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저축, 나쁜 저축, 이상한 저축
꾸준히 저축하고 있다는 사실은 먹지 않아도 날 배부르게 한다. 불어나는 잔액을 볼 때 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 지고, 통장을 보는 것만으로 마치 이미 부자가 된 것 같다는 만족감도 커진다.
그러나 엄밀히 이야기하면 저축이 무작정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 내용을 따지고 들어보면 안 하는 것이 더 낳은 저축도 있다. 그런 저축은 하면 할수록 뭔가 찜찜한 마음이 들고, “이건 아닌데, 뭔가 잘못되어 가는 거 같은데” 라는 불길한 생각마저 들기까지 한다. 우리가 그저 하면 무조건 좋을 것 같은 저축도 그 정체를 제대로 알고 해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 나쁜 저축 : 마이너스 통장에서 나가는 저축
작년 재취업에 성공한 주부 K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평소 가계부를 쓰지 않아 돈의 흐름을 정확히 몰랐던 K씨는 그저 막연히 맞벌이니까 예전보다 소득에 여유가 있다는 생각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매월 적금을 100만원씩 부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가계부를 쓰기로 결심한 후, 예산을 짜기 위해 계정별로 지출내역을 정리해 보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K씨 가정은 작년 지출을 기준으로 한다면 저축할 여유자금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달에 100만원씩 적금을 어떻게 부을 수 있었을까? K씨는 비로서 적금을 부으면서도 뭔가 찜찜했던 그 근원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그것은 다름아닌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이었다. 결국 K씨는 적금이자 보다 비싼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꺼내 이자를 물어가며 적금을 붓는 손해 보는 저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정은 재무상담 과정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적금뿐만 아니라 과다 보험가입으로 인해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꺼내 보험료를 내거나 심지어 보험 약관대출을 받아서 그 보험료를 다시 내는 가정도 있다. 물론 저축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저축상품을 가입하기 전에 먼저 가정에서 저축여력이 얼마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축으로 이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은행이나 보험사에 이자를 내면서 저축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다.
- 이상한 저축 : 저축은 했는데 이상하게 남는 돈이 없네
대부분 사람들이 저축을 할 때 목돈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저축가능 금액을 하나로 묶어서 저축을 한다. 예를 들어 저축할 수 있는 돈이 50만원이라면 50만원짜리 적금을 드는 식이다. 이렇게 하나도 묶어서 저축을 하게 되면 관리가 편하고 나중에 만기 시 목돈이 만들어져서 성취감은 더 높을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뚜렷한 목적 없이 목돈이 손에 쥐어지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우리 집 차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신차 광고에 시선이 꽃힐 수도 있다. 최신형 50인치 벽걸이 TV가 자꾸 나를 유혹한다. 때론 내가 적금 탄 걸 귀신같이 알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지인이 있을 수도 있다.
결국 막연하게 저축한 돈은 순간적인 충동과 욕망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저축을 하는 과정에서 힘들게 나의 욕망을 참았기 때문에 아마도 더 그럴 것이다. 갑자기 긴장과 고삐가 풀려버린 욕망은 그 동안 나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해 보자. 늘 저축을 하는데 현재 결과적으로 내 통장에 남는 돈은 별로 없더라 라는 허탈한 현실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 좋은 저축이란 바로 합리적으로 돈을 쓰는 계획이다.
좋은 저축을 위해서는 먼저 머리 속에만 있는 우리 집 회계장부를 종이 위에 옮기는 작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지출내역에 대한 세부적인 파악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그저 막연하게 우리 집 생활비가 얼마니 이 정도는 저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머리 속 회계장부에만 의존하면 빚으로 저축하는 나쁜 저축이 될 확률이 높다. 저축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우리 집의 돈 씀씀이를 따져보고 적정한 지출 예산을 수립하는 것부터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상한 저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이 저축을 왜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6개월 후 여행자금인지, 1년 후에 전세자금인지, 3년 후 결혼자금인지, 아니면 20년 후 노후대비를 위해서인지 이렇게 명확한 목적을 정하게 되면 더불어 저축기간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돈을 쌓아두고 감상하려고 모으는 것이 아닌 이상에, 결국 저축이란 내가 돈을 쓸 계획을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돈 쓸 계획을 잡아서 그 계획에 맞춰 저축을 하게 되면 정작 필요한 때 돈이 없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또한 목돈을 소유 함으로서 애써 저축한 돈이 불필요한 욕망의 희생양이 되는 위험도 제거할 수 있다. 더불어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내가 그 돈을 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면서 저축이 즐거워 진다.
당장 우리 집 저축내역을 보면서 정체를 밝혀 보자. 나쁜 저축이라면 당장이라도 정리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이상한 저축이라면 지금이라도 목적을 정해서 계획 없이 쓸 위험성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
이 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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