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정부의 바람직한 부동산 정책이라고 하니, 주제가 참 무겁다. 아마 30대 이상인 우리나라 국민 누구라도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묻는다면, 나름의 견해를 가질 정도로 다들 전문가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지역의 이슈에 대해 시민운동가처럼 앞장을 서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지역 경찰서 정보계 형사들이 부동산 동향 및 이슈에 대해 가끔 전화로 내게 물어오곤 한다. 이에 대한 질문과 답을 하는 것으로 오늘의 주제를 대신할까 한다.

1) 올 봄

정보계 형사 : 소장님!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단을 먼저 좀 부탁드립니다.

나 : ‘바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어느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지나고 보면 이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지난 11월이 바닥이었습니다. 12월을 기점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규제 완화가 되면서 가격이 먼저 상승했고, 뒤를 이어 과천, 분당, 강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목동, 여의도 등으로 이어졌고요.

정보계 형사 :그럼 부동산 상승한 원인은 어떤 게 있습니까?

나 :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등 규제 완화를 들 수가 있고요. 다음으로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 자금을 많이 풀어, 유동성이 풍부한 것이 원인이 됩니다. 또 하나는 가격이 많이 하락한 곳의 경우 고점 대비 30% 이상 가격이 하락했는데, 예상외로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회복 기미를 보이자 투자 대기 수요가 많았던 것도 한 가지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보계 형사 : 바람직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 :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면 규제책을, 침체를 보이면 부양책‘을 써 온 역사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먼저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부동산 수요에 대한 정확한 통계 조사입니다. 예를 들면 수도권의 경우 전체 주택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고, 다음으로 이를 지역별로 어떻게 되는지 세분화해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별로 어떤 규모와 형태, 질의 주택을 원하는지도 함께요. 이런 다음 지역별로 필요한 주택을 어떻게 공급할지 방안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불안해하지 않게 됩니다.

정보계 형사 :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개선해야 할 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 : 지역별로 다른 정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부동산 규제책은 대게 가장 먼저 가격이 상승하는 강남을 필두로 서울 핵심지역, 과천과 분당, 다음으로 강북 지역과 신도시 지역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부동산 규제책이 강북과 신도시 지역이 가격이 약간 오를 만하면 규제책이 나오기 때문에,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선도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가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금융 규제 정책의 경우 오히려 강남지역의 경우 이미 전 국민의 투자처이기 때문에 대부분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곳이어서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이런 대책을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획일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선호도가 낮은 지역이 오히려 유탄을 맞아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금융 규제책의 경우 강남이나 수요가 많은 지역에만 적용하고, 오히려 다른 지역은 필요가 없는 정책이란 얘기입니다.

글쓴이 : 노용환 (노용환 재테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