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이 탄화규소(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을 활용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우주, 6세대(6G) 이동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기존 전력반도체 대비 고전압·고온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제품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CSS(화합물반도체솔루션)사업팀에서 SiC 전력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자 기기에서 전력 변환과 전류 분배, 제어 등의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기반 전력반도체와 비교할 때 고전압·고열 환경에서도 안정성이 높은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특성 덕분에 전기차, 태양광 발전기 인버터 등에서 SiC 전력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말 CSS사업팀 출범과 함께 지름 200㎜(8인치) 웨이퍼를 활용한 SiC 전력반도체 개발을 시작했다. SiC 전력반도체 제품을 정식 출시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점에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복수 고객사와 협업해 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iC 전력반도체보다 전력 효율성이 높고 열이 적게 발생해 통신 기지국, 데이터센터, 고속충전기 등에 주로 들어가는 GaN 전력반도체와 관련해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에서 사업을 준비 중이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상반기 GaN 파운드리 시험 라인 가동을 위한 설비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께 본격적으로 GaN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계 10위권 파운드리업체 DB하이텍도 SiC·GaN 전력반도체를 미래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의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2026년 2분기로 잡았다. GaN 제품은 일단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TSMC가 GaN 파운드리 사업을 종료해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다”며 “올해는 시제품 발송, 고객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