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주임연구원
지난 5월, 한 방송사에서 펀드비용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방송내용 중 경악스러웠던 것이 ‘매매중개수수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쩔쩔매는 판매직원의 반응이었다. 매매중개수수료란 펀드가 주식과 채권 등을 사고 팔 때 드는 비용이다. 펀드의 과도한 자산 매매는 투자자의 이익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자에게 설명해 줘야 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는 판매직원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1. 판매직원이 전문성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
금융시장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다 금융위기를 겪은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껴 투자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 판매직원 등 타인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펀드환매가 줄을 잇고 랩어카운트 등의 자산관리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것은 판매직원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자산운용관련 연구기관인 Cerulli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상담사(Adviser)들은 평균적으로 고객을 만나고 지원하는 일에 전체 업무시간 중 50.9%를 할애하고 있다. 연수 및 조사․분석에 투입되는 시간은 17.4%에 불과하며 판매가 주요 업무인 중개상담사(Broker & Dealer Adviser)의 경우 그 시간이 14.9%로 자문상담사(Registered Investment Adviser)보다 더욱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신 금융지식 습득은 물론 ‘적합성의 원칙‘ 준수를 위한 재무설계 관련 경험과 지식을 쌓고 ’설명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의사소통 능력까지 기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우리나라 판매직원이라고 다를까? 과연 이들은 시장이 원하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을까?
2. 미국의 해결책 : 판매지원 서비스
미국의 대다수 증권회사는 거래집행 및 결제, 청산 등의 후선업무를 외부의 결제회사(Clearing Firm)에 맡겨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결제회사들이 업무범위를 확대해 다각도로 판매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보급하여 이윤을 올리고 있다. 재무설계를 위한 Planning Tool은 물론 상품 선정 및 시장에 대한 분석자료를 지원하고 연수프로그램이나 고객관리 시스템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는 영업담당자들이 좀 더 고객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1973년 설립된 LPL이라는 소규모 증권회사는 영업담당자를 고객으로 간주해 지원한다는 철학으로 판매지원 서비스를 개발․제공하여 LPL의 영업담당자 수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약 7년 동안 약 3배 정도가 늘었다. 이러한 지원시스템 덕분에 영업담당자들은 기타 업무를 단축할 수 있었고 보다 많은 시간을 고객과의 의사소통에 할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J.D.Power사의 조사(2009, US Full Service Investor Satisfaction Study)에 따르면 LPL은 투자자의 종합만족지수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특히 영업담당자와의 1:1 관계가 투자만족도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앞으로 이러한 판매지원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올해 7월, 한국금융투자협회가 표준투자권유준칙을 대폭 개정하여 ‘투자권유’에 있어 금융회사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과거에는 기계적으로 표준투자권유준칙만 준수하면 되었지만 이제 자체적인 투자권유준칙과 시스템을 개발해 판매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제 금융회사는 ‘누가 더 고객정보를 많이 수집하여 좀 더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지’, ‘누가 더 객관적인 기준으로 상품을 추천하여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유지할 수 있는지’를 놓고 겨루게 될 것이다. 금융회사 차원에서 발달된 기술과 통신을 이용한 판매지원 서비스 개발․제공하는 것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금융시장의 흐름이다.
3. 판매지원 서비스의 투명성과 평판 형성의 필요성
이미 우리나라의 몇몇 금융회사들은 이런 판매지원 서비스의 중요성을 간파하여 전문적인 시스템을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중에 있다. 가령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지점을 방문한 투자자는 자신의 정보를 부지런히 어떤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판매직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전략과 상품을 알려주고 판매직원은 이를 투자자에게 추천하고 설명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런 서비스를 과연 믿어도 되는 걸까?
개별 상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어려운 투자자들이 이런 서비스에 대해 판단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따라서 투자자 대신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제3의 기관이 각 금융회사의 서비스나 시스템을 조사 및 평가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쉽고 이해 가능한 수준의 정보로 가공 및 제공되어야 한다.
펀드의 경우, 현재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품을 평가하고 시상을 하는 기관이 많다. 또한 투자자들이 양질의 펀드판매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과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은 ‘펀드판매현장’을 모니터링 해 평가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굳이 어려운 지표를 보지 않아도 이 평가 결과를 참조 할 수 있다. 앞으로 금융회사가 다양한 판매지원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하게 되면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정보 또한 시장에 생산․공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참고하여 올바른 금융회사 및 판매직원을 선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금융회사의 서비스 및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시되고 이 정보를 조사․평가할 제3의 기관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만약 투명성이 결여로 평가가 불가능하다면 투자자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서비스의 질‘이 아닌 ‘마케팅 강도’가 될 것이다. 즉, 투자자는 불완전한 정보로 인한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4. 판매직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 : 의사소통능력
그럼 판매직원이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회사에 대해 크게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지식 및 분석이 필요한 ’적합성의 원칙‘은 금융회사 차원에서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판매직원은 ‘설명의무‘ 준수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자본시장법이 요구하는 설명의 수준은 금융소비자의 지식과 경험 등을 고려한 것이어서 일단 고객을 파악(Know Your Customer)하는 것이 판매직원의 1차 과제이다. 사실 고객의 정확한 특성과 니즈(needs)가 파악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판매지원 서비스가 구축되어 있어도 무용할 것이다. 따라서 판매직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히 금융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 특징에 대한 일방향적인 설명능력이 아니라 고객의 정보 수취까지 포함한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자(Communicator)로서의 역량이다.
현재 판매직원의 의사소통능력은 거의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매년 실시하는 펀드판매회사 평가 항목 중에는 ‘투자자 성향에 대한 분석결과’를 제대로 전달하는지에 관한 항목이 있다. 2009년, 조사대상회사의 전체 평균은 60점! 사실상 낙제점수에 가깝다. 위험과 관련해 상품 간 차이를 설명하는 능력은 50.9점으로 완벽한 낙제점수이다. 하루 빨리 판매직원이 고객과의 의사소통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다각도의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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