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리치]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조선중기 1580년대는 남녀평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던 사회였다.
남녀에 있어서 재산의 균등상속, 제사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바탕으로 보면, 이시대의 여성들은 법적으로나 권리적으로나 비교적 평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이토록 평등한 관계에서 부부지간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그래서 서로 존중하며 살던 시대였다.
1999년 경상북도 안동시 정상동의 택지부지에서 무덤 한기가 발굴되었다. 시신은 미라처럼 고스란히 보존되었으며 시신의 가슴을 덮은 편지 한 장이 발견되었다.
“ 자네 이렇게 가는가?
둘이 머리 희도록 살자고 하더니, 같이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먼저 가시나니,
나하고 자식하고 어찌하여 살라하고
자네먼저 가시는고 .............“
편지의 내용 중의 하나이다.
얼핏 보면 남편이 부인에게 쓴 편지글로 보인다. 그러나 이 내용은 먼저 요절한 남편을 묻으며 부인이 쓴 편지였다. 시작은 “ 원이 아버지께” 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내용은 구구절절 꿈속에서라도 다시 보길 원한다는 식의 사랑의 표현이 많으며 또한 적극적이다. 또한 남편을 부르는 호칭이 “자네” 로 연거푸 반복되고 있었다.
또한 놀라운 것은 그 시대는 처가살이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이 시신역시 처가에서 살았다. 시집간 딸이 친정에 살면서 친정아버지 제사를 지낸다. 이쯤 되면 우리의 편견이 무참히 깨지는 듯 하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었다.
아무튼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최첨단을 걷고 있는 21세기 요즘은 말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서비스 교육을 너무 많이 받다보니 그런 증세가 나오는지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어떤 단어이든지, 존칭어를 붙이는 행위이다.
일단 남에게 자신의 남편에 대해 이야기할 때나 소개할 때 남편을 높이는 존칭어는 듣기 거북하다. 신하나 노예도 아닌데 너무 높인다. 더구나 상대가 연세가 있는 분이라면 더욱 실례가 아닐 수 없다. “ 제 남편이 오늘 출장을 가셨어요.” 는 삼가야 한다.
또한 물건에다가 마구 존칭어를 붙이는 것이다.
“ 오늘은 그 물건이 다 팔리셨습니다. ”
“ 그 물건은 세일이 안되시구요............” 식이다.
존칭어는 적절한 곳에 붙여야 그 말을 하는 사람의 품격이 올라간다. 들을 때도 거북하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무엇이든지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방송에서도 이러한 말행태가 마구 쏟아지고 있어서 그것을 보고 듣는 모든 사람들이 따라할까 우려된다.
말 한마디에서도 비굴이 묻어나고 자신감이 느껴지는 법이다. 요즘의 존칭어 남발은 인간평등의 역행으로 가는 격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를 이야기할 때도 “ 저희나라” 라고 할 정도이니 그저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민이 존칭어를 몰라 폭행과 폭언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을 뭐라 하기 전에 우리부터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아이엠리치 이현정 칼럼니스트 / 방송인 & 스피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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