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리치]최근 전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많은 서민들이 시름에 잠기고 있다.
매매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거나 정체를 보이는데 반해 전세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니 부동산시장에 다시금 투기의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닐까 촉각이 곤두서는 상황이다.
지난 여름부터 시작된 물가상승에 이어 주식시장의 상승 랠리, 전세파동까지 가슴을 쓸어내릴만한 버블의 역효과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침체이도 불구하고 전세값은 왜 오르는 것이며 이러한 메카니즘 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시장은 참으로 오묘해서 사실 확인을 할 수 없거나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입증할 수는 없지만 아주 규칙적이고 답습된 패턴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무엇인가는 오르고 빠지는 것이 시장의 속성이다.
앞서 자산버블의 시대로 일컫어지는 2003~2007년도의 금융 시장은 대부분 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마침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 덕분에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고 따라서 시장은 여러가지 염려를 뒤로하고 랠리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해 모래성이나 다를바 없는 자산거품은 마침내 그 수명을 다했고 위기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무차별적 유동성공급이 이제는 시장에 골치덩어리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자산시장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주식과 부동산 둘 다를 구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식시장은 다행히도 나름대로 유동성 효과를 봤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썰렁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의 전세값 급등은 아이러니한 현상처럼 보여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전세라는 문화가 우리나라 고유의 주거문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집값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때문에 실(實)매매로 이어지기보다는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다소간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여진다. 과거의 경우에는 전세값이 오르고 나면 머지않은 시기에 매매가격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었지만 그러한 흐름이 지금도 이어지리란 보장은 하기 어려울듯 하다.
어떤 자산이 가치하락을 보이기 시작할 때 그것이 일직선으로 주구장창 빠지지는 않는다. 이른바 기술적 반등 과정을 통해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르기도 하고 정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은 바닥을 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고점에 비해 어느정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싶으면 큰 의심없이 매수에 나서기도 한다.
자산시장에서 돈(유동성)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그것은 무엇이든 오르게 할 수 있고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때문에 일단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 모든 현금을 철저히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그 열풍이 식거나 사그러들 때는 지나칠 정도로 격정적인 하락세를 보인다. 따라서 실물이 뒷받침 되지 않는 경제 대해 의심의 끈을 놓지 말고 섣불리 대규모 투자에 뛰어드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전세값 뉴스 못지않게 흥미를 끄는 것이 있는데 제2의 벤쳐투자이다. 30억을 투자했더니 80억을 벌었다는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고 수백억대의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나서는 벤쳐캐피탈도 있는 모양이다. 과거 IT버블이 한참이던 2000년도 시절에는 돈 꽤나 있다는 사람들은 벤쳐기업에 자발적인 엔젤(angel)을 자청해서 수억씩 투자했다가 쪽박을 찼던 일도 있었다. 워낙 오랜 기간 저금리가 지속되다보니 은행이자 수입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요즘 꽤나 통 큰 투자를 조장하고 있는 뉴스들을 접할 때면 과거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동산투자, 아니 부동산 투기라도 할 요량이라면 미래의 수요기반에 대한 탐사는 필수적이다. 현재 국민들의 저축률이 어느 정도이며 부채는 얼마나 되는지 향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은 없는지, 인구증가율이나 최근 분양아파트의 청약율,등 따져야 할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결국 나중에 나의 부동산을 충분히 비싸게 사줄만한 사회적 기반이 형성될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한다. 굳이 왜 이런 것들까지 따져야 하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나 주식과 부동산은 다르다. 주식은 팔아야겠다고 판단이 들면 그 즉시 엔터키 한방이면 모든게 끝나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처럼 실물경기가 좋지 못한 시기에 유동성만 믿고 환금성이 약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칫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속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금융시장이 반복성을 띄는 습관적 주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과거의 현상이 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상경제와 실물경제사이의 괴리율이 커질수록 시장은 내재된 변동성에 자극을 받기 마련이다. 어떤 변명을 갖다붙인다 해도 지금의 경제가 유동성에 바탕을 둔 가상 경제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전(前)분기에 비해 확연히 둔화된 경제지표들을 무시하고 자극적인 기사와 투자권유로 이성적인 판단을 배제한 투자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시장에는 정의의 사도도 만인을 지혜의 길로 인도하는 지도자도 없다. 때문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이다.
지금의 투자는 투전판에 뛰어드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일 뿐 건전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상황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중(重)무장을 하고 나선다면 굳이 말릴 일도 아니지만 가볍게 나다니기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이엠리치(www.ImRICH.co.kr) 비앤아이에프엔 켐피스 칼럼니스트/ 블로그: 켐피스의 경제이야기 http://blog.daum.net/kempis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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