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고열과 기침으로 거의 두 달을 고생한 적이 있다. 독감이었는데도 그것을 모른 채 하루 이틀만 지나면 저절로 나을 것으로 여긴 게 실수였다. 2달 치료를 받고나서야 열은 더 이상 오르지 않았으나, 기침은 한 달 정도 더 지속되어 몹시 고통스러웠다. 당시 가족들은 누구도 내게 독감이 전염되지 않았다. 만성피로 상태에 시달리던, 면역력이 떨어진 필자만 그리 혹독하게 앓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경제가 아주심한 독감에 걸리기 직전이다. 아직 본격적인 경기후퇴는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고유가-고물가’ 상태가 지속이 된다면 심한 고통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은 서민경제에 주름살만 만든다.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정책카드가 아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물가상승의 원인을 따져보자. 국내변수보다는 외부변수에 의한 상승이다. 외부변수여서 국내정책에 의한 통제력이 떨어지는데다 고유가, 식료품가격 인상 등 우리의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대상에서 나타난다. 즉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경제만 더욱 얼려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미 서민다수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에 생계형노점상도 곳곳에서 늘고 있다. 금리가 오른다고 여기서 더 나가 버스를 타고 다니다 걸어 다니고, 하루 식사를 두 끼로 줄여 먹을 수는 없는 법이잖은가. 결국 고소득층보다는 보유자산이나 가처분소득이 적은 서민층에 더 고통이 더 크게 전가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경기둔화에 대한 면역력이 훨씬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요국의 정책금리가 전반적으로는 그리 높지 않다. 국내 정책금리는 5%인데, 일본 0.5%, 미국 2%, EU 4.25%이다. 물론 브라질이나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정책금리가 높지만 주요 31개국의 정책금리 평균이 연 4.4% 수준이어서 전체적으로는 높다고 보기 어렵다. 금리라는 것은 특히 개방경제 하에선 그 나라의 실물자산의 움직임, 경기, 환율 등 전방위로 영향을 미친다. 전체적인 유가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쉽게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만일 다른 나라들이 경기둔화우려로 금리를 그대로 두는데 우리만 올린다면, 일본의 저리자금을 빌려다 국내국채 등에 투자해 금리차를 얻어나가려는 돈이 유입될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국내로 유입되는 외부의 자금이 많다면 환율하락을 일으켜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불러와 긍적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생각해봐야 한다. 금리차를 노리는 글로벌투자자금의 유입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늘어나, 물가상승압력을 낮추려던 시도가 더 높은 물가상승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부를 수가 있다. 따라서 정책금리결정시는 다른 나라들과의 균형도 중요한 부분이므로 정부가 나홀로 쉽게 손을 대기 어렵다. 당분간 경기둔화 우려와 물가상승압력으로 인해 미세한 조정 외에는 쉽게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실제 이상 불안감이 증폭되는 이유는 뭔가?
주변에 경제뉴스를 보거나 들으면 맥이 빠진다는 사람들이 많다. 무겁고 불안한 느낌을 주는 내용들이 많아서이다. 왜 많은 전문가들이나 기자들이 어두운 내용이 무게 중심을 둘까 생각해보자.
필자가 판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 경기 자체가 불안한 것도 이유이지만, 개인들의 미래 불안감이 커 그것이 투영되었기 때문으로 본다. 우리사회에 비정규직근로자가 800만명이 넘는다는 소식들을 접하셨을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있는 가계의 구성원이 3인이라 가정하고 단순하게 산술로 따져보자. 800만명X3명=2,400만명이다. 남한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가 비정규직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그만큼 다수의 개인들에겐 경기기복에 따른 일자리의 변동성이 크다보니 미래의 생존이란 문제가 절실하게 다가오면서 소득격차 확대등과 어우러진 복합적인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의 불안정성과 개인의 미래불안감이라 게 마구 뒤엉켜서 실제 이상으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고 이것이 여론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들이 힘을 내기위해서는 우선은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고 체감경기가 나아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어쩌면 오피니언리더들의 희망적인 메시지들이 더욱 절실한 것이 아닐까. 약이 아닌데도 탁월한 효능을 지닌 약이라고 믿고 꾸준히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심리학에서의 플라시보효과처럼 말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자신의 경쟁력에 투자해야 한다.
종합해보면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가계부채가 큰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많은 가계들의 재정적 파산우려 및 주가와 주택가격폭락. 한계기업도산 등의 불안감을 필요이상 키워나가는 것은 불필요하다. 미래의 최악의 상황 시나리오를 만들어본다는 것 외에는 지금 단계에선 기우이고, 소모적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물가상승의 고통을 국민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조금 더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는 분명 차분하게 자신의 내실을 다지는 게 더욱 필요한 시기이고 현명하다. 우리의 미래가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더욱더 글로벌화를 요구받을 것이므로 외국어는 필수이고, 개인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란 항상 순환하기 마련이므로 좋은 상황만 계속 이어진다거나, 반대로 나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를 공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균형감을 가지기 위해서가 아닌가. 따라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지배당하기보다는 신이 내게 준 선물(present)인 현재(present)를 소중히 여기며, 얼마나 노력하였는지에 따라 몇 년 후에는 큰 차이로 다가설 것임은 자명하다.
또한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3년 후를 바라다보며, 스스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우량한 대상으로만 압축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 지금은 유가가 150불 아래에서 꺾이는 모양새지만 에너지소모가 많은 북반구의 겨울이 다가온다면 재차 급등을 일으키면서 경제여건이 더 나빠질 수도 있고, 부도가능성이 돌고 있는 미국의 GM이 정말 파산하기라도 한다면 경제가 한층 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좋지 않은 상황에선 위기가 기회라고만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이 어느 정도인가도 함께 되짚어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음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분산 및 안정성이 중요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머니닥터 : 조혜경 (RE멤버스 연구홍보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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