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 질’ SK하이닉스 “HBM 승부수 통했다”⋯ ‘확’ 바뀐 글로벌 반도체 지형 정수연 기자 배포 2025-06-04 15:44 수정 2025-06-04 16:55 1분기 D램 점유율⋯ SK하이닉스 36%, 삼성 33.7%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로 시장 재편된 결과 “삼성, 퀄테스트 통과•수주 확대 않으면 경쟁력 담보 어려워”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HBM을 앞세워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매출 1위 자리를 꿰찼다. 출하량 중심의 전통 경쟁구도가 고성능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타고 SK하이닉스가 전략적 우위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HBM 경쟁력에서 상대적 열세를 보인 삼성전자는 대응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 97억1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 36%를 차지한 반면, 매출 91억 달러(점유율 33.7%)에 그친 삼성전자는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하이닉스에 내줬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매출 기준 2위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무대 아래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경합하는 구도였다. 그런 만큼 이번 순위 역전은 단순 매출 역전을 넘어 시장 중심축이 ‘범용 메모리’에서 ‘고성능 메모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변화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3E(5세대) 등 초고속 D램 시장에서 프리미엄 메모리 중심으로 공급 전략을 전환한 점을 이번 파란의 주역으로 꼽았다. 특히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 폭증과 HBM의 중요성이 급부상했다는 시대 상황과도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반면 HBM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낮아 평균 판매가격에서 밀린 삼성전자는 쓴 맛을 봤다. 이번 순위 변동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HBM 경쟁 우위에 있는 SK하이닉스는 훨씬 높은 가격을 받았지만, 삼성전자는 그 반대였다“면서 “D램 시장 자체가 이른바 ‘양보다 질’로 바뀌었다는 분명한 신호 라고 의미부여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구글 등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1년 6개월 넘게 HBM3E 제품 퀄테스트(품질 인증)을 진행 중이다. 그 사이 일부 기업은 공급처를 마이크론으로 속속 선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삼성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최대한 빠른 퀄테스트 통과와 수주 확대를 통한 양산 체제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범용 D램 시장이 중국 양쯔메모리(YMTC) 등 후발 업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조만간 범용 메모리 시장 중국산 등 저가 제품들이 난무하는 ‘진흙탕‘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뒤 “고부가 메모리로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삼성 역시 그 속에 허우적 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향후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패권은 HBM4 제품을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의 여부란 지적이다. 현재 이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올 하반기 고객사에 HBM4 제품 샘플링을 예고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고, 삼성전자는 6세대 10나노급(1cnm) 공정 기술과 새로운 반도체 설계 방식(로직 다이 아키텍처)을 적용, 기술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