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참여정부 기간 동안 수많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2003년 10.29대책, 2005년 8.31대책, 2006년 3.30대책 등을 들 수가 있다. 10.29 대책 중의 핵심은 1가구 3주택자 이상 양도세 중과 조치, 8.31 대책의 핵심 내용은 2007년부터 1가구 2주택 양도세 50% 중과세 조치, 3.30 대책의 핵심은 시가 6억 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 등을 들 수가 있다.
10.29조치와 8.31 대책으로 인해 2004~2005년 부동산 시장은 '똘똘한 놈 한 채(중대형 아파트 한 채)' 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중대형 아파트가 부동산 가격을 주도했고, 소형 아파트는 철저히 소외되었다. 하지만 참여 정부 최초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동 핵심(금융)을 꿰뚫은 3.30 조치 이후로 6억 이하 아파트 가격 상승, 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6억 이상 아파트 가격 약세 또는 보합 현상이 지속되었다.
여기에 수년간 서울, 인천, 경기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된 뉴타운과 도심 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적은 자금으로 투자가 가능한 소형 아파트와 다세대, 연립, 빌라 가격이 급등했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2007년 이후 참여 정부 초.중반까지 가격 변화가 없었던 수도권 외곽 지역인 의정부, 양주, 시흥시 등이 지역 개발 재료를 바탕으로 급등했고 올 들어서는 새 정부 들어 도심 개발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의 당선으로 노원, 도봉, 강북구등 소형 아파트와 뉴타운 호재가 있는 지역이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 소형 아파트 강세와 강북 등 재개발 강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현재 투기지역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은 40%인데 이를 없애거나 60% 이상으로 높이는 등 대출 규제를 완화시키거나 양도세 완화 등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소형 아파트나 저가 매물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집이 있는 사람은 양도세 등으로 매물을 내놓을 수가 없고 집이 없는 사람은 상당한 자금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저가를 제외하고는 시장이 제대로 형성될 수가 없는 실정이다.
MB 정부가 재건축 용적률 완화와 도심 재개발 등을 내세웠지만 아직 구체적인 활성화 대책은 사실 전무한 실정이다. 설사 재건축 용적률을 다소 높여 주더라도 여론 때문에 개발 이익 환수 조치를 분명히 할 것이고, 소형 평형 의무 비율 등 실질적인 재건축 장애물을 제거하지 않는 한 큰 기대는 금물이다.
재개발이나 뉴타운 사업 역시 투자 수요 가세와 개발 기대감으로 지분 가격이 급등했지만 실제 늘어나는 세대수는 얼마 되지 않아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주택 공급량 확대와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결국,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수도권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도심 개발과 신도시 개발을 병행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물론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이를 확실하게 인지할 때까지는 도심에 투자 자금이 계속 몰릴 것이다.
물리에만 관성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도 관성의 법칙이 엄연히 존재한다. 투자에 있어 관성의 법칙이란 '오르고 있는 것은 계속 오르고, 안 오르고 있는 것은 계속 안 오를 것이라고 생각'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정책과 수요.공급 등의 요인으로 2004~205년처럼 중대형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할 때는 소형과 평당 가격 차이가 끝없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결국 과도한 갭은 메워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요즘처럼 소형 아파트나 연립, 빌라, 다세대 등 저가의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가격이 상승하면 중대형 아파트는 계속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어느 한쪽이 대중과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때가 매도 시점인 경우가 많고, 찬밥 신세인 지역이나 평형대가 투자 시점인 경우가 많다.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소득 격차는 IMF이후 계속 커지고 있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늘어난 상위 계층을 주거 요건을 충족시켜 주는 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1999년에 정해진 고가주택의 기준인 6억은 이제 서울 어지간한 지역의 전용면적 25.7평의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도 넘는 수준이 되었다. 언제까지 정부가 6억이란 금액을 계속 고수할 수 있을까?
참여 정부 들어 고가주택의 면적 기준(전용면적 45평 이상)이 2003년 폐지되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지역 내에서는 서민이 사는 20평형대 이하 아파트도 고가 주택이 되었다. 지난 9년 동안의 국민 소득 증가를 감안해 보면 고가주택은 현재 최소한 10억은 넘어야 하고, 주택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15억 이상, 면적은 전용 면적 50평은 넘어야 되겠지만 기준은 현실과 너무나 유리되어 있다.
주택의 경우 9억에, 인별 과세이던 종부세가 2007년부터 6억에, 세대별 합산으로 바뀌어 종부세 대상자가 38만 명으로 전년보다 60% 증가되었다.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과표가 매년 10씩 늘어나 종부세는 계속 늘어나게 되어 있다. 세금 확보를 이유로 위헌 논란을 감수하고, 부동산 가격은 올랐음에도 기준을 1/3이나 내려 대상자를 폭발적으로 늘이는 것이 과연 시장이 원하는 합리적인 부동산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택이 필요한 곳에,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공급'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자산이 늘고 소득이 증가하면 중형 아파트로, 또 시간이 지나면 대형으로 마음껏 옮길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국민은 원할 것이다. 국민들을 계속 세금 부담이 적은 소형 아파트에만 살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의 교육 수준과 소득이 늘어나고, 선진국을 지향하는 현 시점에 정부가 현실과 맞지 않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부동산 시장은 불안해지게 되어 있다. 당장은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새 정부와 내각의 점진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