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펀드평가에서 주식형펀드(주식편입비율이 60%이상인 펀드) 283개를 대상으로 평균수익률을 조사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식시장의 침체 영향으로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7.79%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펀드 투자에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재테크 성적표를 보다 보니 문득 과거의 성적표는 어떨까 궁금해 졌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검색해 보았더니 2005년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은 50.94%로 엄청난 이익을 실현했더군요. 쉴새 없이 오르기만 했던 작년의 주식시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편 2004년 상반기의 경우에는 펀드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 5~7%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펀드 투자자들이 울상이라는 당시 분위기도 묘사해 놓았더군요. 하지만 이를 견뎌낸 투자자들은 2005년에 활짝 웃는 기회를 맞이했겠죠. 이렇듯 주식형펀드 수익률의 연도별 성적표를 보다 보니 역시 주식시장이란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주식시장에서 짭짤한 재미를 본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 중 적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의 투자 안목에 대해 은근슬쩍 자랑을 늘어 놓습니다. 자신의 결단력과 순발력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탁월한 종목 발굴 능력을 자화자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특히 눈에 많이 뜨이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98~99년 당시 외환위기의 폭락을 딛고 종합주가지수 1,000을 돌파했던 시기와 작년과 올해를 걸쳐 우리나라 사상 최고치의 주가인 1464.7을 찍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분명 순발력이나 결단력 또는 종목 발굴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해져 있을 건데 그들이 이처럼 주가가 폭등했던 시기에 대거 출현(?)하는 이유는 뭘까요? 물론, 답은 간단합니다. 그들의 능력이 탁월해서 주식투자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투자 당시 공교롭게도 주가가 올라줬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그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대세상승장에 '편승'하였을 뿐인데, 그 결과가 좋았던 것을 마치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식시장에서 큰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찾아가 무작정 "좋은 종목을 추천해 달라"거나 "내 돈을 대신 운용해 달라"고 부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간접투자상품인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자신들이 뛰어난 투자운용 실력으로 펀드 수익률을 이렇게 높이 올렸다며 광고를 합니다. 물론, 투자자들을 기만하려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분명 자산운용사 스스로가 실제로 자신들의 실력이라고 확신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내 주가가 빠지면 그렇게 자신 있게 외치던 상당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수익이 아닌 '손실'이라는 펀드 성적표를 투자자들에게 들이 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자산운용사들의 실력과 운용능력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아무리 경쟁력이 있는 자산운용사일지라도 대세의 하락에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며 반대로 대세가 상승할 때는 웬만큼 해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대세 상승기의 실적에만 현혹되어 (물론, 자산운용사들은 가급적이면 대세상승기의 실적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려 하겠지만 말입니다…) 섣부르게 펀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본격적인 펀드투자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어떤 자산운용사가 더 운용능력을 갖추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자료가 부족합니다. 소위 연도별 펀드 성적표가 아직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아래와 같은 원칙을 가지고 펀드 투자에 임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 차라리 자산운용사들의 실력 편차가 적은 ETF같은 인덱스펀드 위주로 투자하자
* 주식형펀드에서 대박이 터졌다는 기사가 나오면 펀드투자를 자제할 때다
* 요즘처럼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기사가 나올 때가 바로 펀드투자의 적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