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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노하우] 위대한 유산 가계부[3]
추천 0 | 조회 3260 | 번호 1729 | 2010.02.01 12:11 에듀머니 (edu7***)

 나는 가계부 전도사이다.

가계부 관련 책만 5권을 썼을 정도로 가계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나는 과거에는 은행의 인터넷 뱅킹을 통해 지출 흐름만 관리를 했었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 뱅킹을 통한 지출관리를 간단히 할 수 있었다.

 

그러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직접 만든 시스템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집의 미래 재정 설계와 재무제표, 한 해의 구체적인 재무목표와 인생에 있어 하고 싶은 소망들이 빼곡이 적힌 가계부가 현재 3권이 쌓였다.

 

3권의 가계부에는 매일 매일의 지출 흔적과 재무제표를 채우기 위한 숫자만 기록되어 있지 않다. 영수증들도 지저분하게 붙어있기도 하고 일기를 통해 그때 그때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이 가득하다. 또 때로는 업무에 필요한 경제와 관련된 지식들이 메모형식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내가 가계부에 열심인 이유는 거슬러 올라가 나의 아버지와 같은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나의 아버지는 고학력자이면서 어릴 적부터 천재소리를 듣는 수재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로서의 삶은 집에 쌀이 떨어져 자식들이 굶고 있어도 남은 잔돈을 다 털어 담배를 사버리는 사람이었다.

 

물론 때때로 하는 일이 잘되어 지갑이 두둑해 질 때면 우리 형제들에게 후한 용돈을 주기도 하고 그 시절 보통 사람들이 가보지 못하는 레스토랑에 데려가 외식을 시켜 주기도 했다. 우리 집은 언제나 예측불허, 화창한 봄날 아무 예고 없이 번개 폭풍이 치는 일들이 반복되었었다. 2층집에 살다가 갑자기 여관에 몇 달씩 머물기도 했고 자가용을 타고 여행을 하기도 했다가 밀린 외상값 받아내겠다고 동네 쌀집 주인이 학교까지 찾아와 나를 끌고 이사한 집을 쫓아오기도 했다.

 

나의 아버지는 언제나 내일을 믿는 사람이었다. 내일은 일이 잘 되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 믿음과는 달리 우리 형제들은 학창시절 공납금을 제 때 내본 적이 없다.

나는 내일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며 성장하게 되었고 돈에 대해 상당히 가난한 마음을 키우며 자랐다.

 

부모가 되고 나서 나의 그런 성장과정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했다. 돈에 대한 가난한 마음 때문에 돈이 있으면 다 써버리고 없으면 곤란을 겪는 나의 아버지와 비슷한 경제적 시행착오를 호되게 치르기도 했던 것이다.

 

반대로 나의 성장배경을 아이들에게 되물림 함으로 내가 가졌던 어릴 적 절망감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마음 때문에 뒤늦게 돈에 대해 성실해지는 연습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내 기억 속에는 어릴 적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주판을 두드리는 친구의 아버지 모습이 선명히 남아 있다. 아주 많이 어린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도 그 모습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고 내 머리 속에 어떤 감동과 함께 선명하게 박혀있다.

 

주판을 두드리는 친구 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기도하는 듯한 경건한 모습이었다. 그 이미지는 가끔씩 큰 돈을 벌었다며 우리에게 후한 인심을 쓰는 내 아버지의 모습을 더욱 원망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3권으로 쌓여있는 나의 가계부는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비관하지 않게 할 것이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의미 있게 쓰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부모의 모습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지 않겠는가. 기회만 잘 잡으면 금새 넘치는 돈을 쓸 수도 있다는 헛꿈을 꾸는 부모의 모습은 내 경험에 비쳐 보았을때 너무 서글픈 모습이다. 자신의 부모를 존경할 수 없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절망을 주는 문제가 아닐까.

 

주판을 두드리는 아버지를 둔 친구네는 해마다 조금씩 잘 살게 되었던 것 같다. 방 한 개 짜리 집에서 마당 딸린 집으로 이사하기도 했고 여러 형제들을 학비가 밀려 학교에서 망신당하는 곤란을 겪지 않도록 키워내셨다.

 

한 번은 대학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계부에 대한 특강을 했었는데 수강중인 학생 중 한명도 바로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건실한 학생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책에 싸인을 받으러 온 그 학생은 내게 이런 말을 건넸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 부모님도 그렇게 사셨어요. 한 때는 늘 힘들게 사시는데도 살림이 빠듯한 우리 집을 원망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집도 조금씩이지만 늘 좋아졌어요. 그 덕에 지금 제가 대학에 다닐 수 있게 되기도 했구요. 새삼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들인가 생각했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어렵게 살아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존경스럽습니다.‘ 그 학생은 부모님을 통해 느리지만 확실히 이겨나가는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운 것이다. 길고 긴 인생살이 한 순간의 경제적 풍요보다 조금씩 작은 꿈들을 끝없이 실현해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가계부 외에도 나의 수첩에 끝도 없이 자금계획을 세워야 할 만큼 돈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 여전히 나는 돈 앞에서 번거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나의 그 번거로움은 매일 매일 더 잘 살기 위해서 성실히 노력하는 내 삶의 아름다운 흔적을 만드는 과정이라 여기고 감사해 하며 살고 있다.

 

몇 년전 어느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돈은 많지만 우스꽝스러운 부자들을 접하면서 다시 한번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했다. 강남의 빌딩을 몇 채를 가지고 있고 남편으로부터 최고급 빌라를 선물받을 만큼 돈이 많지만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그런 사람의 자녀였다면 얼마나 부끄러울까를 생각했었다.

 

나는 그 사람들만큼 돈이 많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절대 아니다. 나는 가계부를 적으며 하루 하루를 반성하며 좀더 신중할 걸 하면서 몇 푼의 지출에도 자신을 야단치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고된 나의 하루 하루는 건강하며 부끄럽지 않고 쌓여가는 가계부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교훈을 줄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땅도 빌딩도, 아파트도 물려 줄 수 없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줄 것은 이런 시시한 것들이 아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성실히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실천을 어떻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나만의 위대한 유산, 가계부를 물려 줄 것이다.

 

내 가계부에는 그렇게 간절한 기도들이 들어 있다. 나의 아이들로 태어나 줘서 너무 고마운 아이들에게, 내가 그 아이들의 엄마였다는 사실이 늘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그렇게 매일 한 장 한 장 가계부를 만들어 갈 것이다.

 

                                                                                                          - 에듀머니 제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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