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에 사는 주부 이토씨는 지난해 8월의 악몽을 잊지 못한다. 남편 몰래 10만달러(1억원)의 은행예금으로 외환투자에 나섰던 것. 하지만 16일 하룻동안 엔화 가치가 5% 떨어지는 것(평가절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엔화가 다시 오를 것(평가절하)으로 판단해 자신의 포지션을 팔지 않고 그날 저녁 태연한 표정으로 퇴근하는 남편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이튿날 아침 더 큰 악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엔화는 더 떨어졌고 통장 잔고에는 1천달러(100만원) 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엔화가 평가절상 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에 나섰던 '와타나베 부인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교차됐다. 지난해 8월에만 이토씨와 같은 와타나베 부인들은 외환투자 거래를 통해 무려 25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와타나베 부인'은 전형적인 일본 주부를 묘사해 부르는 말이지만 외국환시장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yen-carry trade. 고수익을 겨냥해 엔화를 싸게 빌려서 외화나 주식에 투자하는 거래)를 통해 자산 불리기에 나선 아줌마 부대를 일컫는다.
와타나베 부인들(개인투자자)은 지난해 FX마진 거래액이 15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대접받고 있으나 이토 부인처럼 큰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다.
반면 지난 18일 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외환시장이 혼란해 휩싸였을 때 국내의 한 FX투자자는 하룻만에 10만달러를 벌어 들었다. 달러화를 기준통화로 했던 이 투자자는 엔화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해 달러-엔 선물환의 매도포지션을 지켰던 것이다. 이토부인이 잃어버린 돈을 고스란히 국내의 투자자가 건져올린 셈이다.
FX마진거래(Forex Margin Trading)란 현물환율(Spot Exchange Rate)을 투자대상으로 FX거래 계좌에서 증거금을 납부하고 거래단위 계약을 사고 파는 거래방식이며 외환증거금거래, 외환마진거래, 마진현물환거래 등으로도 불린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24시간(주5일) 거래가 가능한 FX트레이딩의 경우 레버리지 활용이 50배까지 가능해 2000달러를 개시증거금으로 내면 달러-엔 선물환의 경우 1계약당 10만단위로 계산돼 10만달러의 거래가 확정된다. 그리고 일정 시점에서 기준통화인 달러당 엔화가 오르면 매수포지션을 지킨 경우 환차익을 얻을 수 있으며, 엔화가 떨어지면 매도포지션을 지킨 경우 환차익을 얻게 된다.
이렇듯 낮은 금리로 예적금에 대한 관심이 떠나고 주식과 부동산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이 외환거래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환율변동성이 큰 현재의 외환시장 상황이라면 FX투자자들에게 호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BIS기준(7월 현재) 전세계 하루 금융시장 규모는 3조2000억달러에 달하지만 전체 시장효과로 보면 환차익과 환차손의 양이 같기 때문에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잃은 사람도 반드시 생기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리스크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지난 연말 국내의 경우 하루 시장규모가 10억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FX마진거래는 한국 원화를 제외하고 금융감독원이 허가한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화 등 8개국 통화이다.개인거래는 외환중개회사를 통해야 가능하며 국내에서는 KR선물(www.koreafutures.co.kr)과 한맥레프코선물(www.hanmag.com)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