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하면 이제는 진부하고 시대에 뒤처지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무일푼 지갑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것을 소비할 수 있는 최첨단 금융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계부라는 것은 과거 어머니들의 가난한 추억일 뿐이다.
당연히 가계부를 쓰냐는 질문을 하면 새해에 잠깐 인터넷 가계부에 기웃거리다 이내 포기했던 기억에 웃음부터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며칠 기록해 봤더니 별거 없더라, 가정 경제가 뻔하지 않느냐 하는 말들과 더불어 꼭 하는 말이 ‘우리 집 경제는 머릿속에 다들어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생각처럼 가정 경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들어오는 돈의 흐름도 단순하지 않을뿐더러 나가는 돈의 경우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평가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이다. 이젠 굳이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득구조부터 복잡하다. 평달과 상여달에 들어오는 돈이 다르고 각종 인센티브 등으로 인해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매달 다르다. 지출도 흔히 식비, 주거비, 통신비 정도의 고정지출만 생각하지만 자동차보험료, 각종 경조사, 자녀 등록금 등 비정기지출의 규모가 커져서 한 달 한 달의 지출금액이 들쑥날쑥하다.
신용카드 내역이 있는데 무얼 일일이 번거롭고 구차스럽게 꼬깃 꼬깃 적어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태도들이야 말로 가정경제가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생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는 것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신용카드 명세서를 이메일로 받아보면서 아예 열어보지도 않는 가정이 많은데다 여러개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각각의 결제금액만 확인하고 신용카드 전체의 결제금액을 더해보지 않는 가정도 상당수다.
마음속 회계장부는 오류가 크다.
통신비를 얼마를 쓰십니까? 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흔히 핸드폰 요금만 떠올린다. 가족마다 핸드폰 하나씩은 소유하고 있는 세상에서는 그것 조차 머릿속에 쉽게 합계 금액이 떠오르지 않는다. 문제는 가계 통신비 내역만 해도 핸드폰 요금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요금과 TV 수신료, 일반전화 요금까지 더하면 통신비만 해도 상당한 수준으로 지출하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관리를 할 경우 인터넷 요금과 일반전화(인터넷 전화로 전환), TV 수신요금까지 묶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고 그것도 요금제를 비교해 가장 저렴하고 가정의 통신사용에 대한 스타일을 점검해 선택해야 한다. 그런 제반의 것들과 핸드폰 요금을 합하면 관리를 하는 가정이 10만원 안팎의 통신비를 부담한다면 관리가 되지 않고 그때그때 괜찮다 싶은 것을 사용하는 가정은 최대 30만원 이상의 통신비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이렇게 사소한 소비 내역들을 정리해 보면 큰 내역으로 묶어도 적지 않은 소비내역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기록을 통해 체계적으로 돈을 쓰지 않을 경우 집안 곳곳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내역서들이 돌아다니기 일쑤인 것이다.
결국 머릿속으로 대충 파악하는 가계 현금흐름은 실제 기록을 통해 냉정하게 평가할 때와 적게는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의 합산 금액의 차이를 만들 수 밖에 없다.
머릿속에 다 들어 있다는 믿음 자체가 알고보면 어처구니 없는 판단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기록관리 하지 않으면 큰돈이 새나간다.
결국 그때그때 작은 지출들을 머리로 대충 계산해 의사결정하고 나면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있는 것 같은데 살림은 늘 제자리같은 허탈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제라도 체계적으로 기록을 통해 가계 소비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불필요한 지출들만 줄여도 가족의 미래를 위한 적금 통장 몇 개는 더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미래가 불안하다고 재테크 하기 위해 빚까지 내가며 소위 돈되는 부동산이나 펀드 등에 쫒아다닐 시간만 줄여도 가계에서 쉽게 버리고 사는 돈들을 제대로 챙겨 가족의 미래 소중한 재무목표들을 달성하는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통신비만 관리해도 2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면 주거관리비, 식비, 외식비, 교통비, 교육비, 생활용품비, 문화생활비, 용돈, 금융비용, 보험료, 교제비 등의 정기 지출 항목에서 대단히 큰 돈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실제로 상담을 통해 가계 현금흐름을 기록해 주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먹는다.
그동안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가정의 생활비와 기록을 통해 눈으로 확인한 금액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낭비들이 굉장히 큰 돈이었음을 알고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가질 수 있겠으나 돌려 생각하면 조금만 노력하면 대단히 큰 돈을 저축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막연한 소비 생활, 그러면서도 돈에 쫓겨 막연한 재테크로 여기저기 돈까먹는 생활을 방치하고 살 것이 아니라 당장의 라이프스타일부터 돈 새지 않는 단순하고 합리적인 구조로 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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