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회사의 주요 경영활동을 감독하고 결정할 이사회의 사외이사로 통상 전문가인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에너지 전문가인 허은녕 서울대 공대 교수를 내정했다.
삼성전자는 유명희·허은녕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11월3일 임시주주총회를 연다고 1일 공시했다. 삼성전자 정관 24조에 따르면 최소 3인에서 최대 14인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이사회는 총 9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는 △한종희 부회장(DX부문 경영 총괄) △경계현 사장(DS부문 경영 총괄) △노태문 사장(MX 사업부장) △박학규 사장(CFO) △이정배 사장(메모리 사업부장) 등 5명이다. 사외이사는 △김한조 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김선욱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 △김준성 싱가포르투자청 토탈리턴그룹 이사 등 총 4명이다. 김한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허은녕 교수(왼쪽), 유명희 전 본부장.
그런 가운데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허은녕 교수가 추가돼 이사진은 11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1월 열릴 임시주총을 통과할 경우 사외이사는 총 6명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침체로 인한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와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 탄소 중립 등 3가지 글로벌 이슈에 직면해 있다. 신규 사외이사 영입으로 통상 이슈와 탄소 중립 현안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산업부 통상교섭실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통상 분야 전문가로 지난해 8월 29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2020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해 최종 결선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유 전 본부장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유 전 본부장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통상 이슈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 19일 기흥 R&D 센터 기공식에 참석했다.(사진=삼성전자)
이번 임시주총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회장 승진을 위한 절차라는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9년 10월 26일부로 사내이사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국정농단으로 인한 사법리스크로 인해 연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이번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면서 등기 임원 복귀와 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부회장이 등기임원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의 총수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10대 그룹 중 총수가 미등기임원인 곳은 삼성전자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한화그룹은 경영 승계가 확실시되는 김동관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는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려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2016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임시주주총회를 여는 배경이 이 부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