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 놓으려면 역시 부동산이든 펀드든 기회가 있을 때 사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여년 전 결혼할 때 돈 한 푼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살 수 있었던 것도 부동산 때문이죠. IMF 때도 잠깐 어렵다가 금방 올라갔잖아요. 요즘 분위기를 보면 그 때처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집을 하나 더 늘릴 생각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투기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때 튤립 가격이 투기를 통해 어느정도 치솟았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원래 튤립은 귀족과 부유층만이 가지고 있었으며 계급을 구분하듯 최상급 꽃은 황제튤립이라 불렸으며 총독과 제독 장군 순으로 튤립의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튤립은 꽃이 필 때까지 무늬와 색깔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나의 뿌리에서 황제튤립이 나오기도 하고 평범한 튤립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튤립이 돈이 된다는 소문에 가난한 서민들이 황제튤립을 기대하면서 튤립 한 뿌리에 모든 것을 걸기 시작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튤립투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는 튤립 한 뿌리가 당시 네덜란드 노동자들이 1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6배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됐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소득 기준으로보면 튤립 한 뿌리가 1억이 넘는 금액에 거래가 됐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했다.
물론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튤립투기 열풍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튤립시장은 붕괴됐다. 집을 저당잡히고 가재도구들을 팔아 일확천금을 노렸던 서민들이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늘 반복된다. 그래서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과거에 대한 연구를 한다. 이는 경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는 호황과 과열을 지나 붕괴와 불황을 거친 후 다시 호황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반복한다. 단순히 호황과 불황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열풍도 반복되고 있다. 17세기에 튤립뿌리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상을 바꿔 주식에서 땅, 아파트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주부인 최씨는 2006년 여름에 집 값의 2/3나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 다소 무리한 대출로 인해 처음에는 불안했다. 그러다 집값이 2억7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1억3천만원이나 뛰어오르자 불안한 마음은 이내 뿌듯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최근들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최씨는 가격이 떨어지는 틈을 타서 더 투자가치가 있는 아파트로 갈아타려 하고 있다. 최씨의 남편은 자기가 버는 돈만으로는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 하니 빚을 더 내서라도 투자금액을 늘리자고 최씨를 부추기고 있다.
자산 착시 현상으로 위기를 외면한다.
그 누구도 내가 가진 자산의 가치가 1억3천만원이나 상승했다는 사실 앞에서 흥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집 하나 잘 산 것만으로 1억 3천만원이나 벌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뜨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흥분과 들뜸을 냉철한 현실인식을 토대로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산 가치 상승이 가져다 주는 달콤한 유혹에 쉽게 이성적 판단을 접어 버린다. 일명 자산효과라는 것이 있다. 주택이나 주식 등의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소비도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최씨의 가정도 마찬가지다. 집 값이 올랐다고 그동안 타고 다니던 차를 매각하고 외제차를 장만했다. 부부가 같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주말이면 외제차를 타고 교외로 나간다. 그러는 사이 최씨에게는 담보대출 말고도 50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이 새로 생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산이 늘고 있어 미래의 소득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심으로 가계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심각한 지경까지 가고 있는 것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사례의 최씨는 평달 소득의 30% 이상을 부채이자로 고스란히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위험한 성취감에 취해 현실을 냉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자부담과 늘어난 소비로 인해서 빚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올 해들어 금리가 낮아져서 이자비용이 줄었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히 따져보자. 최씨의 집 값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동안 냈던 이자만 6000만원이 넘는다. 그리고 마이너스통장과 퇴직금담보대출, 약관대출 등으로 8000만원의 빚이 새로 생겼다. 오른 집 값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환상을 좇다가 돈을 벌기는 커녕 빚이 빚을 내는 현실에 몰린 것이다.
무조건 오를 것이란 믿음이 앞뒤 계산도 안하는 무모함을 만든다.
최씨의 얘기로는 주변에 개발호재가 있어서 경기만 호전되면 집 값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넓은 평수를 사들여서 좀 더 큰 돈을 벌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40대인 최씨의 남편은 직장 생활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3억 가까운 빚이 있지만 직장 생활은 길어야 7년이다. 빚을 갚으려면 앞으로 남은 연봉을 모두 모아야 한다. 당연히 이는 불가능하다. 지금도 생활비가 부족한데 앞으로 지출은 점점 늘어만 갈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과 5학년인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비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등록금과 육성회비, 보충수업비, 교재비, 급식비 등 공교육에 드는 비용만 해도 월평균 50만원 가까이 된다. 이 시기가 3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아이들 대학자금 마련은 꿈도 못 꾼다. 이쯤 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떨어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의 삶이 걸린 문제다.
최씨는 부동산으로 인해서 앞으로 돈을 더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수억원을 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댓가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다. 더구나 그 누구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투자란 늘 오를수도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가격이 떨어진다면? 최씨의 자녀들은 급식비도 밀려서 학교 다니면서 아이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대학에 가서는 자신들의 등록금과 용돈 뿐만 아니라 퇴직한 아버지로 인해서 가정의 생활비까지 벌어야하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거기에 빚도 갚아야 한다.
당장이라도 차익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을 접고 부동산을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것이 막연한 기대심으로 미래를 부동산 하나에 올인한 채 아슬아슬하게 내맡겨 버리는 현실보다 훨씬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17세기 튤립가격이 폭락한 후 길거리에 내몰린 서민들이 그제서야 튤립이 꽃임을 알았던 것과 같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제라도 집이 돈벌이 수단이 아닌 ‘사는 곳’일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돌아 봐야 할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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