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는 치솟는 상황이 다가 오고 있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갈수록 경제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는 치솟고 있어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만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1970년대 '대(大) 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이후 기억에서 사라졌던 인플레이션 공포가 또다시 전 세계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유가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진입이라고 보는 견해 또한 만만치가 않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원자재가격의 앙등과 함께 글로벌 유동성의 과도한 팽창이 원인이라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선진국들이 결국 긴축에 나서게 되고, 경기 침체라는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물가안정을 위해 7월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4.25%로 결정했는데 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작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물가안정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미국의 경제 석학인 프레드 버그스텐(Ber gst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선진국들은 물가 안정을 위해 강력한 긴축을 시도하여야만 하고 그 결과로 경기가 둔화되어야만 2~3년 후 물가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최근에 전망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좀 더 심화되다가 2010년에는 세계 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진원지는 사실 신흥시장(emerging market) 국가들이다. 현재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이 9%이고, 러시아는 14%, 베네수엘라는 30%에 이른다. 임금-물가 악순환 고리가 시작되어 러시아의 임금은 30%의 속도로 오르고, 베트남은 32%, 아르헨티나는 36%나 올랐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율은 그리 높지 않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의도하는 것보다 높긴 하지만, 비교적 선방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높은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신흥시장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율 선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공산품 가격의 상승은 선진국에 그대로 파급되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통화 공급은 두 자릿수로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에선 유동성이 매년 20% 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신흥시장 국가들의 통화 공급 증가는 선진국의 3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러한 과잉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있는 다른 이유이다.
중국은 인플레 심리에 시달리는 대표적 나라 중 하나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저평가돼 있고, 통화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플레 압력을 키우고 있다. 노동 수요 증가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조합으로 임금이 너무 올라 많은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베트남이나 인도 같은 해외로 옮기고 있다.
개도국의 인플레이션은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들 국가로부터 많은 것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공산품과 인플레이션을 함께 수출하는 셈이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 자체만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로 치솟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동 비용이 인플레이션의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가 임금 인상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6월 현재 세계 소비자 물가는 연율로 6%가 넘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을 제외하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경기 후퇴가 예상되는데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의 판단으로는 앞으로 적어도 2~3년에 걸쳐 선진 및 신흥시장 경제 모두가 금융, 재정 긴축을 강행하여 경기가 침체되어야만 초과 수요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결국 통화 혹은 유동성이 증가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0년 초부터 세계 경제는 유동성의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아시아 경제는 지난 8년 동안 2조 5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누적하였는데, 이 중 대부분이 국내 유동성으로 풀려 나갔다.
최근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가중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국제적인 정책 공조체제를 확립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공조를 주도할 수 있는 주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의 평가절상과 병행하여 금리를 인상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수용하는 경우 투기 자본이 유입되고 달러 약세가 더 심화되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가 않다.
한국 경제도 유가 폭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인플레이션, 성장 둔화, 경상수지 적자 증가라는 삼중고(三重苦)의 비상에 빠져 있다. 우선 6월에 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5.5% 이상 증가하여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교역 조건의 악화로 수출 전망마저 불투명해지고 있으나, 여론은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반적인 정부의 태도도 경기부양에서 물가 안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물가 잡는 것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전 세계는 분명히 스태그플레이션 입구에 서있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 다만 과거의 스태그플레이션의 무서운 여파를 경험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공조가 발 빠르게 이루어 질 가능성이 높아서 악성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원이 없는 나라들의 경우는 물가 상승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에 자원부국보다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내핍, 절약 그리고 생산성 향상과 경영효율성의 제고 등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영권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및 세계화전략연구소(www.bestmentorclub.org) 소장]
머니닥터 : 이영권 (세계화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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