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자보호재단 강지영 주임연구원
시티저널 6월호 게재
펀드 환매자금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을까? 투자자산에 실망하여 예금이나 CMA 등 안전자산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종합자산관리 관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투자상품, 랩어카운트로 몰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0년 2월 일임형랩어카운트에 몰린 자금은 약 20조 6,000억 원으로 2005년에 비하면 약 6배 증가한 규모이다.
랩어카운트는 ‘싸다, 포장하다.’ 는 의미의 '랩(wrap)'과 ‘계좌’라는 뜻의 '어카운트(account)'를 합친 말로 여러 금융상품에 분산투자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상품이다. 최근 자산관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 개별 상담을 통해 위험성향이나 투자선호를 반영하여 ‘투자자문’에서 ‘매매’, ‘운용 결과 보고’까지 일련의 자산운용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랩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ready-made 상품인 펀드에 끼어 맞추기식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자기 맞춤형 투자방식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랩어카운트 투자시 유의사항>
기본적으로 랩어카운트는 맞춤형 투자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랩의 유형에 따라 “맞춤”의 정도가 달라지고 있다. 최저가입금액제한을 낮추면서 랩어카운트 또한 펀드의 ready-made 성격을 일부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형’, 혹은 ‘표준형’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랩이 바로 그것이다. 랩어카운트가 투자할 수 있는 범위를 사전에 대략적으로 정해놓고 그 안에서 투자자별로 비중이나 일부 편입 종목을 바꾸는 형태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나에게 꼭 맞는 상품”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몇 백만 원~몇 천만 원”의 상대적으로 소액을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상품유형에 따른 “맞춤서비스”의 한계를 반드시 확인하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어느 금융상품이나 투자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비용이다. 일반적인 랩어카운트는 ‘일정 보수’만 지급하면 따로 매매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때문에 잦은 매매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직접 투자자에게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상품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기본 운용보수는 낮되 성과보수를 떼는 랩 상품도 있기 때문에 손실이 나도 여러 보수와 비용을 계속 부과하는 펀드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라면 대안으로 생각해 볼만 하다. 하지만 투자대상과 운용전략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보수 및 수수료가 바뀔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이 사전에 신경 쓸 점 또한 많다. 가령 어떤 랩어카운트는 주식편입비율에 따라서 1.5%~2.5%로 약 1%의 수수료가 차이나기도 한다. 따라서 상품 가입 전, 내가 실제 지불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상황별로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랩어카운트는 흔히 직접투자의 장점과 간접투자의 특징을 모두 갖춘 상품이라고 말한다. 나의 투자 선호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말하면 두 투자방식의 단점 또한 모두 지닐 수 있음을 뜻한다. 간접투자인 펀드에 비해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약하며 직접투자에 비해 운용의 신속성, 자율성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보호 측면을 좀 더 살펴보면 집합투자인 펀드의 경우 한 종목에 10%이상 투자하면 안 된다든지, 동일 법인이 발행한 증권에 20%이상 투자하면 안 된다든지 하는 투자자보호를 위한 운용규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랩어카운트는 집합투자가 아닌 투자일임업에 속하여 자산운용에 있어 상당한 자율성을 가진다.
물론 사전에 투자자와의 계약을 통해 개별적인 운용대상 범위나 운용전략을 제한하며 이후, 투자 성과 및 내역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고하는 등 이해상충 완화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투자자가 스스로 계약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챙기지 않으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는 뜻이 된다. 실제 어떤 주식형랩의 투자설명서에는 “주식투자비중 : 0~100%” 이란 문구가 있는데 이 말은 “내가 어디에 투자할 지 아무도 몰라.”란 말과 같다. 따라서 투자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 계약의 내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수정하고 통제할 수 없는 투자자에게는 랩어카운트가 어디에 투자하고 있든 상당히 위험한 금융투자상품이 될 수 있다. 자칫하여 투자 도중 금융회사의 잘못으로 손해가 발생하여도 이에 대한 배상을 받기도 어렵다. 랩어카운트는 2001년에 도입되어 역사가 매우 짧기 때문에 관련 판례도 거의 없고 고객맞춤형이라는 서비스의 성격상 과실을 입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능력을 먼저 살피고 신중하게 활용을 결정해야 하는 상품이다.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랩어카운트 투자로 인한 결과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투자판단이나 의사결정은 투자일임을 받는 금융회사가 내림에도 계약을 통해서 정한 운용범위 내라면 금융회사는 손실에 대한 책임이 없다. 전문가의 종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니 편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일치감치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랩어카운트에 대한 비교정보나 공시자료를 찾기 힘들고 참고할 평판이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 선택이나 결과에 실망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차근차근 여러 증권회사를 돌며 상담을 받고 비교해 본 후 금융자산의 일부를 랩어카운트를 통해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며 조금씩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에 두 번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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