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우리 가정도 ‘모라토리엄’ 위기

[아이엠리치] 최근 성남시청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한 바 있다.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해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온 돈 5천200억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아직 국토부와 LH공사측에서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이라는 시각에 대하여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무리한 개발계획이 현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의 급격한 침체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은 비단 성남시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들 역시 이러한 모라토리엄 상황에 직면한 이들이 많다. 기존의 집을 보다 큰 평수로 늘릴 계획을 하거나 분양을 통한 새집 마련을 계획한 이들이 부동산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새로운 집을 구입하였지만 부동산 버블이 서서히 빠지면서 하락세가 지속되자 깡통아파트, 중도금압박과 기존 주택 거래의 어려움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성남시만 보더라도 지방세수(부동산 취등록세를 포함하는)가 이전에 2조2천으로 부자도시로 알려져 있었는데 현재 1억 5천억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부동산 경기에 대한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인 부동산 문제점의 올바른 이해

이러한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일부 정치인들은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를 완화를 희망한 바 있다. 물론 현행 유지로 결론은 났지만 앞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가 또 불거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DTI규제의 완화는 이미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이 750조에 이르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상황. 결과적으로 개인이나 가정에 대출을 더 늘려서 부동산 거래만 올려보겠다는 정책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더불어 DTI규제가 없는 지방의 미분양현상을 보더라도 DTI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대응책은 분명 수긍할 수 없는 내용임에 틀림없다. 결과적으로 단기에 잠깐의 부동산 거래회복은 될 수 있겠지만 가계 대출만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다시 침체로 빠질 확률이 높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점의 올바른 인식이다. 부동산 문제의 시발점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평균 금융자산 8천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베이비부머세대가 대거 은퇴에 몰리면서 적절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 매각을 기대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부동산 하락을 유도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이해된다. 즉, 우리는 부동산 문제를 단순하게 부동산 거래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은퇴를 코앞에 둔 베이비부머세대들의 노후자금 마련계획 부족이라는 문제점으로 현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때문에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정책으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은퇴시기에 놓인 이들이 적절한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 쪽에도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부동산 정책과 고령화 은퇴정책에 대한 제언

이러한 부동산 경기시대에 부동산 정책으로 전세금 상승폭의 강력한 제한규제가 필요하다. 이는 현 부동산 하락의 상황을 그대로 이해하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현격히 줄어든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현재 임대차보호법에 의한 전세금 제한 상승율 5%의 규제는 거의 유명무실화 되듯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임대인으로 하여금 떨어진 부동산 가격에 전세수요에 대한 기대감 상승으로 매도의 유동성이 막힌 상황이다. 즉 이에 대한 관리구조를 강화한 규제정책은 무리한 전세금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임대인으로 하여금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임차를 희망했던 사람들도 전세에서 매매거래로의 희망을 지향하게 되는 효과가 나타나 거래증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둘째로 은퇴정책을 위해 노인의 일자리 창출 플랜이나 노인 사업대출 및 투자 아이템제공 서비스 등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은퇴 이후에도 경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의 대거 확충이 필요하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가 매우 미미하고 노인들의 제 경제활동능력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사업은 시작했지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은퇴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경제활동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관련 전문기업에서 기술적, 관리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최근 서울의 몇몇 구청에서 시행하는 사회적 기업도 이에 대한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현실적인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돈 문제는 돈에서 오기보다는 돈이 아닌 다른 어떤 것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다. 대개의 경우 욕심과 현실 부정이 그렇다. 부동산은 이미 하락하였고 손해를 보았다면 먼저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투자자 입장에서 얼마나 마음 아프고 받아들이기 싫은 고통인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단순히 수익의 경중을 떠나서 냉정한 머리로 투자 실패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볼 것을 권장한다.

보다 나은 정책과 시장이 펼쳐지고 모두가 행복한 부자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엠리치 · 비앤아이에프앤 손교식 칼럼리스트 / TNV Advisors 자산관리리전문가, 블로그 http://blog.naver.com/papatech , 트위터 papatech_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