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성격심리학을 가르쳤던 월터 미셸 박사는 1970년 4살짜리 유아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벌었다. '마시멜로 실험'으로 알려져 심리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 실험은 15분을 기준으로 이전에 벨을 누른 유아들에겐 마시멜로 한개, 이후에 누르면 두개를 주었다.
실험 결과 유혹을 참아내고 인내력과 자제력이 큰 어린아이들이 훗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다룰 줄 알고 사회성이 높은 청소년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에게 '저축'을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내면 그 결실이 크다는 점에서 저축과 마시멜로의 교훈은 유사점이 있다. '소비의 미룬다'라는 의미의 저축은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가치있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생존법을 터득하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다른 방법이 없을 경우 필요와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마음 속에 계획한 특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돈을 저축한다. 하지만 목표지향적인 저축은 어린 아이들에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아이들의 목표는 대개 막연하며 자기의 욕구 충족을 미뤄둘 만한 자제력을 갖추지 못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나이는 옷이나 선물, 특별한 오락거리를 위해 저축할 수는 있지만, 중학생 이전의 나이에서는 장기적인 저축에 신경쓰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이 시점에서 부모가 능력과 관심사에 따라 저축 교육을 통해 동기부여를 한다면 아이들은 각각 발달 단계에서 저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돼지저금통은 아이들로 하여금 저축의 개념을 이해시키도록 돕는다. 저축한 돈이 어떻게 쓰이게 된다는 생각없이 한푼두푼 저금통에 넣는 습관을 형성시키는 교육방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목표를 갖게 될 때 저축은 완전히 새로운 중요성을 띠게 된다. 목표가 정해진 저축은 아이들이 소비 습관을 스스로 통제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저금통 저축을 통해 돈을 다루는 경험이 쌓였다면 이젠 아이 이름의 예금통장을 개설해 줄 때다. 은행이나 제2금융권을 선택하는 과정은 '돈의 세계'에 대해 훨씬 많은 지식과 돈을 다루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아이들이 통장에 예금하고 쌓여가는 입출금 내역을 살피도록 도와준다면 저축은 보다 큰 의미를 띠게 된다. '돈이 불어난다'는 추상적인 뜻을 이자의 개념을 통해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한가지 예다.
또 아이들을 도와 '특별한 이유'를 위해 저축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일도 가치있는 교육이다. 한꺼번에 원하는 것을 모두 살 수 없다면 보다 비싼 것은 나중에 사도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현명한 소비방법도 알게 된다. 아이들이 목표를 세울 수 있기 시작하면 부모는 안내자 역할만 맡고 대신 목표를 세워주지는 말아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림이나 퍼즐 등 시각적 교보재를 이용해 목표를 되새겨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부모 스스로 저축을 실천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최고의 가르침이다. '만일을 대비해서 저축해야 한다'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며 자녀 경제교육 상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때문에 아이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보다 쉽게 세울 수 있도록 저축을 위해 명확한 목표를 세우도록 지도하는 게 낫고 나이와 성숙도를 감안하여 현실적인 목표가 되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정기적으로 저축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액수가 얼마나 아무리 적더라도 돈은 빨리 모이게 된다. 중요한 것은 꾸짖고 야단치지 말고 칭찬하고 응원으로 용기를 북돋워줘야 저축에 대해 훨씬 잘 배울 수 있다.
뭘 잘못하는지 두고볼 일이 아니라, 자녀들이 올바르게 선택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이루어 내는지 끄집어내야 한다. 심지어 돈을 잃어버린다거나 지폐가 훼손됐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