리가 살인적인 인플레의 대명사로 잘 알고 있는 짐바브웨라는 나라는 수천%에 달하는 인플레와 정치불안 등 도무지 주가가 오를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주가가 폭등을 하기도 했으며 1920년대의 독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식빵 한 봉지를 사기 위해서 리어카에 마르크화를 싣고 가는 카툰(cartoon)은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때 두고두고 회자되는 그림이기도 하다.
짐바브웨의 사례는 통화가 화폐로써의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에 그나마 가치저장 수단으로써 주식이 대안이 된 케이스로 봐야 할 것이다. 경제 둔화나 각종 악재가 시장에는 오히려 호재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는 예는 이 뿐이 아니다.
화폐가 급격하게 평가절하되기 시작하면 통화표시 자산은 저평가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미국시장의 잇따른 상승도 사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경제회생에 사용되지 않고 금융시장으로 유입되어 주가를 올리고 원자재 가격을 부채질하며 그래도 안되니 이제는 다른 나라를 향해 평가절상 압력을 넣는 후안무치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재의 미국이다. 때문에 이번 G20회의에서 미국이 무슨 이야기를 늘어놓게 될지 더욱 궁금하다.
시장은 가끔 투자자들을 속이기도 하고 술래잡기나 보물찾기를 하기도 한다. 이것은 시장이 가지는 고유의 속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가지 속이기만 하는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어떤 흥미도 제공하지 못한다. 설령 투자자들과 겜블러를 동일시 한다해도 완벽히 속이기만 하는 시장에 매료되어 진입하기를 주저 하지 않는 겜블러는 없을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두고 금세기 최고의 전무후무한 위기였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사상 초유의 유동성으로 틀어먹았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 후세(後世)가 지금의 상황을 평가한다면 말도 안되는 역사적인 겜블링 장으로 표현할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많은 것을 운(運)에 의지해야 하는 시장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지수가 오를수록 이탈하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시장을 이끄는 힘이 분명한 이상 지수를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2차 부양책이 나왔으니 3차, 4차인들 안할 것이라는 보장을 하기도 어렵다.
여러가지 당위성을 가지고 금리인상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금리는 2년째 제자리다. 따라서 겜블링을 하듯 주식투자를 할 요량이 아니라면 지금 시장에서 실적과 전망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에 넘어갈 명분은 더더욱 없어진다. 지금의 시장이 오히려 전문 도박사가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사실 주식시장에서 거래를 하다보면 겜블(gamble)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하는 수 없이 겜블링이라도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속해 있는 시장의 속성은 파악하고 거래에 나서는 것이 혹시나 모를 불행한 상황에 기민한 대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비앤아이에프엔 켐피스 칼럼니스트/ 블로그: 켐피스의 경제이야기 http://blog.daum.net/kempis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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