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만 하여도 뿌였던 하늘이 마치 10월의 첫 날에 천고마비의 하늘을 보여준다. 먹먹하고 막막한 삶의 무거움을 한켠으로 밀어놓고 책을 편다. 구상 시인의 신령한 소유 라는 시를 읽는다. 빚바래진 책이지만 글은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꾸정물로 살았다. 오물과 폐수로 찬 나의 암거 속에서 그 청열한 수정들은 거품을 물고 죽어갔다. 진창반죽이 된 시간의 무덤 한 가닥 눈물만이 하수구를 빠져나와 연탄빛 강에 합류한다. 일월도 제 빛을 잃고 은총의 은혜를 받아서 핀 꽃과 만물들도 이지러진 모습되어 조응한다.
삶의 무거움에서도 어둡고 괴로운 시간에서도 주어지는 충만의 은혜를 받는다고 하는 구상 시인의 시 내용이다. 사색의 추구와 궁핍한 경험과 체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시다. 역경의 삶에서도 포기하지 않고서 굴하지 않고 오래 사는 생은 수명이 길어서 고생만 한다는 푸념이 아니라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은 풍부한 삶의 은총을 받는 받은 노인의 생을 구상 시인은 말해주고 있다.
이름을 부른다.박삼0씨 있나요? 주방을 정리하고 있던 사장도 나오고 홀에 있던 동료들도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내 앞에서 함께 그릇에 안주를 나눠담던 동료는 나를 쳐다본다. 가명으로 쓰고 있는 이름을 알기 때문이다. 가명으로 불려주고 있는 내 이름이였기에. 엊그제 화양극장을 들어가면서 여기 기도가 형인데,하면서 거짓말하고 들어간 것 때문에,,,혹시 어깨들인가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그 일 말고는 나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그러나 웬지 꺼림직하여서 앞에 있는 동료에게 고개를 젖는다. 없다고 하라는 신호다. 얼른 알아보고는 뜻이 통했는지 여기 그런 사람 없는데요.하고 대답한다.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서 계속 과일만 깍았다. 앞에 있는 동료들에게 수첩을 꺼내서 적으면서 물어본다. 그러더니 내 앞 의자로 걸어온다. 나를 보더니 물어본다.저 아닌데요
속으로는 c8 이것들 짭새네,,,그 시절은 주민등록 발급증이 거의 없어서 얼굴을 모르면 범죄자도 현행범이 아니면 잡아가지 못했다. 김신조가 1968년 1월21일 북악산 루트로 청와대를 폭파하기 위해서 넘어오다가 들켜서 일망타진되었고 김신조만 유일하게 생존자로 남아서 전향 후 남은 생을 전도로 참회하고 복음을 전파하다가 80세를 넘긴 후 영면하였다] 북한공작원들이 넘어온지 2년이 흐른 해라서 사회는 늘 긴장상태였다. 일거리가 없었고 주민등 또한 제대로 발급되지 않고 있던 시대라 주민등록 전산화가 되어있지 않아서 신원파악을 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일과 시간이 소요됐다. 앉아 있던 동료가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그런 사람 없는데요 하고 다시 대답한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과도로 과일껍질만 깍고 있었다. 몆 사람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모두 시치미뗀다. 나를 쳐다보던 한 명이 계속 앞에 서 있고 다른 1명은 밖으로 나가더니만 은팔지를 채워온 사람에게 네가 여기 있다고 한 사람 지명하라고 재촉한다. 아뿔싸 저 새0가 그 자식 얼굴을 보는 순간 왜 ,,,? 나를 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