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조선 주가 부양 약속했는데 반토막…주총이 두려운 기업들 이광영 기자 이광영 기자 입력 2025.03.07 06:00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곧 열린다. 실적이 좋고 주가가 상승세일 땐 훈훈한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반대의 경우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야하는 날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대표이사 최주선) 19일, LG에너지솔루션(대표이사 김동명) 20일, SK온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대표이사 박상규)이 28일 잇따라 주총을 개최한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9일과 27일 주총을 연다.
LG엔솔 김동명·삼성SDI 최주선, 혹독한 주총 데뷔전 치를 듯
배터리 3사 대표이사는 각사의 주총 의장으로서 혹독한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성난 주주들이 주총장을 찾을 것이 유력해서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여파로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4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3.4% 감소한 5754억원이다. 2024년 누적 AMPC(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금액인 1조4800억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9046억원에 달한다.
부진한 실적 만큼 주가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 주주는 2024년 주총에서 “60만원 하던 주식이 40만원대로 고꾸라졌다”며 1년 새 하락한 주가를 질책했다. 하지만 또다시 1년이 흐른 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33만4000원(이하 3월 6일 종가 기준)으로 20% 가까이 더 떨어졌다. 지난해 권영수 전 부회장 대신 단상에 선 이창실 CFO에 이어 올해는 김동명 사장이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다.
삼성SDI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주총 당시 주주들은 “주가 관리가 미흡하다”며 대표이사였던 최윤호 사장에게 쓴소리를 던졌고 최 사장은 “주가가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45만원대였던 그날 삼성SDI의 주가는 현재 21만2500원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말 대표이사로 부임한 최주선 사장이 대신 고개를 숙여야 하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3사 중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2024년 3월 28일 주총 당시 11만8400원이던 주가가 현재 12만6500원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업황 개선과 SK 이엔씨 합병 효과로 주가가 우상향했다.
다만 ‘아픈손가락’이 된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실적 부진을 놓고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과 SK온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성토가 예상된다.
‘5만전자’ 성토장 될 삼전 주총…‘주가 선방’ SK하이닉스는 안도
반도체에선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5만전자’로 전락한 반면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20일 주총 당시 주가가 7만6900원을 기록했다. 같은해 7월 11일에는 8만8800원까지 오르며 주주들을 흐뭇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 인공지능(AI) 반도체 밸류체인에 포함되지 못하고 향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4만원대로 고꾸라졌다. 회사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선 후 5만원대(5만4300원)를 회복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확대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곽노정 사장은 올해 역시 5세대 HBM인 12단 제품에 주력하는 가운데 하반기에 맞춤형 제품인 6세대 HBM4 공급을 본격화 하는 등 장밋빛 미래를 주주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다만 2024년 3월 27일(18만1200원) 대비 현재 주가(19만2400원)가 소폭 상승에 그쳤고 지난해 7월 11일(24만8500원)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을 지적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사 보수한도 일제히 삭감하며 ‘주주달래기’
이들 기업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낮추는 안건을 일제히 상정했다. 주주달래기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이사 보수한도를 기존 430억원에서 360억원으로, 삼성SDI는 1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낮추는 안건을 의결에 부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사외이사에게 지급할 보수 한도를 지난해 2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25% 줄인다. SK이노베이션도 이사 보수 한도를 1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사 보수 최고한도액을 2024년 80억원에서 20억원 줄인 60억원으로 내리는 안건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