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끝 장면에서 배우 장동건이 열연한 진태의 눈이 인상 강하게 남아있다. 이념도, 가족도 모든 것을 잃은 진태의 눈은 광인 그 자체였다. 눈동자가 돌아간 상태에서 무조건 총을 난사해대는 모습이었다. 원빈 역의 진석이 형을 알아보고 달려왔어도 총을 여전히 난사하며 한참만에야 알아본다.
이 같은 모습을 우리들은 지금도 보고 있다. 현재의 글로벌 금융시장은 ‘아노미(무정부)’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안감 고조로 돈을 가진 주체들이 서로 내놓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움켜쥐고 있기에 정신이 없다. 연일 글로벌 주식시장의 저가 경신 속에서 ‘시장의 펀더멘털’보다는 공포감이 좌우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다른 주체는 생각할 겨를 없이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이고, 그 결과 위기가 더욱 극대화되는 상황이다. 이미 주가하락 등을 통해 10조 달러가 증발했으며, 글로벌 거대금융기관의 무너짐 단계에서 외환보유고가 없고 자원이 없는 나라들이 위기에 몰리는 단계로까지 몰리고 있다. 우리 역시 ‘중산층이나 부자’할 것 없이 모두 타격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금을 보유한 경우 상대적으로 위안이 되지만, 환율을 고려한다면 역시 실질적인 가치하락 상태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지난 외환위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본질은 부동산담보대출 부실이 촉발한 금융위기
100년에 한번 나올까 한 쓰나미로 일컬어지는 전 세계를 강타하는 위기의 본질은 금융공항이다. 미국의 부동산버블이 이 사태를 촉발시켰음을 모르는 이는 없다.
도대체 얼마의 돈이 모기지로 풀려나간 것일까? 2006년까지 미국에서 모기지업체를 통해 나간 금액이 대략 11조 달러이다. 미국의 한해 예산의 거의 3배나 되는 수치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주요 20개주 평균치로 따져보면 2천년을 기준으로 고점대비 20~30%가 하락했다. 모기지시장의 15% 정도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이고,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대출받은 주택 가운데 70% 이상이 주택가격 하락이 나타나자 한달 이상 이자를 연체하거나 차압을 당했다. 즉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분의 거의 다 부실 상태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이어질까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답을 주거나, 명확한 정의를 내려줄 사람은 누구도 없다. 일단 금융시장 불안이 멈추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빨리 안정이 되는 것 이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듯 보인다. 매우 답답한 천수답이 아닐 수 없으나, 지금의 단계에서 작은 위안을 품어볼만한 것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미국 대통령 선거가 11월4일이다. 그리고 워싱턴에서 미국 대통령당선인이 참여하는 G20 정상회담이 11월15일에 개최된다. 당선인의 능력을 시험받는 첫 무대이므로, 시장에 우호적인 메시지나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11월에 그간 보도되었던, 미국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자금 2500억달러가 실제 집행되는 등 유동성이 공급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어떤 자산이든 내재가치가 중요하다지만 일단 시중의 유동성이 충분해야만 제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법. 유동성 자체가 메마른 상황, 신용경색 상황 속에선 아무 것도 제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 일단 이 사태의 출발점인 미국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누그려뜨려 줄 수 있는 것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일단 주식시장의 상승은 차치하고 하락세라도 멎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의 9월 신규주택판매율이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미국의 주택가격은 여전히 하락세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량이 5.5%나 증가했다. 5년여 만에 최대 폭의 증가세로, 미판매 주택재고는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이런 것들이 시장의 공포심을 사그러뜨리고 반전을 시킬 힘인지, 아닌지조차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신용경색의 진정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우선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의 금리차)의 확대가 진정되고, CD금리의 오름세가 꺾이는 시점이 일단 도래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G20 정상회담 등을 통해 글로벌신용경색을 풀기 위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머니닥터 : 조혜경 (RE멤버스 연구홍보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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